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쪽부터 거제포로수용소, 미래사 전망대, 외도 해상농원. | ||
통영의 한산도에서 사천과 남해를 거쳐 전남 여수 오동도에 이르는 남해안 물길 3백 리, 한려수도. 우리 땅에 봄이 오는 첫 길목이다. 섬이 숲처럼 떠있는 다도해 통영 앞바다는 오늘도 한가로이 고깃배가 오가고 평화로운 항구에는 새 봄의 활기가 만연해 있다. 굴 양식장에 떠있는 하얀 부표조차 꽃잎처럼 떠다니고 있다.
통영 미륵도를 거쳐 해금강 뱃길과 바다 위의 꽃대궐 외도 해상농원으로 봄맞이 여행을 다녀왔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투혼이 살아있어 한때 충무시로 명명되기도 했던 통영시는 해금강으로 가는 관문이다. 관광특구 미륵도에서는 23km의 해안도로를 따라 동서남북의 바다 풍광을 모두 즐길 수 있다. 꼬불꼬불한 고개를 넘을 때마다 먼 섬들이 바다 가득 보이고 아늑한 곳에 자리한 양식장들이 평화롭게 내려다보인다. 길가에는 가득, 남도의 꽃 동백이 피처럼 붉은 꽃잎을 쏟아내고 있다.
바다 위의 신기루처럼 떠있는 붉은 동백숲 가운데 작고 예쁜 절집이 하나 앉아있다. 미래사(彌來寺)라는 이름의 이 작은 절이 도마 위에 올라있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워낙 풍광이 좋아 케이블카 설치 문제로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것. 산도 높지 않은 461m(통영 해저터널과 같은 길이)인데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더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통영시의 계산이라지만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아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고 한다.
휴일이면 섬 아래에서 미래사까지 걸어 오르는 사람들도 많다. 등줄기에 땀이 배일 만하면 산정에 닿을 만큼 가까운 길이지만 차를 타고 오르자니 그 좁은 길이 마치 협곡처럼 아슬아슬 느껴지기도 한다.
절에 오르는 길가에는 편백나무숲이 이국적인 풍경을 이루고 있다. 70여 년 전 일본인이 심어 가꾸다가 해방이 되어 돌아가자 미래사에서 매입하여 지금의 큰 숲으로 가꾸어 온 것이라 한다.
절 입구에서 왼쪽으로 나 있는 아주 작은 길을 따라 걸어보자. 산으로 오르는 길이 아닐까 하여 힘들 줄 알았던 길이 빼곡하게 들어선 편백나무 사이로 그저 평평하고 작은 오솔길이라 부담스럽지 않다. 한 사람씩 걸을 수 있는 작은 길에는 촉촉하고 폭신하게 낙옆이 쌓여있다. 봄비라도 그치고 난 아침나절이라면 새소리와 함께 싱그런 숲 냄새가 폐부 깊이 들어차게 될 것이다.
숲길의 끝에 다다르면 시야 가득 들어차는 섬들. 동쪽에는 한산도 화도 용초도 죽도, 서쪽에는 곤리도 소장군도 대장두도 소장두도, 남쪽으로는 저도 송도 학림도 유도 연대도 오곡도…. 이름을 헤아리기도 숨찰 만큼 많은 섬들이 온통 바다를 뒤덮고 있다. 바닷가에 섬 이름을 안내하는 대형 지도가 서 있다. 지도와 바다를 번갈아 보며 눈앞에 떠있는 섬들의 이름을 짝지어가며 보는 것도 재미있다.
굴 양식장에 떠있는 하얀 부표조차 꽃잎처럼 떠다니고 있다.
통영 미륵도를 거쳐 해금강 뱃길과 바다 위의 꽃대궐 외도 해상농원으로 봄맞이 여행을 다녀왔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투혼이 살아있어 한때 충무시로 명명되기도 했던 통영시는 해금강으로 가는 관문이다. 관광특구 미륵도에서는 23km의 해안도로를 따라 동서남북의 바다 풍광을 모두 즐길 수 있다.
꼬불꼬불한 고개를 넘을 때마다 먼 섬들이 바다 가득 보이고 아늑한 곳에 자리한 양식장들이 평화롭게 내려다보인다.
길가에는 가득, 남도의 꽃 동백이 피처럼 붉은 꽃잎을 쏟아내고 있다.
바다 위의 신기루처럼 떠있는 붉은 동백숲 가운데 작고 예쁜 절집이 하나 앉아있다. 미래사(彌來寺)라는 이름의 이 작은 절이 도마 위에 올라있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워낙 풍광이 좋아 케이블카 설치 문제로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것. 산도 높지 않은 461m(통영 해저터널과 같은 길이)인데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더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통영시의 계산이라지만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아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고 한다.
▲ 거제포로수용소에 만들어진 모형물(위)과 추모탑. | ||
미륵도에서는 또 한 군데 들를 곳이 있다. 이름도 예쁜 달아공원. 이곳의 일몰은 통영시가 선정한 통영팔경 중 하나다. 저녁 무렵이면 차를 세우고 낙조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빈다. 공원 이름 때문에 ‘달아 달아 밝은 달아’ 흥겨운 노래를 불러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실제로 월출경이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1박2일의 일정이라면 이쯤에서 통영 해저터널과 미륵도 관광으로 하루를 접게 된다. 양식 굴을 듬뿍 넣어 지어내는 통영굴밥은 이 지역의 오랜 별미다. 거제 가는 길목에 늘어선 통영굴밥집들은 언제나 단체여행객들로 시끌벅적하게 붐빈다. 그렇다고 이 맛난 별미를 거른다면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통영의 별미로는 통영김밥(옛 충무김밥)도 손꼽히는데, 본래 배를 타고 출퇴근하는 가난한 학생 회사원들의 아침 대용식으로 등장해서 이제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브랜드’가 됐다. 통영김밥은 지금도 인근 섬들과 연결되는 여객선 부둣가에서 성업중이다.
