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또 아이돌 특혜 의혹…내규 어겼다? 알고 보니 어길 내규도 없었다
최근 불거진 연예인 대학원 특혜 논란 사태에서 실명이 직접적으로 거론된 연예인은 그룹 씨엔블루의 정용화(28)와 2AM의 조권(28)이다. 이들은 모두 경희대 국제캠퍼스 소속이다. 앞서 정용화는 경희대 국제캠퍼스 응용예술대학원 박사과정 입학 과정에서 이른바 ‘교수의 출장면접’으로 물의를 빚었다.
학과 내규와 학칙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졸업공연을 했다는 의혹을 받은 조권. 그러나 문제의 학과의 내규에는 졸업공연에 대한 별다른 세부규정이 없었다.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조권의 경우는 입학이 아닌 졸업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했다. 지난해 경희대 국제캠퍼스 아트퓨전디자인대학원 퍼포밍아트학 석사학위를 받은 조권은 내규에 따라 졸업논문을 단독 공연으로 대체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이 대학원 내규에 따르면 학위논문 제출, 논문대체과목 이수, 졸업작품전(공연) 개최 가운데 한 가지를 충족하면 학위 수여가 가능하다.
조권은 “학위논문과 비논문학위 두 가지 방법 중 졸업공연으로 비논문학위를 신청했다”고 밝혔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해당 대학원의 학위 수여 방법은 두 가지가 아닌 세 가지다. 조권이 언급한 비논문학위는 세 가지 방법 가운데 논문대체과목 이수를 의미한다. 따라서 조권은 비논문학위(논문대체과목 이수)가 아닌 졸업작품전(공연) 개최를 통해 학위를 수여받았다.
그런데 이 졸업 공연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해야 하는지는 정확하게 학교 내부적으로 명시된 규정이 없다. 단순히 행정실에 소정의 심사료를 납부한 뒤 졸업 공연을 진행하고, 심사위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다면 합격하는 식이다.
“60분 이상 단독 공연을 해야 한다”는 세부규정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는 반드시 지켜야 할 필수 조건이 아니었으며 실제 이 대학원 내규에 명시돼 있지도 않았다. 이 때문에 조권이 연주자 없이 30분간 버스킹(길거리 공연)을 한 것도 졸업 공연으로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받고 교수 평가를 통과했다는 것.
또 공연 전 계획서를 제출할 때 이미 이런 내용을 알렸다. 그럼에도 담당 교수와 계획서를 관리, 확인하는 행정실장은 세부 규정에 어긋난다고 밝히지 않았다. 그 외 조권이 졸업공연 후 영상 제출을 지연했다는 의혹도 불거졌지만 이는 행정실이 직접 조권의 과에 연락해 영상을 추후 제출해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조권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수긍하면서도 억울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장문의 심경글을 올려 “저뿐 아니라 저와 함께 석사과정을 공부했던 다른 대학원생들조차 (졸업 공연) 내규 여부에 대한 사실을 몰랐다. 모든 학생들이 공공연하게 알고 있는 공표된 정식 내규가 있었다면 제가 바보가 아닌 이상 수천만 원을 들여 졸업준비를 했을 것”이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이어 “학교 측으로부터 전달받은 대로 성실히 졸업 관련 준비를 했을 뿐”이라며 “행정부서에 관련 확인 서류를 제출할 때도 졸업공연에 관한 학과 내의 내규가 있다는 사실도, 그것에 어긋난다는 안내도 받지 못했다. (졸업공연) 심사 당일 계셨던 전임교수님들과 행정부서에서도 잘 모르고 있는 학과 내규라는 게 존재할 수 있나”라고 말했다.
연이어 연예인 재학생, 졸업생들과 관련한 문제를 터뜨리고 있는 경희대 대학원 국제캠퍼스의 입장은 어떨까. 이 학교 학적관리 담당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학칙이나 내규가 홈페이지에 다 있는데 (학생들이) ‘알지 못한다’ ‘없다’고 하는 건 이해가 안 된다”라며 도리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당장 문제가 된 아트퓨전디자인대학원의 내규는 홈페이지에 없었다. 일부 홈페이지 화면은 아예 공란으로 비워지기까지 한 상황이다. 학칙과 내규도 확인할 수 없는 가운데 그에 대한 세부 규정까지 학생들이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교수들은 학생에게 임의대로 다른 규정을 적용했고, 행정처는 이 같은 규정을 묵인하고 학위 수여를 결정했다.
이 사실에 대해 다시 질의하자 앞선 학적관리 담당자는 “거기(홈페이지)에 없으면 없는 거고, 각 과별 세부규칙도 학칙에 적혀 있지 않으면 우리는 모른다. 학교가 없는 학칙이나 세부규칙을 내세워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했겠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결국 학교는 학칙과 내규를 정해서 학생들에게 공개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까지가 책임 범위이며 규정되지 않은 사안을 임의대로 처리한 학생과 교수에게 책임이 있다는 이야기다.
경희대 서울캠퍼스 관계자는 “대학원이나 학부에 학칙과 내규는 당연히 존재한다. 다만 학칙이나 내규라는 이름으로 명시된 사항 외에 각 학과가 별도로 정한 시행세칙이 있는데 문서로 존재하지 않아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행정적으로는 문제가 없으나 그 과정에서 관계자들이 학칙을 잘못 적용한 사실은 있다. 관계자들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이번 사안을 조권 1명에게만 적용할 것인지 전체 재학생들에 대해 확대할 것인지는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