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원 가까운 금액 투자, 보유 목적 두고 뒷말…SM그룹 “현시점만으로 평가 부적절, 해운업 시너지 향상 차원 보유”

신사업을 하려면 결국 돈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9500억 원가량 쏟아부은 HMM 주식을 유동화해 재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이 내부에서도 일부 있었지만, 경영진 선에서 단칼에 거절하면서 공식적인 검토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매도하게 되면 손실이 3000억 원을 넘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HMM 주식을 장기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경영 측면에서 도움 되는 것은 없지만, 그래도 손절은 절대 할 수 없다는 기류가 팽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인수전에 도움 될까 해서 샀던 HMM 주식
7일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SM그룹이 2022년부터 1년여간 HMM 주식을 장내매수한 것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면 HMM 인수전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당시 HMM은 ‘흠슬라(HMM + 테슬라)’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투자 열기가 뜨거웠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물동량이 폭증하면서 2000원대에 불과했던 주가가 2021년 한때 5만 1100원까지 오르기도 했던 만큼, SM그룹은 주식을 매수해 두면 나중에는 얼마든지 익절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HMM은 걷잡을 수 없는 규모의 이익을 남겨 보유 현금이 15조 원에 육박했다. 매각 측이 원하는 몸값이 너무 비싸다면서 결국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SM그룹이 주식을 매수했던 이유다. 하지만 현재 주가는 1만 9000원대로, 매수 가격(2만 9700원대)을 감안하면 평가손실이 3200억 원이 넘고 있다.
SM그룹의 행보는 호반그룹과 비교가 된다.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은 SM그룹과 마찬가지로 다수의 인수합병(M&A)으로 호반그룹을 키워냈는데, 2022년 한진칼 지분 취득이 특히 큰 성과로 이어졌다.
호반그룹은 사모펀드 KCGI로부터 지분을 처음 취득한 이후,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율을 18.78%까지 끌어올렸다. 장내매수 가격은 주당 4만 원대부터 8만 원 정도로, 현재 한진칼 주가가 13만 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 1조 원가량의 평가차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호반그룹은 또 LS 주식 투자를 통해서도 상당한 차익을 올렸다. 취득한 주식 수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공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봤을 때 지분율은 5% 미만이었다. 그리고 단기 투자였다는 점을 봤을 때 확정이익은 1000억 원대일 것으로 추정된다.
#호반그룹은 ‘다른 목적’도 있었는데…
SM그룹의 HMM 주식 투자는 주가 손실도 손실이지만,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무의미한 규모라는 점에서도 잘못된 투자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호반그룹의 경우 한진칼, LS 모두 처음 투자에 나설 때부터 경영권에 참여할 의사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2대주주로서 최대주주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었던 한진칼은 물론이고, LS에 대해서도 경영권 참여 의사가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LS는 최대주주 지분율이 현재 기준 32.60%에 달하지만, 최대주주가 구씨 집안 45명 개인들로 구성돼 있다. 지금은 집안 내 결속력이 상당하지만, 4~5세로 내려갈수록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일부에서는 나왔었다. 호반그룹이 이 지점을 노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SM그룹의 HMM 투자는 이런 상황과는 다르다. 2023년 7월 지분율이 가장 높았을 때는 6.56%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영구채와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발행주식 수가 폭증했다. 이에 지분율은 3.9%까지 떨어졌고,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결국 HMM 주가가 올라야 SM그룹도 엑시트(회수)를 고민할 것으로 보이나, 현재로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전쟁이 지속되고 미국의 추가 관세 인상 가능성이 대두하면서 2분기 평균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SCFI)가 전년 동기 대비 42% 오른 수준을 유지했으나, 그만큼 하반기 이후 다운사이클로 진입하지 않겠느냐는 보수적인 시각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두 달 사이 보고서를 내놓은 증권사 중 단 한 곳도 매수 의견을 제시하지 않은 것만 봐도 이를 짐작할 수 있다. 하나증권은 목표가 2만 1000원에 중립 의견을 제시하고 있고, 대신증권은 시장수익률(Marketperform) 의견에 목표주가 2만 3000원을 제시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목표가 없이 중립 의견을 내놓은 상황이다.
#HMM 인수 시너지 크지만 실현 가능성 낮아
IB업계에서는 SM그룹이 태생적으로 M&A를 활발히 해온 만큼, M&A를 통한 신사업 추진이 가장 효율적일 거라고 보고 있다. SM그룹 자체적으로는 남선알미늄과 SM벡셀, TK케미칼을 중심으로 한 제조 공정 자동화 등을 미래 먹거리로 제시하고 있는데, 기업 규모를 고려할 때 그룹 차원의 신사업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결국 HMM을 아예 품는 것이 그룹 차원에서는 경쟁력을 높일 방안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HMM을 인수하고 내부 자금을 활용해 친환경 선박을 도입하면 그룹 내 해운사인 대한해운, SM상선 등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SM그룹이 HMM 주식을 매각하지 않는 선택이 납득이 갈 수 있다.
다만 문제는 HMM이 정부 주도로 매각을 진행하고 있으며 SM그룹에 넘겨줄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점에 있다. 2024년 하림그룹의 HMM 인수가 최종 결렬된 이유도 정부가 하림그룹의 지배구조에 좋은 점수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SM그룹이 회생절차에 들어갔던 기업을 비교적 저렴하게 인수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HMM 인수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 중 하나다. 아무도 관심 없는 기업을 싸게 인수한 뒤 키우는 사례가 많다는 점에서 HMM 인수전에도 비교적 낮은 가격을 써낼 확률이 크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번 인수전에서도 우오현 회장은 4조 5000억 원 이상은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하림그룹은 인수 가격으로 6조 4200억 원을 적어냈었다.
SM그룹 관계자는 “HMM 지분 매각을 검토한 적도 없다”면서 “HMM 지분 매입은 경영권과는 무관하다. 지분 매입에 나서면 HMM 주가 상승으로 인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HMM 지분이 경영권 인수 목적이 있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이어 “현 시점의 주가 흐름만 가지고 (성패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룹에서) 해운업 관련 기업이 있어 서로 시너지 향상 차원에서 HMM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향후 HMM 인수 추진 여부에 대해서는 “지금 (따로) 들은 말은 없다”고 했다.
민영훈 언론인 journalist@ilyo.co.kr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