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몫’ 재판관 3명 공석, 임명 후 판결 이뤄질 듯…“사실관계 복잡하지 않아 신속 진행 필요”
#사건 번호 ‘2024헌나8’
12월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재적 의원 300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됐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발령해 국민주권주의와 권력분립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점이 주요 탄핵 사유로 적시됐다. 윤 대통령의 모든 권한은 정지됐고, 헌법에 따라 한덕수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이제 공은 헌재로 넘어가게 됐다. 헌재는 탄핵안을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선고해야 한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면 윤 대통령은 파면되고,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기각될 경우 윤 대통령은 국정에 복귀할 수 있다. 사건 번호는 '2024헌나8'이다. 통상적으로 헌재는 사안이 중대한 만큼 규정보다 빠르게 탄핵 심판에 대한 심리를 진행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헌재는 91일 만에 인용 결정을 내렸다.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은 63일 만에 기각됐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12월 16일 오전 재판관 회의를 열고 사건 처리 일정을 논의하겠다. 신속·공정한 재판을 하겠다”며 “탄핵 사건을 변론준비절차에 회부하고, 수명 재판관 2명을 지정하고, 헌법연구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변론준비절차는 변론에 앞서 미리 당사자의 주장과 증거를 둘러싼 쟁점을 정리하는 절차다.
변수는 헌법재판관 정원이다. 현재 재판관 9명 중 3명이 부족한 6인 체제다. 지난 10월 17일 이종석 헌재소장과 이영진 김기영 재판관이 퇴임했으나, 여야는 국회 몫 재판관 추천을 둘러싼 정쟁만 되풀이하면서 지금까지 후임 재판관을 임명하지 못했다. 헌재법 23조 1항에는 재판관 7명 이상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하도록 규정했다. 같은 조 2항에 따르면 탄핵 결정, 법률의 위헌결정, 정당해산의 결정 또는 헌법소원에 관한 인용 결정은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관련기사 헌재 ‘마비’ 스스로 막았지만…계속되는 ‘이진숙 탄핵 심판’ 갑론을박).
앞서 10월 14일 헌재는 탄핵 심판 중인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헌재법 23조 1항의 효력을 임시로 정지시키며 ‘6인 체제’로 심리를 하고 있다. 다만 재판관 3명이 공석인 상황에서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까지 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정당성 시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헌재도 결정문에서 “가처분을 인용하더라도 이는 의결정족수가 아니라 심리정족수에 대한 것에 불과하다”며 “재판관 6명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경우에는 공석인 재판관의 임명을 기다려 결정하면 된다. 다만 신속한 결정을 위해 후임 재판관 임명 전에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 조사를 하는 등 사건을 성숙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후임 재판관 임명을 기다린 뒤 판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선출 몫 헌법재판관 3인을 12월 내로 임명해 ‘9인 완성체’가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국민의힘은 조한창 변호사를, 더불어민주당은 마은혁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와 정계선 서울서부지방법원장을 각각 헌법재판관으로 추천했다. 12월 9일 국회는 세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을 접수했다. 앞으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구성 및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이후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들을 임명하면 된다. 2017년 3월 박근혜 탄핵 심판 당시 권한대행인 황교안 총리가 이선애 헌법재판관을 임명한 바 있다.
법조계에선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임기 종료일인 2025년 4월 18일 이전에 결론이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결론도 이정미 재판관 임기 만료 하루 전에 나왔다. 새로운 재판관 임명 이후로 결정을 미룬다면, 국정 공백에 따른 혼란이 그만큼 길어져 국가적 손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헌재가 규정일인 180일 이내에 탄핵 심판 결론을 내리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헌재법 51조에 따르면 탄핵 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엔 재판부가 심판 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내란·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돼 형사 재판을 받게 되면, 같은 이유로 소추된 탄핵 심판은 재판부 재량으로 정지될 수 있단 뜻이다. 이 조항은 의무 규정(강행 규정)이 아닌 만큼 헌재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해 결정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탄핵소추로 인한 대통령의 직무정지 상태는 헌법 질서가 심각하게 불안정한 상태라 보아야 하며, 헌재는 이런 불안정상태를 조속히 회복시켜 안정화할 의무가 있다”며 “이 탄핵 심판은 형사절차를 지켜봐야 할 만큼 사실관계가 복잡하거나 불확실한 면이 없다. 따라서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처럼 정지함 없이 심판 절차를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 헌재가 이런 요청에 부응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