‘광고’ 생각지도 못한 콘셉트 제안…‘음식’ 맛은 뒤졌지만 독창성은 앞서
유명 방송작가 구라모토 미쓰루와 AI-CD 베타의 광고 대결. ‘국민투표’ 결과 인간이 인공지능을 54% 대 46%로 힘겹게 이겼다.
#광고
자유로운 발상은 AI의 가장 큰 취약점으로 꼽힌다.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는, 창의력만큼은 인간 고유영역이라고 여겨지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마저도 놀라울 정도로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일본의 광고회사 맥켄도쿄·맥켄에릭슨이 개발한 ‘AI-CD 베타’는 무려 광고 콘셉트를 제안하는 인공지능이다. 가령 광고 의뢰인이 요구사항을 입력하면 ‘AI-CD 베타’는 기존에 나왔던 광고 데이터를 분석해 그중 가장 적합한 크리에이티브를 도출한다. 요컨대 인공지능이 광고 디렉터 역할을 맡고, 스태프가 이를 토대로 CF를 촬영·완성하는 구조다.
광고 콘셉트를 제안하는 인공지능 ‘AI-CD 베타’.
※미래 예상 인간과 다른 독창적인 발상력으로 AI가 영화 등 오락영역에도 진출 |
#입시
일본 국립정보학연구소가 개발한 ‘도로보쿤(東ロボくん)’은 대학입시 도전을 통해 AI 가능성을 알아보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지난해 센터시험(수능시험) 모의고사를 치른 결과, 종합 편차치는 57.1을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최고 명문인 도쿄대에 입학하려면 70점대 초중반, 사립명문인 와세다대 및 게이오대에 들어가려면 60점대 후반의 편차치가 필요하다. 도로보쿤은 이보다 조금 낮은 메이지대, 릿쿄대, 주오대 입학이 가능한 점수로 우수한 학생 축에 든다.
도로보쿤이 가장 높은 성적을 거둔 과목은 세계사였다. 방대한 정보를 활용해 정답을 찾아내는 능력은 가히 뛰어났다. 물리도 법칙을 잘 적용해 비교적 성적이 좋았다. 반면 취약 과목은 영어였다. 인간이라면 자연스럽게 판단하는 ‘회화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맥락 없는 답안을 선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연구소 측은 “인간의 언어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해답을 찾는 사고력이 떨어진다”면서 “도로보쿤의 장점과 한계가 파악됐다. 향후 도로보쿤이 잘하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해 산업에 활용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비슷한 인공지능으로, 의료현장 도입을 목표로 하는 AI도 있다. 게이오대학의 야스후미 교수는 병명 진단과 처방약 선택 등 임상진단에 특화된 AI를 개발 중이다. 과거 의사국가시험 문제들로 AI를 테스트한 결과, 60~70% 정답률을 기록하는 등 어느 정도 실력도 인정받았다. 야스후미 교수는 “의료지식과 최신 연구를 계속 업데이트하면 오진을 줄이는 등 의사를 효율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 예상 방대한 의료지식을 가진 AI가 의사의 진단을 서포트 |
#기사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결산 서머리 베타’라는 코너가 있다. 사실 이곳에 실리는 글은 모두 인공지능이 쓴다. 각 기업이 결산 정보를 발표하면, 필요한 정보들을 자동 추출해 사람 도움 없이 결산 요약 글을 작성하는 것이다. 3시에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AI와 기자가 쓴 글을 비교해보면, AI는 3시에 기사를 즉시 업로드. 불과 1분 이내에 기사를 작성할 만큼 속도가 압도적으로 빨랐다. ‘최소한의 정보를 누구보다 먼저’ 알고 싶어 하는 독자의 니즈에는 정확히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읽기 쉬운 글, 업계 전반 취재를 바탕으로 한 집중보도 같은 가치를 고려한다면, 역시 인간 기자 쪽에 손이 올라간다.
방송국에는 사고, 화재 등 정보수집에 특화된 AI가 도입되고 있다. 24시간 SNS에 올라온 글이나 사진 해석을 통해 뉴스성이 높은 게시물을 화면으로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무엇보다 속보성이 뛰어나지만, 오보가 1~2개월에 하나에 그칠 만큼 정확성도 높다. 정보수집에 관한 한 인간의 능력보다 월등히 앞선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집필 능력이 더해지면, 사실을 전하는 단신 보도의 경우 AI가 담당하게 될 것이다. 특히 한시라도 빨리 정확한 정보가 요구되는 재해 보도에서 AI의 활약이 기대된다.
※미래 예상 정보수집과 집필 일부를 AI가 담당, 인간은 심층 취재를 맡는다. AI가 실시간 SNS를 분석하므로 뉴스 속보성도 향상된다 |
#요리
요리 영역은 섬세한 창조력이 필요해 인간의 독무대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여기에도 인공지능 바람이 불고 있다. IBM의 인공지능 ‘셰프 왓슨’은 1만여 가지의 조리법을 학습했으며, 재료와 맛에 대한 빅테이터를 갖추고 있다. 일반적인 레시피 검색사이트와 다른 것은 단순히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메뉴를 찾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때마다 식재료 조건에 맞는 메뉴를 추천해주며, 기존 레시피에 없는 참신한 요리도 만들 수 있다. 가령 ‘초콜릿+마요네즈’라는 무모한 조합에도 곧바로 대응해 맛있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야말로 천재 요리사인 것이다.
그렇다면 왓슨이 제안하는 요리 맛은 어떨까. 얼마 전 왓슨과 일본의 셰프 하마자키 다이스케가 변형 메뉴 대결로 주목을 모았다. 완성된 요리를 ‘독창성’과 ‘맛’으로 나눠 평가한 결과, 맛에 있어서는 하마자키 셰프가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다. 반면 “독창성은 왓슨이 우위”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 시식자는 “한정적인 재료를 활용해 조화로운 맛을 이끌어낸 아이디어에 놀랐다”며 만점을 주기도 했다. AI가 창조적인 영역까지도 인간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미래 예상 AI가 냉장고 안에 있는 재료를 판별하고, 낭비 없는 레시피를 제안한다. 새로운 요리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므로 인간의 창의성을 높여줄 수도 있다 |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