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녀 뜨자 한국 상품 훨훨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일본에서 모델활동 중인 김영아, 주부들 사이에서 붐을 일으키고 있는 북엇국 세트, 인기 점술가 어연희 씨. | ||
‘엔화벌이’에 일조하며 국위를 선양하는 것은 톱스타만이 아니다. 작년 가을부터 일본 주부들의 관심이 폭발하며 수십억 원의 수익을 창출해 낸 상품이 있다.
일본의 유명 TV방송에서 북엇국이 한국여성들의 깨끗한 피부의 비결이라고 소개되었다. 그러자 방송이 나간 직후 국의 재료인 북어포와 다시다가 하루아침 만에 히트상품으로 떠오른 것이다.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제일제당(CJ)의 다시다가 8월 한 달 간 기록한 수출액이 무려 5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일본에서 북어포 등 한국 식품을 유통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인터넷으로 주문이 들어오는 북어포 한 세트의 하루 평균 판매량은 전국적으로 50~100건 정도였다. 그런데 방송이 나간 직후 하루 주문량이 2440건 이상으로 올라갔고, 3일간 총 주문량이 6000건을 초과했다”고 한다.
북엇국이 소개된 것은 <마녀들의 22시>라는 미용에 관한 정보와 체험담 등을 주로 다루는 방송에서였다. 4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기같이 뽀얗고 탱탱한 피부를 가진 한국 여성이 ‘3분 만에 만드는 간단한 한국 요리로 아기 같은 피부를’이라는 제목으로 방송에 나와 자신의 깨끗한 피부비결은 북엇국이라고 말한 것이다. 그 주인공 양선하 씨(42)는 “20년 전 남편을 따라 일본에 왔다. 갑자기 바뀐 환경 때문에 스트레스로 피부가 엉망이었다. 그런데 해장을 위해 남편에게 끓여주던 북엇국을 함께 먹으면서 피부가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몸속의 독소를 제거해주는 디톡스 효과를 가진 북어 덕분에 피부가 좋아졌다는 그녀의 말과 함께 간단한 요리비법이 소개되자 주부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일본의 한 여행업체에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서울의 북엇국 전문점을 미용관광코스로 추가한 패키지상품을 출시할 정도였다.
‘한국의 미’를 일본에 알리고 있는 미녀가 한 명 더 있다. <논스톱3>에서 최민용의 동생으로 나와 이름을 알리는가 싶더니 돌연 행적을 감췄던 김영아(25)다. 그녀는 2004년 일본으로 건너와 모델로 활동을 시작해 지금은 유명잡지 <오찌>의 전속모델로 4년째 활동 중이다. <오찌>는 주로 20~30대의 여성들을 위한 오피스 룩을 소개하는 잡지. 김영아는 최장수 모델로 <오찌>하면 영아, 영아하면 <오찌>를 떠올릴 만큼 일본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그런 그녀가 최근 더욱 화제가 된 것은 <샤쿠레 007>이라는 최고 인기 버라이어티 쇼에 나오면서부터다. “동성애자가 아니냐”며 놀림을 당할 정도로 스캔들이 전무했던 유명 예능인 이마다 코지(43)가 방송에서 자신의 이상형으로 김영아를 소개한 것이다. 시청자들은 그 방송을 본 뒤, “얼굴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한국여자인 줄 몰랐다. 너무 아름답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방송에서 한 달 전 결혼을 했다는 그녀의 말을 듣고 “아직 어린데 너무 빨리 결혼을 해버린 것 같다”며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얼마 전에는 일본의 각종 영화와 드라마, 버라이어티 쇼 등을 종횡무진하며 활약 중인 게키단 히토리(33)가 자신이 한국의 아이돌 그룹인 ‘카라’의 열렬한 팬이라고 고백해 한국에서도 화제가 됐었다. 카라의 영상편지를 보고 눈물까지 글썽이는 게키단 히토리의 모습에 카라를 선전하기 위한 연극이 아니었냐는 등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지만 그는 “한류의 극성팬인 아내 덕분에 알게 된 카라를 알게됐다”며 “보는 순간 귀엽고 열정적인 모습에 반해 순수한 마음으로 팬이 됐다”고 말했다.
일본의 유명 연예인도 반하게 만든 한국 미녀들 덕분에 한국 미용업계도 톡톡히 덕을 보고 있다. 많은 일본여성들이 한국제 미용 상품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일본의 우체국에 가면 각 지방의 특산품을 팔기 위해 마련된 코너에 한국 화장품 브랜드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진풍경을 볼 수 있을 정도다. 또한 한 주간 가장 잘 팔리는 순서대로 각종 상품을 진열하는 것으로 유명한 ‘랭킹랭퀸’매장에는 한국 미용코너가 따로 마련되기까지 했다. 코너에는 천연 성분이 주원료인 쌀겨 마스크, 쑥 찜질 입욕제가 1, 2위를 다투고 있었고, 바디관리 제품에는 일본의 각질 제거 제품을 제치고 때밀이 수건이 당당히 상위에 랭크되어 있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최고의 화제상품이 된 BB크림뿐 아니라 클렌징 오일까지 그 인기가 대단하다. 깐깐한 일본여성들 사이에서 한국 제품이 싸고 질이 좋은 이미지로 자리매김을 한 덕분이다.
점술로 유명해진 한국여성도 있다. 도쿄 신오쿠보의 코리아타운에서 ‘세자매+1’이라는 음식점을 경영하고 있는 어연희 씨는 이미 일본의 아침 정보 방송인 <슷키리>에 고정출연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일본 휴대통신 3사(NTT, au, SOFTBANK)가 모두 그녀의 점술을 휴대폰에서 유료로 다운받아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정도다. 그녀의 이름인 어연희에서 어자를 일본어로 물고기를 뜻하는 사카나로 바꿔 사카나짱이라고 불린다. 그녀가 ‘세자매+1’에 음식을 먹으러 온 고객들에게 점을 봐주던 것이 잘 맞는다고 소문이 퍼지자 유명 연예인들까지 점을 보러 온다. 그녀가 인기를 모으게 된 비결을 한국인 특유의 솔직하고 담백한 말투에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금전운은 있지만 머리가 좋지 않다”라든가 “남자복이 없다” 등의 말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그녀를 보며 일본인들이 흥미로워하는 것이다.
일본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은 한국인들과 한국 상품들. 2010년에는 한국의 미와 솔직담백한 한국스타일이 세계에서 더욱 사랑받게 되길 기대해본다.
김지혜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