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시민장학회 97차 이사회의
[이천=일요신문] 유인선 기자 = 이천시민장학회는 우수 인재양성과 이천시의 교육 경쟁력 향상을 목적으로 설립된 재단 법인이다.
1996년 설립이후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관심 속에 전국 제일의 장학사업의 선두 주자로 우수사례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으며 다른 자치단체들의 벤치마킹의 대상이 될 정도로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2014년 지방선거 이후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기금 모금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장학생 선발과정, 사후 관리 등의 문제점들을 드러내면서 시민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급기야 시민장학회는 지난 14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출자·출연기관 운영’에 관한 정관 개정(안) 을 주요내용으로 이천시가 장학회의 출자출연기관 임을 확인하고 법령에 근거한 출연금을 지급받기 위해 임원 선임, 해산 및 재산 귀속에 관한 사항 등을 논의했다.
회의는 비방과 고성 등을 주고받으며 논쟁을 펼치다 결국 표결을 거쳐 부결을 결정했다.
그러나 지난 5월에 이어 같은 안건으로 진행된 이사 회의는 절실하고 시급한 현안에도 불구하고 책임의식이 결여된 이사들로 인해 순수한 장학사업의 기능이 상실됐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회의에서 “하이닉스의 반도체 성장으로 지방세가 800억이 넘으니 100억 정도를 장학기금으로 출연받자”고 발언한 A이사, “시대가 변했다, 쥐를 잡는데 흰 고양이면 어떻고 검은 고양이면 어떠냐”며 정관을 개정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거액의 장학금을 조성하자고 주장한 B이사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시민 최 모씨는 “과연 이천시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쓰여야 할 시민들의 혈세가 그들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지 묻고 싶다”며 언성을 높였다.
또한 투표결과 발표와 동시에 반발하며 “사퇴 하겠다”고 말하고 아직도 사퇴서를 제출하지 않은 C이사는 부적절한 언행으로 비난을 키웠다.
더욱이 시의 관리 감독을 받더라도 “시민들은 알 수 없다”고 주장한 D이사. 변하는 건 아무 것도 없다며 “이천시민장학회는 이사가 주인”이라는 E 이사의 시민들을 무시한 발언은 그 수위를 넘어섰다는 여론이다.
시민 이모씨는 “이런 발언과 행동들은 이천시민장학회는 시민이 주인이 아니라 이사들이 주인이라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설령 장학회의 미래를 염려하고 협조를 구하는 차원에서라고 십분 이해한다 하더라도 누구보다 시민을 하나로 모으고 인재 육성에 앞장서야 할 지역의 리더를 자칭하는 그들이 해야 언행들은 아니기에 시민들의 실망감은 더욱 크다.
그들이 과연 지역유지로서 장학 사업에 얼마나 기여 했을까, 어떤 과정을 거쳐 이사가 되었는지는 확인 할 수 없지만 기부금하나 없는 이사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본인의 책무는 망각한 채 과시용 명함만 들고 다니는 이사들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면서 지난해 회의를 통해 매년 장학금 출연을 약속했지만 이마저도 지키지 않고 있는 임원(이사 24명, 감사2명)이 17명으로 알려 지면서 그 충격을 더하고 있다.
물론 출연금의 많고 적음으로 이사들을 평가 할 순 없지만 시민장학회를 현재의 상태 까지 이르게 한 책임은 임원진들에게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사회의 결과가 알려지면서 SNS 상에서 ‘기득권이라고 생각하는 사심을 가진 임원이 있다면 아낌없이 내려놓아야 한다’는 내용과 ‘추락한 명예와 신뢰를 회복하고 시민의 기대와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이천시민장학회가 되었으면 한다’ 는 글이 올라왔다.
이에 대해 ‘감투로 생각하는 고정관념 버리시고 내려놓아야 한다’. ‘선배님들이 움켜 쥔 집착의 결과물’이라는 글들과 ‘이제 최소한 젊은 후배들이 일 할 수 있게 모든 자리 내려 놓으셔야 이천의 미래가 있다’는 댓글들이 줄을 이었다.
시민 김 모씨는 “이제라도 이천시민장학회는 설립취지 대로 돌아가야 한다”며 “장학회의 주인은 당연히 이천 시민”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어 “장학 사업은 정치적 이해나 해석으로 인해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될 일”이라며 “이천의 미래가 걸린 사업이기에 어떠한 분란의 소지도 없게 이사들 전원이 사퇴해야한다”고 말하고 “시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공개 모집으로 새로운 이사들을 선임해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성신퇴(功成身退)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공을 이루었으면 물러 날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높은 자리에 오르면 머무르고 싶지만 물은 고이면 썩게 마련이다.
우리는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물러남으로 명예를 지킨 인물들과 자신의 능력을 간과한 채 자리에 연연하는 지도자들을 역사 속에서 보아왔다. 이천시민장학회가 쌓아놓은 업적을 돌이켜볼 때 그간 이사들의 노고는 박수를 받기에 충분하다. 이제는 이천의 미래를 위해 미련 없이 떠나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자신이 떠나야 할 시기를 분명히 알고, 받아들이고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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