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은 어렵다고 말한다. 20세기 이후 미술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감상하는 미술에서 생각하는 미술’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미술 표현의 주된 관심사가 ‘무엇을 그렸느냐’에서 ‘어떻게 그렸느냐’로 옮겨 갔기 때문이다. ‘무얼 그렸는지’는 감상을 통해 내용을 찾아내면 이해되고 때론 감동받기도 한다. 그러나 ‘어떻게 그렸는지’는 표현 방식의 문제로 꼼꼼히 관찰해야만 이해할 수 있다. 관찰을 통해 작품의 재료와 방법을 찾아내고, 이것이 이론적으로 타당한지 혹은 미술사적으로 가치가 있는지 등을 따져보는 것이 현대미술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는 길이다.
이처럼 미술이 특정 이야기(내용)를 포장하는 수단에서 벗어나 포장 자체가 존재 이유로 등극하면서 다양한 포장술이 등장했다. 회화에서 옷에 해당되는 포장술은 새로운 재료와 그에 따른 방법의 개발에 힘을 쏟게 된다.
물질의 감성: 72.7x53cm Aclylic on canvas 2017
20세기 초 이야기를 품지 않는 추상회화가 나오면서 다양한 포장 방법이 만들어졌고, 아름다움에 대한 새로운 가치도 인정받게 되었다. 재료에서 오는 느낌이나 표현 방법 자체의 신선한 발상을 아름다움으로 보는 태도가 나타난 셈이다. 따라서 현대미술은 감상의 차원을 넘어서 논리나 아이디어의 분석으로 나아가 지성적인 측면을 강조하게 됐다.
최근 우리 미술에서도 재료와 방법에 관심이 높다. 새로움이라는 이름으로 회화 재료 선택의 폭은 한없이 넓어지고 있다. 그런데 재료의 선택에 타당한 이유가 보이지 않는 작품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저 새로운 재료를 화면에 끌어들였을 뿐 거기에 어울리는 방법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작품에서 논리의 신선함이나 재료의 성질에서 오는 아름다움을 찾기는 어렵다.
김경아도 재료와 방법론으로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작가다. 우선 재료의 신선한 선택이 돋보인다. 그는 편백나무 톱밥으로 물질감이 강한 작품을 한다. 편백나무 톱밥을 캔버스에 두텁게 붙이고 화려하고 강렬한 색채를 붓으로 뿌리는(드리핑 기법) 작업이다. 색면으로 구성한 추상회화처럼 보인다.
물질의 감성: 60.6x72.7cm Aclylic on canvas 2017
“순천만 습지는 자연의 순환이 잘 살아있는 생태 환경입니다. 제 작업은 여기에서 발견한 자연의 이야기를 추상적 방법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자연의 이야기를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접근해낸 김경아의 회화가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이유다.
전준엽 화가
비즈한국 아트에디터인 전준엽은 개인전 33회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400여 회의 전시회를 열었다. <학원>, <일요신문>, <문화일보> 기자와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을 역임했다. <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 등 저서 4권을 출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