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금메달 주역 9명 소속팀 복귀해 경쟁 재개…2·3쿼터 외국인 2명 동시 출전으로 득점력·전술 변화 예고

리그 개막을 앞두고 더욱 분위기가 들썩거리는 이유는 바로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다. 대표팀은 조별 리그부터 결승까지 6경기를 치러 패배 없이 ‘퍼펙트 골드’를 따냈다. 특히 결승전의 경우 일요일 저녁인 데다 상대가 일본이었기에 관심은 더했다.
대표팀 엔트리 12인 중 9인이 이번 시즌 KBL에서 경쟁을 이어갈 예정이다. 일본 B리그에서 뛰던 이현중은 NBA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의 산하 구단 립 시티 리믹스에서 시즌을 시작한다. 여준석은 기존 시애틀대에서 활약을 이어간다. 최준용은 NBA 하부리그 G리그 진출을 위해 미국으로 돌아갔다.
금메달 획득으로 극적인 변화를 겪게 된 이는 이우석(울산 현대모비스)이다. 아시안게임에 나설 때는 육군 병장 신분으로 상무 농구단 소속이었다. 하지만 금메달 획득으로 병역 특례 혜택을 받으면서 조기 전역했다. 당초 개막 한 달여 뒤 전역해 소속팀 울산 현대모비스에 합류할 예정이었으나 이보다 이르게 리그에서 뛰게 됐다. 이는 단순한 조기 합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번 시즌을 온전히 소화할 수 있게 되면서 이우석은 FA 자격 취득 시점도 앞당겨졌다.
이현중과 함께 ‘원투펀치’로 대표팀을 이끌었던 이정현 역시 소속팀 고양 소노로 돌아간다. 지난 시즌 중 입대를 계획했다 한 차례 연기한 바 있다. 이번 금메달로 프로 생활에 공백 없이 활약을 이어간다. 이번 시즌을 마치면 FA 자격을 얻는다. 이미 보수 7억 2000만 원(연봉 5억 7500만 원, 인센티브 1억 4500만 원)의 거액을 받고 있는 그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형제 금메달리스트’로 이목을 끌었던 문정현(수원 KT)과 문유현(안양 정관장)도 다시 다른 유니폼을 입고 경쟁한다. 형제가 한 대회에서 동반 금메달을 따낸 것은 대한민국의 아시안게임 도전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기도 했다. 루키 시즌,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문유현은 건강한 상태로 금메달과 함께 기분 좋은 두 번째 시즌 시작을 앞두고 있다. 문정현은 9월 20일 금메달 획득, 21일 귀국 일정 이후 나흘 만인 25일 KBL 오픈매치데이에 스타팅 멤버로 출전하며 새 시즌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2026-2027 KBL은 이전 시즌 대비 큰 변화를 맞이한다. 외국인 선수 2명이 동시에 출전한다. 외인 2인 출전은 2018-2019 시즌 이후 7시즌 만이다.
2018-2019시즌 당시 KBL은 팀당 외인 2명을 보유, 1쿼터와 4쿼터에는 1명, 2, 3쿼터에는 2명을 출전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이때와 현재 외국인 선수 제도에는 차이가 있다. 장신과 단신 선수로 나눠 선발해야 했던 신장 제한이 이번엔 사라졌다.
직전 시즌까지는 1명씩만 출전이 가능했기에 1옵션 1명에 백업 역할을 해주는 1명을 더하는 형태였다. 이번 시즌부터는 외국인 선수 간의 호흡 또한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다양한 조합이 구성되고 있다. 창원 LG는 장기간 함께했던 빅맨 아셈 마레이(신장 202cm)와 이번 시즌 역시 동행하면서 가드 자원인 아치 굿윈(신장 193cm)을 더했다. 원주 DB는 포워드 성향의 자원 2명(헨리 엘런슨, 레이션 해먼즈)으로 외국인 선수진을 구성했다.
새로운 제도의 도입 배경은 ‘국제 경쟁력’이다. 일본과 대만 등 주요 아시아 리그는 외국인 선수 2명 이상이 동시에 뛰고 있다. 아시아 리그 상위권 국가들이 경쟁하는 동아시아슈퍼리그(EASL)에서 KBL 팀들은 특히 어려움을 겪었다. 리그에서 외국인 2명이 동시에 활약하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KBL 구단들이 EASL 성적 향상도 기대된다.
외국인 2명이 동시에 뛰는 효과는 정규시즌 개막 이전 열린 오픈매치데이에서 곧장 드러났다. 기량이 좋은 외국인 선수들이 더 많은 출전 시간을 가져가면서 고득점 양상의 경기가 펼쳐진 것이다. 이번 오픈매치데이에서 10구단 평균 득점은 85.9점이었다. 1년 전(74.2점)과 비교해 11.7점이 증가했다. 외국인 선수 선발이 잘 됐다는 평가를 받는 DB와 소노는 평균 100득점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시즌 개막을 눈앞에 둔 지난 9월 29일에는 10구단 감독과 주요 선수가 참석하는 미디어데이가 열리기도 했다. 미디어데이의 주요 콘텐츠는 감독들의 ‘우승 후보 지목’이다. 주인공은 DB였다. 이규섭 감독을 제외한 9개 구단의 감독 중 7명이 DB를 지목했다.
지난 시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던 이상민 부산 KCC 감독은 DB의 강점을 득점력으로 꼽으면서 “외국인 선수 제도가 바뀌었는데 DB가 2, 3쿼터에 굉장한 폭발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남겼다. KBL 통산 15시즌, 850경기 이상을 지휘한 유도훈 정관장 감독도 소노와 함께 DB를 우승 후보로 꼽으며 “1옵션급 외국인 선수가 2옵션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규섭 감독은 이번 시즌 지도자 커리어에서 처음으로 정식 사령탑에 올랐다. 그간 서울 삼성, 부산 KCC 등을 거치며 코치, 감독대행 등으로만 활약했다. 이에 그는 “내가 감독을 처음 시작해서 힘을 내라고 응원하는 걸로 이해하겠다”면서도 “팬들에게 더 좋은 위치에서 웃을 수 있게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화답했다.
감독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DB는 이번 시즌 ‘높이의 팀’으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선수 2인 외에도 강상재(200cm), 정효근(202cm), 김보배(202cm), 이유진(199cm) 등 2m 내외의 장신 자원을 대거 보유했다. 이들 모두 각각 플레이 스타일이 다르기에 동시에 코트 위에 투입될 수 있다.
이들을 이끌 ‘야전 사령관’ 역할은 KBL 최고의 가드로 꼽히는 이선 알바노가 맡는다. 알바노는 입단 5년 차를 맞아 팀의 주장을 맡게 됐다. 아시아 쿼터 선수로서 리그 최초 주장이라는 타이틀까지 가져갔다.
이외에도 소노, 창원 LG가 각각 2표씩을 받았다. 소노 역시 스카티 제임스, 자니 오브라이언트로 구성된 외국인 선수진이 탄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진출로 가능성을 보였다.
LG는 최근 4시즌 연속 정규리그 2위 이내 성적을 기록한 강팀이다. 그사이 챔피언결정전 우승에도 성공한 바 있다. 이번 시즌 역시 주축 전력이 대거 유지됐다.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강점을 보이는 팀이다.
대표팀 금메달로 높아진 관심 속에 각 구단은 이제 다시 적으로 만난다. 외국인 선수 2인 출전이라는 변수까지 더해진 가운데, 8개월 뒤 마지막에 웃을 팀이 어디일지 긴 레이스가 시작된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