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미국은 세금전쟁에서 승리할 것인가? 중요한 사실은 법인세 인하가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의 창업이나 투자증가는 이익에 대해 세금을 덜 내는 감세보다는 신산업 발굴, 기술혁신, 벤처육성, 규제완화 등 이익자체를 늘릴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 더 활성화한다. 따라서 무분별한 감세경쟁은 오히려 기업의 투자나 창업의지를 꺾고 기존의 양극화 구조를 확대하는 현상을 낳을 수 있다. 더구나 재정적자를 늘려 정부의 부도위험을 높이고 국민의 세금부담만 가중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감세전쟁은 1986년 미국의 감세정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레이건 행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법인세율을 46%에서 34%로 낮추었다. 이후 독일은 51%에서 16%로, 일본은 42%에서 23.4%로 법인세율을 내리는 등 세계 각국에 감세열풍이 불었다. 그러나 어떤 나라에서도 감세정책 때문에 경제성장률이 상승하고 국민생활이 향상했다는 확실한 증거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시장경제의 결함인 양극화를 심화하여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리고 사회불안을 야기하는 현상을 낳았다.
우리 경제는 일단 세금전쟁의 포화를 맞고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가 법인세 최고 세율을 3%포인트 올린 상황에서 미국이 법인세율을 14%포인트나 내림에 따라 향후 10년간 매년 국내총생산(GDP)은 1.7% 감소하고 일자리는 10만 5000개가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더욱이 미국경제가 감세효과로 인해 단기적으로 경기가 활성화하는 효과가 나타나면 금리인상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 외부감사대상 기업 중 15%에 육박하는 한계기업들의 부도가 앞당겨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도 감세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 문제는 감세를 무분별하게 추진할 경우 양극화를 더욱 악화시켜 경제성장을 막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5대 대기업 영업이익이 기업전체 영업이익의 70%나 된다. 이런 상태에서 법인세 인하 등 감세정책을 펼 경우 대기업 이익만 늘려 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감세정책의 전제조건으로 한시 바삐 경제력 집중을 해소하여 균형적인 산업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더 나가 감세전쟁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투자를 확대하고 신산업 발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동시에 기업생태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새로운 벤처와 중소기업들이 자유롭게 일어나게 해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 경제가 감세전쟁의 위기를 딛고 승자로 일어서는 저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 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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