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이상은 내 품에 꽉 ~
실제로 최근 미국 루이지애나에서는 유명 포르노배우를 상원의원 후보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화제다. 출마할 경우 그녀가 맞서야 할 상대는 2007년 미국 정가를 휩쓴 성매매 스캔들에 연루되고도 의원직을 꿋꿋하게 지켜온 공화당 중진 의원이다. 과연 내년 중간선거에서 ‘성매매 의원’과 ‘포르노 배우’의 한판 대결이 이루어질까.
‘정직하게 몸 바치겠습니다!’, ‘루이지애나 경제가 살아날 때까지 채찍질을!’ 미국의 포르노 스타 스토미 대니얼스(29)가 만약 있을지도 모를 자신의 선거운동을 위해 직접 만든 슬로건들이다.
포르노 배우 겸 성인영화 감독으로 활동 중인 대니얼스는 최근 팬들이 그를 루이지애나주 상원의원 후보로 추대한 사실이 알려지며 CNN과의 인터뷰에 출연하는 등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추대 동기에 관해 일부 언론에서는 기존 정치에 대한 조롱이나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대니얼스를 위한 선거운동 웹사이트인 ‘드래프트스토미닷컴’을 만들어 처음 활동을 시작한 잭 허드슨 등 그의 지지자들은 절대 아니라며 정색하고 있다.
지지자들이 대니얼스를 추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녀의 ‘정직성’이다. 그들은 웹사이트를 통해 깨끗한 정치인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대니얼스야말로 ‘루이지애나의 부패한 정치인을 휩쓸어버릴 폭풍우(‘스토미’란 대니얼스의 이름은 영어로 ‘폭풍우 치는’이란 뜻)’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직성과 함께 그녀의 열정과 강인한 성품을 장점으로 들었다.
갑자기 상원의원 후보로 거명되며 난생 처음 옷 입은 상태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대니얼스는 이미 미국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도 잘 알려진 포르노 스타. 자신의 무대인 포르노 영화에서 그녀의 주무기는 강인한 성품이나 언변이 아닌 36-26-36인치의 풍만한 몸매에 머리보다 큰 왕가슴이다.
▲ 비터 의원 | ||
대니얼스는 지금까지 세계 3대 포르노 영화제 중 하나인 AVN영화제에서 다섯 차례나 수상했으며 관객이 선정하는 인기상인 F.A.M.E.어워드에서는 2004년과 2005년 연속 ‘최고의 가슴상’을 받는 등 각종 포르노 관련 시상식에서 수십여 차례나 수상한 바 있다.
2004년부터 그녀는 활동영역을 넓혀 배우로뿐 아니라 성인영화 시나리오 작가 겸 감독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머지않아 공포영화를 연출할 것이라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등 주류 영화와 인기 팝그룹의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한 바 있다.
반면 대니얼스의 적수가 될지 모르는 현 루이지애나 상원의원인 데이비드 비터 의원(47)은 하버드대학과 옥스퍼드대학을 거친 전형적인 엘리트 이력을 자랑하고 있다. 1999년 그는 당시 공화당 소속 루이지애나 하원의원이 간통사건으로 사임한 후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선거에서 승승장구하던 비터 의원은 2002년 주지사 선거에 출마했으나 선거운동 과정에서 매춘여성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폭로되면서 중도 사퇴했다. 그러다 2004년 루이지애나 상원의원으로 당선되면서 정치 복귀에 성공했다. 그러나 2007년 비터 의원은 또다시 추문의 장본인이 되면서 정치 생명의 위기를 맞았다. 당시 워싱턴 정가를 휩쓴 성매매 스캔들에 연루되면서 소위 ‘DC마담’으로 불린 데버러 진 팰프리(1956~2008)의 고객 리스트에 전화번호가 기록된 사실이 들통난 것이다. 비터 의원은 온갖 비난에도 불구하고 성매매 사실은 시인했으나 끝내 사임하지는 않았다. 지난 해 말부터 그는 재선을 노리며 내년 중간선거를 위한 정치자금 모금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 아동 포르노 사이트 반대 운동 등 사회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 ||
대니얼스가 정말로 출마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이 문제를 가족과 친구들과 진지하게 상의할 예정이며 순회 공청회를 통해 여론을 수렴할 뜻이 있다고 관심을 표명했다.
아울러 비터 의원에 대해서는 ‘위선자’라고 쏘아붙이며 언제든 한판 붙을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그녀는 만약 출마하게 된다면 무소속으로 나갈 예정이라고도 말했다.
그런데 아무리 한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고 해도 포르노 배우인 대니얼스가 정말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이 있는 것일까. 지지자들은 풍부한 경험(?)과 경제의식을 들어 정치적 자질이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녀의 이력에서 정치와 연관지어볼 수 있는 부분은 학창시절뿐이다. 대니얼스는 고교시절 학교신문사의 편집장으로 활동했으며 세계적인 청소년 단체인 4H클럽의 학교 대표로도 활약할 만큼 적극적인 모범생이었다. 최근에는 아동 포르노 사이트 근절과 미성년자의 성인사이트 이용을 차단하기 위한 비영리단체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으며 아동과 경제 문제 등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포르노 배우가 정치인으로 변신을 꾀한 사례는 몇 차례 있었다. 미국에서는 지난 2003년과 2007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메리 케리(28)가 아널드 슈워제네거에 도전장을 낸 바 있다. 체코에서는 포르노 스타 노라 바움베르거(39)가 정치 입문을 시도했으나 선거에 출마하지는 못했다. 또 이탈리아에서는 지난 2008년 밀리 다브라치오(45)가 ‘사회당의 엉덩이’란 구호를 들고 로마시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했다. 지금까지 포르노 배우가 선거에서 당선된 예는 1987년 헝가리 출신의 포르노 스타 치치올리나(57·본명 일로나 스탤러)가 이탈리아 하원의원에 선출된 것이 유일하다.
한편 대니얼스의 출마설에 대한 의견을 묻는 CNN의 취재 요청에 비터 의원 측은 “유권자들은 자기 생활에 몰두하느라 정치 장난에 신경 쓸 틈이 없다”고 깎아내렸다.
이예준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