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 월급 줄 돈 없어’ ‘폴크스바겐 계약도 파기’…경영난 의도했거나 과장했거나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검찰의 특수활동비 수사와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차량을 타고 사무실을 빠져나가고 있다. 박정훈 기자
다스 전·현직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10일 다스 경영진은 비공식 회의에서 “은행권 신규 대출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부도 가능성을 직접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1월 중 만기가 돌아오는 어음을 막지 못할 경우 부도가 날 수 있으며, 일부 간부급의 경우 월급 지급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다음 날인 11일에는 전국금속노동조합 다스지회장 앞으로 공문을 발송하고 “자금 상황의 어려움으로 인해 (회사가) 중대한 경영위기의 기로에 마주하였다”고 주장했다. 이 무렵 다스 안팎에선 “청와대가 금융권을 움직여 회사를 압박한다”는 주장까지 나돌았다.
또 다스는 완성차업체인 폴크스바겐과 신규 납품 계약을 추진하던 중 계약 선행 조건인 독일 현지 공장 설립을 포기하면서 사실상 계약을 파기했다. 다스 사정에 밝은 인사는 “다스가 먼저 폴크스바겐 측에 계약 이행이 어렵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안다”며 “최근에는 2차 협력사들에 1월 말 지급해야 할 납품대금을 줄 수 없다고 통보해 내부 불만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요신문’은 지난해 11월 18일 ‘다스, 폭스바겐과 계약 임박… 다시 불붙는 본사 해외 이전설’을 통해 다스와 폴크스바겐 간 계약 추진 사실을 최초 보도한 바 있다.
다스 안팎에선 다스의 이 같은 경영난이 의도됐거나 혹은 과장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안원구 국민재산되찾기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부도가 나려면 회사 매출이 급락하는 등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다스의 경우는 유보된 이익이 많고, 자동차업계 경기도 회복 중인 데다 은행권도 향후 수익이 보장되는 회사의 대출 상환을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다”라며 “부도설은 일종의 피해자 코스프레, 즉 멀쩡한 회사가 정치적인 이유로 망가졌다는 프레임을 씌우려고 (MB 측에서) 기획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앞의 다스 사정에 밝은 인사도 “일종의 쇼”라며 “국내 자산이 해외로 빠져나간 부분을 빼놓고 경영난을 언급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다스는 지난 11일 전국금속노동조합 다스지회장 앞으로 공문을 발송하고 “자금상황의 어려움으로 인해 (회사가) 중대한 경영위기의 기로에 마주하였다”고 주장했다. 사진=제보자 제공
그런데 다스 중국법인에 이어 매출 규모 2~3위인 미국법인(매출 2686억 원)과 체코법인(매출 1290억 원)은 나란히 자본(-53억~52억 원) 대비 부채(619억~1450억 원)가 월등히 많은 ‘부실 회사’로 나타났다. 또 브라질법인 등에 대해선 회계상 ‘대손충당’ 처리하고 해외 투자에서 입은 손실을 다스가 떠안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스는 2015~2016년 각각 285억 원, 286억 원을 대손충당 처리했다. 즉 매년 국내 자산이 투자 손실 명목으로 해외로 빠져 나간 것이다. 안원구 위원장은 “현대차그룹이란 확실한 납품처를 가진 다스가 매년 해외사업에서 거액의 결손을 낸 이유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라며 “다스가 회계를 분식해 이익을 조절했거나 돈을 빼돌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검찰은 다스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동부지검의 ‘다스 수사팀’과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 인력을 각각 충원한 데 이어 다스 경영진이 연루된 분식회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특별세무조사 과정에서도 하청업체를 이용한 세금 탈루 혐의가 일부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2008년 후 최근까지 다스 경영진의 분식회계, 횡령 혐의에 대한 자료 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다스 전직 핵심 관계자는 “문제는 경영승계”라며 “다스가 이동형에게 우선 대표 자리를 주고, 이시형이 뒤에서 도왔다면 이 같은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 일각에선 현 수사팀의 수사 의지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스 본사 압수수색 당시 다스 해외법인을 총괄하는 홍 아무개 부장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는 압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내 협력사 관리를 총괄하는 박 아무개 구매실 부장, 인사노무실의 한 아무개 이사도 하드디스크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 부장과, 박 부장, 한 이사는 모두 이시형 전무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검찰 측은 “관련 제보 내용을 확인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앞서 다스는 지난해 10월 ‘일요신문’ 등이 이시형 전무로의 경영권 승계 움직임을 집중 보도하자 홍 부장을 체코에서 급히 귀국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스 해외 법인 임원을 전격 교체하고, 제보자 색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다스 전직 핵심 관계자는 “문제는 경영승계”라며 “다스가 이동형에게 우선 대표 자리를 주고, 이시형이 뒤에서 도왔다면 이 같은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간 다스는 홍 부장을 중심으로 해외법인을 이시형 전무로 넘기는 승계작업을 해왔다. 일례로 이시형 전무는 중국 다스의 지주사 격인 베이징 다스를 지배하면서 다른 2곳의 해외법인을 지배하는 승계안을 마련했다고 전해진다. 실제 다스 인도법인을 제외하고 남은 해외법인은 모두 이시형 전무가 장악하고 있다. 다스 안팎에선 해외법인의 경영 승계는 사실상 끝났다는 말도 나온다.
국내에서도 ‘제2의 다스’ 에스엠을 통한 경영승계가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다스는 이동형 다스 아산담당 부사장이 지분 90%를 가진 ‘알짜 내부거래 회사’ 에스비글로벌로지스에 대해 퇴출을 통보했다. 에스비글로벌로지스는 에스엠과 같은 주소지를 쓰는 물류업체로 다스 제품 포장과 운송 업무를 도맡고 있다. 다스 전직 간부는 “회사가 (에스비에) 줬던 일감을 다시 가져가려고 하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에스비글로벌로지스는 최근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