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서 꺼내 입에 ‘톡톡’
상트페테르부르크대의 예브게니 모스칼레프 교수는 얼마 전 가루로 된 보드카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가루 접착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한 이 기법은 비단 보드카뿐만 아니라 다른 종류의 술도 모두 가루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 가루 보드카의 단점은 ‘맛이 없다’는 데 있다. 보드카 본연의 맛은커녕 양초를 갈아놓은 듯한 맛이 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루 보드카가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모스칼레프 교수는 그 이유로 두 가지를 꼽았다. 첫째, 휴대가 간편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종이에 싸서 갖고 다니면서 먹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둘째, 알약 형태로 만들 경우 몇 알을 삼키느냐에 따라 원하는 정도의 취기를 미리 결정할 수 있다는 점 등이다.
또한 교수는 러시아인들이 보드카 대신 애용하고 있는 오데코롱 향수나 방향제, 기타 의약품 대신 이 가루 보드카를 사용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사람들은 과거 소비에트공화국 시절 음주금주령이 내려졌을 때 보드카 대신 알코올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 향수나 방향제를 물에 섞어서 마시곤 했다.
최근 들어서는 보드카 가격이 인상되면서 이른바 ‘보드카 대용품’을 마시는 사람이 부쩍 늘었으며, 매년 1억 5000만 리터가 팔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보드카 가격이 인상됐던 지난 11월 한 달에는 전달에 비해 무려 9%가량 소비량이 증가하기도 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