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등 13개 구역 선정…LH 사장 “정상적으로 굴러갈까” 발언 충격파 지속
이에 더해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선도지구 발표를 며칠 앞두고 사업 추진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내놓아 주택분야 정부기관이 스스로 우려되는 미래를 선제 예고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27일 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등 1기 신도시 노후 아파트 정비사업 선도지구로 총 13개 구역(3만 5897세대)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9월 선도지구 지정 신청서를 낸 구역은 1기 신도시(총 26만 세대) 특별정비예정구역 162개 가운데 51%인 99개 구역(총 15만 3000세대)으로 ‘7.6 대 1’의 선정 경쟁률을 보였다. 특히 성남 분당지역은 67개 특별정비예정구역 가운데 47곳이 각각 90% 수준의 주민동의율을 담은 신청서를 내며 경쟁이 달아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이한준 LH 사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선도지구를 선정하다고 하니 여러 단지가 손을 들었는데 정상적으로 (사업이)굴러갈 곳이 얼마나 될지 냉정하게 봐야 한다”며 “분담금에 따라 재건축 추진이 굉장히 제한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하며 이주 대책도 이를 고려해 짜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LH는 이후 해명자료에서 “선도지구사업 추진 시 지역별 시세와 용적률 등에 따라 주민부담금 등 사업추진 여건이 달라질 수 있음을 말한 것”이라며 원론적 수준의 발언으로 의미 부여 했지만 주택분야 정부기관 수장 발언으로서 그 무게감과 충격성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사실 그동안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었을 뿐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성에 문제가 없다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며 “다만 아직 사업이 구체화가 안 된 상태에서 비판적 제언은 가능한 것으로, 달리 특별한 의도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종석 신도시재건축연합회장은 “이 사장의 발언은 1기 신도시의 근본적 사업성 문제를 거론했다기보다 경쟁이 과열된 분당지역 단지들의 이른바 사업 계획 ‘풀베팅’을 우려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분당 내 단지들이 선도지구 선정 경쟁에서 떨어질 것을 걱정하며 저마다 공공기여율 추가, 장수명 주택 인증 등 ‘도시기능 활성화’ 항목의 가점 획득을 노린 것이 미래 추가 분담금을 높여 사업성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분당의 경우 재건축 시 서울 주요지역 못지 않은 분양가격을 책정하며 어느 정도 사업성 확보가 가능해 1세대당 1억~2억 원 수준의 추가분담금을 내는 구역부터 반대로 환급을 받는 구역까지 다양한 상황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감정평가법인이 분당 주요 단지들의 의뢰를 받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수내동 A 단지(3026세대‧전용면적 59∼191㎡)를 지상 26층 높이 4590세대(전용면적 59∼193㎡)로 재건축할 경우 세대당 1억 5000만∼2억 원의 추가분담금이 나올 것으로 추정됐다. 현 용적률 211%, 재건축 용적률 332%, 공공기여율 15% 조건이다. 향후 일반분양가는 1평(3.3㎡)당 평균 5570만 원, 공사비는 3.3㎡당 800만 원이 적용됐다.
기존 용적률이 168%인 분당 이매동 B 구역은 재건축 시 용적률을 325%로 올릴 경우 1500만~1억 원을 환급(동일 평형 유지 조건)받을 수 있다는 긍정적 예측이 나왔다. 이번 분당 선도지구로 선정된 단지들의 매매 실거래가격은 전용면적 84㎡ 기준 15억~17억 원대에 분포해 있다.
반면 시세가 5억~7억 원(전용면적 84㎡ 기준) 수준인 일산 선도지구는 향후 분양가격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어 평균 용적률이 169%에 불과한 장점도 썩 힘을 못 쓸 수 있다. 세대당 추가 분담금이 수억 원, 일부 단지는 집값보다 더 높은 금액의 분담금이 필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주민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분담금은 사업 추진 의지를 위축시키고, 주민 간 의견 충돌을 자극해 사업이 지연되거나 결국 좌초될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선도지구 선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전반적 사업성 우려나 이를 개선할 대책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선도지구 지정 규모를 최초 계획한 2만 6000세대에서 최종 3만 5897세대로 1만 세대나 늘린 것은 향후 적지 않은 구역이 사업성 부족으로 중도 하차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일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부는 이날 발표에서 ‘공사비 지원’에 초점을 맞춰 12조 원 규모 ‘미래도시펀드’를 조성하고, 특히 HUG 보증 한도에 공사비를 포함시켜 건설사들의 재원 조달 리스크를 경감해 공사비 인하를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금융지원 방안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이 역시 조합원(주민) 입장에선 결국 대출 성격이 될 수 있어 만만치 않은 사안”이라며 “선도지구 선정구역들의 사업추진 속도가 분당 등 ‘부촌’ 중심으로 두드러질 여지가 크고, 지역적‧국지적 양극화로 연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강훈 기자 ygh@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