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화기 받침대를 만들고 있는 체험자. | ||
시중 가구점을 둘러봐도 원하는 조건에 안성맞춤으로 딱 맞는 가구를 찾기는 쉽지가 않다. 굳이 별도의 주문을 통해 맞춤가구를 마련하자니 안그래도 비싼 가구가 더 비싸진다.
내가 만드는 나를 위한 맞춤형 가구 DIY(Do It Yourself)는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에 좋은 방법이다. 내가 원하는 크기와 형태의 가구를 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내 손으로 직접 만드는 재미도 쏠쏠하다. 못질 대패질 톱질이 두렵다고? 그런 걱정은 안해도 된다. 도안에 따라 준비된 재료로 조립만 하면 끝. 한번 해보고 나면 이내 또다른 가구를 만들어 보고 싶은 욕심에 손끝이 벌써 근질근질해진다.
직접 가구 만들기를 즐기는 DIY 동호회도 있고, 이런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조립에 편한 가구재료와 작업장소를 제공하는 전문 업체들도 있다.
‘생각을 담은 가구’는 2000년에 생긴 제법 오래된 생활가구 DIY 동호회. 서울 송파 목동, 인천, 경기 안양 파주 등에 지역 체험방을 운영하고 있다. 11월 마지막 주말, 간단한 DIY 가구를 손수 하나 만들어볼 요량으로 경기도 안양에 있는 체험방을 찾았다.
‘나무스케치’란 간판을 따로 달고 있는 이곳은 지하 1층 40평 가량의 아담한 공간. 공방이 생긴 지는 1년 남짓 된다. 다른 지역 공방을 드나들면서 2년 넘게 가구조립을 익힌 건축설계사 천근수와 사진작가 박종덕씨 등 안양 지역에 사는 회원들이 의기투합해 공방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주말마다 목공체험이 진행된다. 마침 이 날도 두 명의 남녀 회원이 뚝딱거리며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다용도 전화기 받침대와 티(tea)테이블을 만드는 중이라는데, 초보라기에는 상당한 솜씨들. 궁금해 물어보니 여성은 두 번째, 남성은 처음이란다.
‘나도 저렇게 만들 수 있을까’하는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운영자 가운데 한 명인 천근수 실장의 안내로 도전해보기로 했다.
▲ 다양한 DIY 작품들. | ||
필요한 게 뭘까 생각해보니 책상 위 어지럽게 널려있는 펜들, 딱히 연필꽂이라고 장만한 게 없어서 항상 아쉬웠던 차였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고 손쉬운 연필꽂이부터 만들기로 정했다.
목표가 정해지면 다음은 스케치에 들어간다. 30여 개의 연필과 지우개, 칼, 자 등을 넣을 수 있도록 적당한 크기와 높이를 정하고 대강의 스케치를 하면서 모양을 최종 결정한다.
아무리 간단한 것이라도 눈대중으로 만들 수는 없는 노릇. 스케치가 끝난 후에는 그에 따라 정확한 설계도면을 그려야 한다. 설계도면을 목재 위에 옮겨놓고 재단을 시작한다. 전기톱을 이용해서 목재를 자를 차례. 사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초보자가 직접 할 수는 없고 공방 운영자들이 도면을 보고 정확히 잘라 준다.
이제부터 직접 솜씨를 발휘할 단계. 잘린 목재를 가지고 조립하는 것은 철저히 체험자의 몫이다.
먼저 연필꽂이의 몸통을 만드는데, 까치발을 이용해서 긴 축의 두 면을 세우고 그 사이에 짧은 축을 끼운 후 긴 축 면에서 짧은 축 면 쪽으로 드릴을 이용해 구멍을 뚫은 다음 나사못으로 고정을 시킨다. 드릴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나사못을 박을 때는 어떻게 하는지 설명을 듣고 도면을 보면서 조립하는데, 처음이라 그런지 쉽지 않다. 그러나 거듭할수록 자신감이 늘고, 공구의 감각도 손에 익는다. 혹시 드릴로 구멍을 너무 깊이 뚫어서 반대편까지 뚫고 나와버리는 것은 아닌지 조심하면서 작업하기를 1시간, 어렵사리 몸통이 완성됐다.
다음은 바닥면 조립하기. 트리머라는 기계를 이용해서 바닥면의 모서리 부분에 부드럽게 굴곡을 주니 한결 세련된 느낌이 난다. 트리밍이 끝난 바닥면과 몸통을 결합하니 얼추 모양은 갖췄다.
이제 남은 것은 마감과 칠작업. 피스가 박힌 자리마다 나무못을 이용해 구멍을 메우고, 사각샌드로 면을 고르게 한 후 짙은 나무색의 천연페인트를 바르니 마침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연필꽂이 탄생이다.
DIY 가구는 친환경적이면서 싸다는 장점이 있다. 미송, 홍송 등의 집성원목을 이용하는데, 시중 원목제품의 절반 가격이면 제품 하나를 만들 수 있다. 원목을 이용하는 데다가 칠작업을 할 때도 천연페인트나 치자, 감물, 쪽 등 자연재료를 이용하기 때문에 환경호르몬의 피해가 거의 없고 정서적으로도 매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작품에 따라 완성시간이 다른데, 전문가가 아닌 보통 사람들이 간단한 서랍장 하나를 짜는 데는 하루, 책상 하나를 만드는 데는 이틀 정도가 걸린다. ‘나무스케치’의 경우 일일 체험비용은 1만원. 3개월 공방사용료 5만원을 내면 아무 때나 공방을 이용할 수 있다. 재료구입비는 별도. 큰 책상의 경우 15만원 정도를 예상하면 된다. 문의 031-384-1542.
<전국 주요 DIY 생활가구 체험방>
▲생각을 담은 가구 cafe.daum.net /gounson: 서울 송파 목동, 인천, 경기 안양 파주 등에 체험공방 운영
▲생활목공클럽 www. diyclub.co.kr : 서울 경기 충청 등지의 협력 공방에서 정규교실과 동호회 운영
▲MY-DIY www. my-diy.co.kr: 서울 경기 대구 광주 등에 지점 운영 1588-7893
▲반쪽이공방 www .banzzogi.net: 전국에 10여 개 지점 운영중
▲나무와 나무 www.namu. name: 경기 일산 031-359-8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