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가가고 싶어? 그럼 연락해~
▲ 신랑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일본 남성(위). 전문업체가 주도하는 대규코 미팅 모습. | ||
‘혼활’의 첫 단계는 자신을 꾸미고 가꾸는 데부터 시작한다. 겉모습보다는 내면이 중요다곤 하지만 첫인상이 나쁘면 자신의 내면적인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조차 얻을 수 없다. 첫 만남을 두 번째 세 번째 데이트로 이어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곳이 있다.
‘프라이빗매너레슨’은 혼활 중인 남성들에게 첫인상을 결정짓는 매너와 에티켓을 가르치는 일종의 과외 교습소다. 당당한 자세와 걸음걸이, 세련된 매너로 여성을 에스코트하는 법 등을 전문가가 철저하게 지도해 주기 때문에 이 레슨을 받으면 첫인상이 놀랄 정도로 바뀐다고 한다.
과외로 만족할 수 없다면 ‘신랑학교’는 어떨까. 이곳은 결혼을 간절히 원하는 남성들만을 위한 ‘특별한 학교’다. 이곳에 입학하면 가장 먼저 결혼의 ‘냉혹한 현실’에 대해 배우게 된다. 신랑학교의 대표인 오하시 세이로 씨에 따르면 “많은 남성들이 만남의 기회만 있다면 자연스럽게 결혼에 골인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일단 그 착각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충고한다.
신랑학교에서는 외모나 대화능력을 갈고 닦는 법, 여성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는 법 등을 꼼꼼하게 가르쳐준다. 실제로 이 신랑학교 졸업생들의 반 이상이 첫 만남에서 두 번째 데이트 약속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고 하니 효과는 확실한 듯하다.
자신을 가꾸고 매너까지 갖췄다면 혼활의 두 번째 단계는 만남이다. 도쿄의 롯본기에는 ‘혼활바’라는 별칭을 얻은 회원제 술집이 있다. 2008년 오픈한 이곳은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어 무려 3800명이 넘는 회원들이 가입되어 있다. 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믿을 수 있고 자연스러운 만남을 즐길 수 있다. 이곳은 완전 예약제로 운영되며 남성은 3150엔(약 4만 9000원)의 입장료를 내며 여성은 무료다.
모르는 사람과 일대일로 만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미팅 세팅 업체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러시’는 원하는 미팅 상대를 찾아주는 것부터 일정과 미팅 장소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주선해주는 업체다. 단체 미팅이기 때문에 이곳의 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2명 이상이 그룹으로 등록해야 한다. 이런 시스템 덕분에 ‘의사들과의 단체 미팅’이나 ‘스튜어디스 팀과의 만남’ 등 고객의 세세한 요구에 대응할 수 있다.
만남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남은 것은 결혼을 위한 프러포즈다. 영화에 나오는 듯한 로맨틱한 프러포즈를 바라는 건 남녀 마찬가지. 이런 프러포즈를 도와주는 회사도 있다. 이벤트 업체 ‘콘체르토’는 경치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고베 항에서 호화 여객선과 밴드의 라이브 연주, 유명 요리사의 음식 등을 총동원해서 평생 잊지 못할 프러포즈 분위기를 연출해준다. 여성이 프러포즈를 받아들이면 밴드의 축하 연주와 함께 꽃다발, 샴페인, 기념촬영 등의 서비스가 있다. 2007년 서비스를 시작한 후 지금까지 98쌍 모두가 결혼에 골인하는 100% 성공률을 자랑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녀를 대신해 부모끼리 맞선을 보는 ‘대리맞선’이 주목받고 있다. 대리맞선에 참가하는 부모들은 주로 60~70대. 다른 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자녀의 사진과 프로필을 교환한다. 부모끼리 먼저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에 상대 집안의 사람 됨됨이나 분위기를 더 잘 알 수 있어 일반 맞선보다 성사율도 높다.
지자체에서도 미혼 남녀들을 맺어주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나라 현에서 운영하는 ‘나라만남센터’다. 나라 현은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으로 지역민들의 ‘혼활’을 지원하게 됐다. 지자체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민간 기업의 맞선 이벤트에 비해 저렴하고 안심할 수 있어 나라 현 밖에서도 미혼 남녀들의 참가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아직 시작 단계지만 ‘결혼 비즈니스’가 불황을 타지 않는 새로운 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