통영을 구경한 뒤 찾아갈 곳은 거제도다. 한려수도 해상공원의 한복판에 해당하는 거제 앞바다는 그 아름다움을 금강산에 비겨 해금강이라 불린다.
거제도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아무데나 서서 봐도 절경인지라, 자그마치 33경이 대표 경치로 꼽힌다.
해상농원 외도를 거쳐 해금강을 도는 유람선은 거제섬 내에서도 출항지가 여러 곳이다. 도장포에서 떠나는 배를 타고 외도를 향한다. 뱃길로 10분이면 도착되는 이곳, 꽃보다 아름다운 섬 외도. 관광농원으로 등록한 이후 지금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기까지 30년 가까이 섬을 지켜온 주인 부부의 정성으로 빚어낸 작품이다.
외도 선착장에서부터 안내 표지판을 따라 섬에 오르면 비너스 정원에서 전망대, 조각공원, 천국의 계단, 다시 선착장으로 한 바퀴, 멋진 조경을 따라 돌아올 수 있다. 관광객을 내려놓은 유람선이 정해진 시각에 다시 태우러 오기 때문에 이 시간 내에 관람을 마치고 돌아나와야 한다는 점이 아쉽다. 욕심을 부려 부지런히 걸음을 옮기며 실컷 보아도 떠나올 때는 또다시 아쉬워져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따뜻한 남해의 기후 덕분에 이국적인 열대 식물들을 가득 가꿔놓았는데, 하얀 관리사무소 건물마저도 바닷가 절벽 위 고성 같은 느낌으로 서있다. 언덕 위 무성한 대나무 숲에서는 언제나 댓바람이 불어오곤 했는데, 지난해 여름 태풍으로 크게 훼손돼 무척이나 아쉽다.
등대처럼 동그란 외관이 인상적인 전망대를 지나서면 줄곧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길을 따라 조성된 조각공원은 바다를 배경으로 섬세한 아름다움이 더욱 빛난다.
▲ 왼쪽은 편백나무 숲. 오른쪽은 통영 학동 몽돌 해수욕장. 올망졸망한 검은 조약돌이 지천에 깔려있다. | ||
작은 조약돌이라 할 몽돌로 가득 채워진 학동해수욕장은 사그락거리는 걸음 소리가 경쾌하게 느껴지는 곳. 1.2km 길이 해변에 올망졸망한 몽돌이 깔려있어 맨발로 걷는다면 지압에도 좋을 것 같다. 검은 몽돌 사이로 흰 파도가 밀려와 스며드는 모습도 분위기가 남다른데 햇볕이 뜨거워지는 여름이면 달궈진 몽돌에 찜질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여름이면 텐트촌으로 보일 만큼 해변을 따라 늘어선 텐트들 또한 몽돌밭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바닥의 검은 몽돌이 들여다보일 만큼 투명한 바다는 당장이라도 뛰어들고 싶을 정도. 아쉽지만 여름을 기약하며 해변을 떠난다.
거제시가 자랑하는 새로운 관광지는 자연예술랜드다.
7만5천 평 부지에 유리온실을 비롯 풍란, 석부작, 목부작, 야생화 등 5백여 점의 분재와 각종 희귀 수석 등을 전시하고 있는 예술랜드는 우리나라 최대의 난, 수석 분재 전시장이다. 원장 이성보씨는 분재와 수석, 난에 평생을 보낸 분으로 서울에서 고향인 이곳 거제까지 5톤 트럭 2백 대 분량의 작품들을 옮겨와 전시장을 완성했다고 한다.
거제의 마지막 목적지는 시내에 들어서 있는 포로수용소. 타임머신을 탄 듯 1950년으로 돌아가 보자. 아이들은 난생 처음 보는 탱크며 기관총들이 신기해 마냥 신기해한다.
이곳은 전쟁 발발 후 거제도의 고현, 수월 지구를 중심으로 포로수용소가 설치된 곳으로 수용소 사령관이 포로들에게 납치된 지 4일 만에 석방되는 세계 전쟁사에 유례없는 사건까지 벌어진 장소다. 포로막사에 노천변소까지 실감나게 그 당시를 재현하여 만들어 놓았다. 참담했던 동족상잔의 비극을 어렴풋이나마 떠올려 볼 수 있다.
지금은 유적관과 전시관, 포로막사 등이 공원으로 꾸며져 있어 거제 시민들의 산책로로도 애용되고 있다. 비탈을 따라 올려다 보이는 이곳에도 봄빛은 흐드러지게 뿌려지고 있었다.
[가는길]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이용. 통영IC 혹은 충무IC 이용. 달아공원은 통영대교 이용. 시내에서 14번 국도 이용, 신거제대교 건너면 거제도.
항공편은 서울 부산 등 공항에서 진주사천공항 이용. 외도에서 2시간 체류하는 외도직항 유람선은 구조라(055-681-1188), 와현(681-2211)에서 탈 수 있고, 도장포(632-8787) 장승포(681-6565) 학동(636-7755) 등에서 출항하는 유람선은 체류시간이 1시간 30분인 대신 해금강 유람을 포함한다. 옛돌여행(02-2266-1233) 등 여행사들이 매주 봄나들이 여행을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