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 섬 외도에는 유럽영화에서나 볼 듯한 ‘비너스정원’이 조성돼 있다.(위) 아래 사진 외도의 ‘천국의 계단’은 연인들을 위한 최상의 관람포인트다. | ||
[외도 고혹적인 핏빛 동백숲]
동백꽃을 운치 있게 볼 수 있는 곳으로는 외도(外島)를 빼놓기 어렵다. 거제도에서 배를 타고 약 4km 지점(배로 약 30분)에 위치한 작은 섬이다. 한려해상공원에 포함돼 있지만 지도에서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작은 섬. 그럼에도 가장 잘 가꾸어진 해상식물농원으로 꽤 유명해진 곳이다. 인기 드라마 <겨울연가>의 라스트신이 촬영되는 등 드라마나 영화의 배경으로도 훌륭한 이곳은 유난히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
흡사 드라마 촬영이 이루어지던 그때처럼 동백숲 사이로 붉은 꽃망울 곱게 얼굴을 들고 사뿐이 즈려 밟기도 미안할 만큼 고혹적인 붉은 꽃잎이 뿌려지고 있다.
여수의 오동도가 동백으로 알려져 있지만, 외도 밑의 작은 섬 지심도를 제외하고는 외도만큼 큰 동백나무를 보기는 어렵다. 외도의 동백은 군데군데 오솔길을 형성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사람의 키를 훌쩍 넘길 뿐 아니라 가지도 워낙 풍성하여 터널을 이루고 있어 오랜 자생 동백나무임을 짐작케 한다.
동백은 그 핏빛 아름다움 때문에 자주 애절한 사랑과 결부되어 연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떨어진 꽃잎이 안타까운 것도 붉은 빛깔과 관련되어 있고 잎의 푸른 잎사귀에 대비되어 오랜 여운을 남기게 된다.
▲ 외도의 첫관문인 아치형 대문과 별장을 연상케 하는 관리사무소. | ||
척박하기 이를 데 없던 외딴 섬을 사들여 식물농원을 만든 주인공 이창호씨(68)는 안타깝게도 지난 3월1일 세상을 떠났다. 이창호씨 부부는 이 섬에서 귤농장, 돼지사육 등 여러 차례의 시도와 실패 끝에 지금의 해상 식물농원을 가꾸는 데 성공했다. 그 지난한 과정은 TV드라마로도 방영됐을 만큼 눈물겨운 것이었다. 4만7천여 평의 거대한 농원에는 전세계 희귀종을 포함해 총 1천여 종의 식물들을 심어 놓고 있다.
외도는 동백꽃 이외에도 다양한 볼거리들이 많다. 남국의 파라다이스로 불릴 만큼 다양한 테마공원을 비롯해 외도에 세워진 건축물이나 조각들은 모두 국내 유명 조각가의 작품이거나 건축가들의 미적 감각에 의해 탄생된 것들로, 보는 즐거움이 더해진다.
선착장에서 내리면 외도의 이미지를 축약시켜 보여주는 예쁜 아치정문을 만난다. 오른쪽 경사로(섬 전체를 오른쪽으로 올라가서 왼쪽으로 내려오는 순서로 관람하는 것이 좋다)를 따라 올라가면 아열대 식물원이 맨 처음 관광객들을 반겨준다. 길게 늘어선 야자나무와 50여 종의 선인장은 전형적인 남국의 멋을 자랑하고 있다.
유럽 영화에서나 볼 것 같은 비너스정원은 12개의 비너스 조각들이 푸른 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눈부시게 빛을 발한다. 왼쪽 옆으로는 세계 각지에서 들여온 희귀한 꽃들이 찬사를 모으고 길 따라 오르면 해금강, 대마도가 보이는 제1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선 간단한 차와 스낵 등을 즐기기도 한다.
아름다운 섬이지만 연인들이 좋아하는 최상의 관람포인트로는 조각공원 가는 길의 동백나무 오솔길, 편백방풍림을 아름답게 배치한 천국의 계단과 작은 교회가 있는 명상의 언덕이다.
▲ 3월 한 달간 매화축제가 열리는 광양시 다압면 매화마을 은 지금 온통 연분홍 물결이다. | ||
[섬진강 하류 광양의 매화마을]
섬진강 하류는 물줄기를 사이로 전남 광양과 경남 하동이 마주보는 곳. 3월 광양땅에 매화가 활짝 피고 그 꽃잎이 떨어지는 4월 무렵 하동땅에선 벚꽃이 만개한다. 빛깔도 모양도 비슷한 꽃들이 강줄기를 사이로 순서있게 이어 피는 것을 시작으로 섬진강 줄기는 꽃대궐을 이룬다.
봄의 전령 매화의 본고장은 전남 광양시 다압면이다. 하동읍에서 섬진교를 따라 강을 건너면 곧장 다압면이다. 연분홍 치마가 흩날리듯 매화 만발한 매화마을. 이 마을의 간판격인 ‘청매실농원’은 다리를 건너자마자 오른쪽으로 들어간다. 다리 건너에 입간판이 서 있다.
3월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 동안 마을에서는 꽃과 함께 축제를 연다. 화려하면서도 소박한 매화 향기를 찾아오는 사람들로 벌써부터 성황이다. 축제장은 농원의 2천여 개 장독대만큼이나 많은 관광객들이 빼곡하게 들어서고, 축제에서 즐길 수 있는 전통 먹거리도 놓칠 수 없다는 분위기다. 꽃도 꽃이려니와 산중턱에서 내려다보는 연분홍 물결과 섬진강의 조화로움이 한층 더 매력적이다.
다압면에 처음으로 매화바람을 불러온 청매실농원은 고 김오천옹을 시작으로 하여, 매실 명인 홍쌍리 여사가 2대 농사꾼이 되면서 전국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지금은 그의 장남 김민수씨가 3대 농사꾼으로 가세해 전통농원으로 자리잡았다.
3월 중순까지는 청매실농원을 중심으로 언덕 아래쪽부터 꽃이 만개하기 시작하여 3월 말∼4월 중순까지 농원 구릉을 따라 구름처럼 피어오른다. 정확히는 축제가 막 끝날 시기에 이르러야 산중턱까지 화려하게 핀 매화를 감상할 수 있다. 관광버스 행렬이 줄어드는 3월 말 즈음, 실은 이때가 산 여기저기 뻗어있는 예쁜 산책로를 따라 꽃사이를 조용히 걷기엔 최고의 시즌이다.
한바탕 잔치를 펼친 매화가 봄의 전령을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면 이곳은 다시 매실을 거둬들이는 수확축제를 준비하게 된다. 5월 중순경 꽃잎이 진 자리마다 푸른 열매가 맺히면 농원에는 건강한 농군들의 웃음꽃이 가득하게 피어난다. 매실의 건강효과는 잘 알려져 있다.
매실주로, 음료로, 장아찌나 간장 같은 각종 저장식품으로 가공되어 매실은 꽃이 지고나서도 오래도록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된다.
▲가는 길: 남해고속도로 순천방향-하동IC-하동읍에서 좌측 섬진교 건너 바로 우회전. 4km 직진. 청매실농원 061-772-4066. 박수운 여행전문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