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의 궁전’ 도시 나들이
▲ 사치스러울 만큼 화려한 타이타닉호의 중앙계단은 관람객들에게 최고의 인기다(위). 아래는 침몰한 타이타닉호를 재현한 모형. | ||
양재동 aT센터에서 펼쳐지는 이번 전시에서는 타이타닉의 건조에서부터 출항, 침몰까지의 과정과 숨겨진 비밀이 낱낱이 공개되고 있다. 사치스러우리만치 아름다운 유물들과 최고의 건축기술이 동원된 중앙계단 등 볼거리도 풍부하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동명 영화로도 널리 알려진 타이타닉. 영화 속 주인공들의 낭만적인 사랑을 떠올리며 이 거대한 배에 승선해보는 것은 어떨까.
길이 2백68m에 달하는 ‘꿈의 여객선’ 타이타닉이 처녀 출항한 날은 1912년 4월10일. 배에는 총 2천2백6명의 승객과 승무원이 타고 있었다. 나흘 후인 4월15일 새벽. 타이타닉은 숨어서 공격의 순간을 기다리던 ‘얼음 악마’ 빙하에 부딪혀 북대서양의 차가운 바다 속으로 침몰하고 만다. 이 사고로 숨진 승객이 무려 1천5백3명. 역사상 가장 끔찍한 해상 재난으로 기록되는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73년이 지난 1985년 타이타닉은 영국에서 남동쪽으로 약 7백40km 떨어진 해저 3천8백90m 지점에서 발견됐고, 1987년부터 그 유물들이 인양되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는 1987년 이후 6차례의 발굴탐험을 통해 얻은 총 6천여 점의 유물 중 3천여 점을 선보이는 거대한 기획전. 타이타닉의 뱃고동, 엔진 실린더 등 부품에서부터 레스토랑의 샹들리에, 은접시와 은수저, 와인, 청동의자, 타일, 세면대 등 가지각색의 유물들이 전시되고 있다.
그 중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타이타닉의 내부 모습을 엿볼 수 있도록 한 부분. ‘물 위를 떠다니는 신분의 상징’이라는 비유에 걸맞은 일등 선실과 타이타닉의 화려함을 상징하는 중앙계단을 재현한 것이다.
일등 선실은 당대 귀족들과 예술가들이 머물렀던 곳. 일등실의 가격은 일주일에 4백달러가 넘었고, 3천달러가 넘는 특별실도 2개나 있었다. 타이타닉의 일등실은 수영장, 체육관, 스쿼시코트, 터키식 증기탕 등의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최고급 호텔보다 더 나은 수준인 셈이다.
중앙계단은 배의 내부라고 하기에는 믿기 힘든 모습. 이 계단은 일등실과 연회장을 잇는 통로로 사용됐는데 화려하기가 이를 데 없다.
영화 <타이타닉>의 주인공들이 다시 만나는 회상 장면에서 극적인 감동을 주었던 신의 배경이 바로 중앙계단이다. 조명이 철과 청동으로 만든 꽃과 꽃잎 모양 장식의 계단을 비추는데 그 계단에 올라서서 영화의 감동을 느껴보고 싶은 마음 굴뚝같다. 계단을 밟고 올라갈 수는 없고 단지 배경으로 사진촬영이 가능할 뿐이라 안타깝다.
전시회장에는 마치 침몰된 타이타닉을 심해에서 막 끄집어낸 듯 보이는 선체가 하나 놓여 있다. 1998년 최첨단 폴라로이드를 이용해 찍은 타이타닉의 형체를 바탕으로 재현한 ‘모형 타이타닉’이다. 하지만 진짜 타이타닉은 푸른빛이 도는 음습한 심해에 아직도 잠들어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유물뿐만 아니라 타이타닉을 침몰로 내몰았던 북대서양의 빙하를 직접 볼 기회도 있다. 무려 12m에 달하는 크기의 빙하를 직접 공수해 온 것이다. 타이타닉은 이 빙하에 선체의 옆 부분이 찢겨 바다 속에 수장되고 말았다.
최고의 기술력이 동원되고 하나의 예술품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던 타이타닉이 그렇게 쉽게 빙하에 찢겼던 이유는 무엇일까. 인양된 선체의 일부분을 분석한 결과 건조기술은 뛰어났을지언정 철강기술은 형편없었던 모양이다. 강도가 무척 약했고 철에는 불순물도 다수 들어 있었던 것. 타이타닉은 바다로 나가서는 안될 배였던 것이다.
한편 전시장에는 비극적이면서도 낭만적인 ‘타이타닉’에서의 항해의 기분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도록 마련된 장소도 있다. 갑판이 바로 그곳인데, 위쪽 어두컴컴한 밤하늘에 수없이 많은 별들이 매달려 있다. 청명한 북대서양의 밤하늘을 그대로 옮겨다놓은 듯한 느낌을 주는데 갑판 난간에 팔을 기댄 연인들의 수런거리는 속삭임이 여기저기서 들리는 듯하다.
▲문의: (http://www. thetitanic.co.kr) 02-6300-3300
▲기간/관람료: 2006년 2월28일까지 성인 1만3천원, 중고생 9천원, 초등생 7천원.
▲가는 길: 지하철 3호선 양재역 7번 출구에서 도보 25분. 셔틀버스는 양재역 7번 출구에서 직진 방향 50m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15분마다 출발.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