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영훈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국정농단 사태를 축소․은폐하려 한 혐의로 우 전 수석에 대한 선고공판을 연다. 검찰은 우 전 수석에 대해 “민정수석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앞세워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며 징역 8년을 구형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 전 수석의 혐의는 크게 4가지다. 일단 우 전 수석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최순실씨와 공모해 미르‧K스포츠재단을 불법으로 설립한다는 의혹에도 감찰하지 않고 묵인한 혐의(직무유기)로 기소됐다.
문화체육관광부에 국‧과장 6명의 좌천성 인사조치하고, 전국 28개 스포츠클럽에 현장실태점검 준비를 시키고(직권남용)와 자신에 대한 감찰에 나선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감찰 활동을 방해(특별감찰관법 위반)한 혐의도 받는다.
공정거래위원회를 압박해 CJ E&M에 대한 검찰 고발을 지시하고 세월호 참사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방해하고도 국회에서 위증한 혐의(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 받고 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하지만 우 전 수석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피의자들이 연이어 구속될 당시에도 검찰의 그물망 수사를 보란듯이 뚫어내면서 불구속 수사를 받았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에 대해 세 차례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의 영장 실질심사 과정에서 무려 두 차례나 영장을 기각했다.
우 전 수석은 지난해 12월 15일 결국 불법 사찰 혐의로 발목이 잡혀 구속됐지만, 영장 기각 릴레이는 우 전 수석에게 ‘법꾸라지’라는 별명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레이저 눈빛’ ‘황제소환’ 논란을 빚은 우 전 수석의 이번 1심 공판 결과에 대해 법조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는 까닭이다.
앞서 우 전 수석은 지난달 29일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일련의 상황을 과거 제가 검사로서 처리한 사건에 대한 정치보복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우 전 수석은 결심 공판 이후 재판부에 9개의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전 수석은 “20년 이상 검사로 근무했지만 공소사실이 모두 유죄라고 해도 (구형량이) 지나치다”며 검찰의 구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우 전 수석의 의견서 제출 때문에 재판부는 기존 14일로 예정됐던 선고 일정을 22일로 미뤘다고 한다.
우 전 수석이 금일 공판에서 이번에도 ‘법꾸라지’의 면모를 보일 수 있을 지에 대해 법조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