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아가씨 ‘배시시’ 봄자락 끌고 오시네
▲ 그림 같은 코발트블루빛의 한려해상. | ||
멀리서 보면 모양이 오동잎과 흡사하고 옛 시절 오동나무가 유난히 많아 ‘오동도’란 이름을 얻은 작은 섬. 이곳에는 참식나무·후박나무·팽나무·쥐똥나무 등 1백94종의 수목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그 나무 중에서도 특히 동백나무가 많아 오동도는 ‘동백섬’으로도 불린다.
오동도는 1933년에 길이 768m의 서방파제가 준공되면서 육지와 연결되었고 1968년에는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섬 전체는 완만한 구릉성 산지로 이루어져 있다. 해안은 암석해안으로 해식애가 발달해 있고 소라바위·병풍바위·용굴 등으로 불리는 기암절벽이 절경을 이룬다.
아직 겨울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진 않았지만 오동도는 벌써 봄과 만나고 있다. 붉은 동백이 매서운 바닷바람을 이겨내고 서서히 섬을 물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오동도 동백꽃에는 슬픈 전설이 서려 있다. 아주 오랜 옛날 오동도에 부부가 살았는데 남편이 바다로 나간 사이 도둑이 들었다. 문제는 도둑이 혼자 있던 어부의 아내에게 몸을 요구한 것. 하지만 어부의 아내는 도둑에게 몸을 허락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바다에서 돌아온 남편은 그 사실을 알고 오열하며 아내의 시신을 찾아 오동도 양지 바른 기슭에 묻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내의 무덤가에서 동백나무 한 그루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나무는 이내 새빨간 꽃을 피웠다. 겨우 한 그루였던 동백나무는 어느새 점점 불어나 오동도를 뒤덮게 됐다고 한다.
▲ 애잔한 전설의 동백꽃(위)과 오동도의 신이대 터널. 이곳은 데이트코스로 좋다. | ||
오동도는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오동도 입구에서부터 섬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동백숲 산책로가 있고 그 곁가지로 용굴과 갯바위낚시터, 맨발공원 등으로 빠지는 작은 산책로들이 있다.
용굴은 오동도 중간지점 남쪽 해안절벽에 자리하고 있다. 용이 살았던 굴은 아니고 5백 년 묵은 지네가 살았던 곳이란다. 용굴 자체는 그다지 볼거리가 없다. 멀리서 보면 오동도 절벽에 숨구멍 하나가 난 것처럼 보일 뿐이다. 하지만 이 일대의 널찍한 갯바위들은 푸른 바다의 정취를 만끽하기에 그만이다.
동백숲 산책로를 따라 10분쯤 걷다보면 등대전망대가 나온다. 오동도 섬 중심부에 자리한 등대는 높이가 25m. 여기에 오르면 여수 돌산도와 경남 남해도가 모두 내려다보인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한려해상은 코발트블루빛이다. 섬들이 잔치라도 하듯 옹기종기 모인 모습이 인상적이다.
오동도 내에는 대나무터널이 곳곳에 있는데 데이트코스로 더없이 좋다. 정절을 상징하는 푸른 신이대는 동백나무와 함께 이곳에 돋아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죽은 어부 아내의 또 다른 혼인 셈이다.
오동도의 동백을 뒤로하고 걸음을 옮길 곳은 돌산대교. 여수시 오동도 근처에 있는 커다란 다리다. 와온해변을 따라 30분가량 길을 달리면 돌산대교와 만난다. 밤의 돌산대교는 가히 사람의 손끝에서 탄생한 화려한 빛의 예술품이라 불릴 만하다.
여수시 남산동과 돌산읍 우두리 사이에 놓인 돌산대교는 길이 450m, 폭 11.7m, 높이 62m의 사장교로 1984년 12월 15일 준공됐다. 다리 주변에는 다도해와 여수항을 조망할 수 있는 돌산공원, 횟집상가, 모형 거북선 등이 있다. 한려해상국립공원과 다도해상국립공원 일대를 운항하는 유람선이 그 밑으로 지나다닌다.
여수의 야경을 상징하는 이 다리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돌산공원준공기념탑으로 가는 것이 좋다. 이곳에 오르면 여수항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여수항은 남해안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미항(美港). 낮에 보여주지 못한 모습을 밤에 맘껏 뽐낸다.
▲ 어디를 둘러봐도 아름다운 가막만 앞바다(위)와 야경이 아름다운 돌산대교. | ||
돌산대교의 야경이 아름답다지만 너무 오래 머물지는 말자. 새벽같이 일어나 무술목으로 가야 하니까. 돌산대교에서 향일암을 향해 10여분 달리면 닿는 무술목. 이곳이야말로 해돋이의 환상적인 색감을 맛볼 수 있는 우리나라 최고의 장소다.
무술목은 몽돌해변과 해송이 울창하게 우거져 가족유원지로 명성이 높다. 그러나 무술목의 진짜 자랑은 바로 해돋이다. 해가 완전히 수면 위로 오르기 전 무술목은 형언하기 힘든 풍경을 선사한다. 천상의 그림이 따로 없다. 바로 앞 바다에는 배 한 척이 고즈넉이 떠 있다. 그 뒤로 올망졸망 모인 섬들이 흐리마리하게 보인다.
여명의 무술목은 푸른색과 붉은색이 조화를 이루며 보는 이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태어나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는 풍경의 가장 강렬한 색감. 시간을 붙잡아 두고 싶은 심정뿐이다.
여수에 가게 된다면 호수처럼 빙 둘러친 가막만 일대를 일주하는 것도 좋다. 70~80km가량 이어지는 해안 길을 달리다 보면 아름다운 풍경에 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여행 안내]
★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순천IC→여수행 17번 국도→여수 오동도 쪾오동도에서 향일암 방향으로 3km 정도 가다보면 야경이 아름다운 돌산대교가 나온다. 다시 이곳으로부터 해안도로를 따라 7km 직진하면 무술목이다.
★먹거리: 여수에 가면 여서동 미소쌈밥(061-652-4900)을 꼭 한번 들러보자. 보통 쌈이 아니라 생선조림 쌈이다. 여수항으로 들어오는 싱싱한 고등어와 큰 멸치가 주재료. 싱싱한 야채에 모락모락 김이 나는 밥과 생선조림을 올려놓고 한입 가득 우물거리다보면 미소가 절로 난다. 여수시청 제2청사에서 경남아파트를 지나 한재터널 방향으로 가다 우회전.
★숙박: 여수에는 돌산대교 주변에 깨끗한 숙소가 많다. 무술목에도 민박집이 대여섯 채 있다. 비용은 2만~3만원.
★문의: 여수시청(http://www.yeosu. go.kr) 문화관광과 061-690-2036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