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볼 만하네” 분위기 형성…이명수·정진석·이인제·이완구 등판설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의 자진 사퇴로 충남지사 지방선거 판도가 바뀌고 있다. 자유한국당 내부에선 내심 기대를 걸고 있는 분위기다. 사진은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던 도중 울먹이고 있다. 연합뉴스
충남지사 선거 도전 여부를 놓고 장고를 거듭하던 자유한국당(한국당) 예비주자들은 박 전 대변인 중도 사퇴 소식이 전해진 후 본격적인 몸풀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굿모닝충청’과 ‘대전뉴스’, ‘시티저널’, ‘충청뉴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8일부터 2일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전 대변인은 여야 충남도지사 후보 적합도에서 30.7%로 1위를 차지했다. 복기왕 전 아산시장은 10.4%(민주당), 양승조 민주당 의원(천안병)은 10.1%로 2위와 3위를 기록했고, 뒤를 이어 홍문표 한국당 의원(홍성·예산)이 9.8%, 이인제 전 한국당 의원이 9.6%, 이명수 의원(아산갑)이 7.1%로 나타났다(이하 생략).
민주당 지지자 중 53.4%는 박 전 대변인을 선택했는데, 이 같은 현상은 한국당 지지자들에게서도 나타났다. 한국당 지지자들 역시 양 의원(15.0%)과 복 전 시장(10.7%)보다 박 전 대변인(20.5%)을 적합한 후보로 선택한 것이다.
박 전 대변인이 독보적인 1위를 달리면서 충남지사 선거 결과는 불 보듯 뻔해 보였지만 ‘변수’가 생겼다. ‘내연녀 특혜 공천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박 전 대변인은 결국 지난 14일 “죽을 만큼 고통스러웠던 개인의 가정사도 정치로 포장해 악용하는 저질정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 저 같은 희생자가 다시 없길 바란다”며 예비후보직을 자진 사퇴했다.
이후 충남지사 선거지형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10%대의 지지율을 보이던 후보들이 선거에 자신감을 보이는가 하면 그동안의 여론조사에 보이지 않던 인물들이 하나둘씩 거론되며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당 내부에선 “해볼 만하다”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한 한국당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현역이던 안희정 충남지사가 사퇴했고, 그와 제일 친하다는 박수현 전 대변인이 출마하려 했지만 예비후보직을 사퇴하게 됐다”며 “가장 강력한 후보들이 내려가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을 것 같다. 당내에도 그런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박 전 대변인의 사퇴로 우리 당은 화색을 띠고 있다.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사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심 판결도 아직 안 났고, MB(이명박 전 대통령)도 검찰 수사를 받게 돼서 당이 반성해야 하지만 (박 전 대변인의 사퇴 이후) 너도나도 가능성을 보고 있다. 당내에 내심 그런 분위기가 읽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안 전 지사와 박 전 대변인이 살아있을 때는 아무 말도 안 하다가 (박 전 대변인 예비후보 사퇴 직후) 나온다고 그러면 (국민들이) 미쳤냐고 하지 않겠냐. 정치병 걸렸다고 (비판할 것)”이라며 “때문에 (한국당 예비후보들이) 쉽게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당에서는 우선 충남 아산갑에 지역구를 둔 이명수 의원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는 박 전 대변인의 사퇴를 기점으로 후보군 명단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명수 의원실 관계자는 “당의 (후보 출마) 권유를 받고 있다. 지역 주민들에게 양해나 이해, 설득을 받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출마 의지를 내비쳤다.
정진석 한국당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불출마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관심 없고 20대 총선 때 중간에 하차하지 않겠다고 (지역구민들과) 약속했기 때문에 그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완구 전 총리는 지방선거보다는 재보궐선거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들의 의사와는 관련 없이 정치권 안팎에선 이들의 이름이 충남지사 후보군 명단에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앞서 여야 후보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기타 후보(2.5%), 없음(9.7%), 잘 모름(6.3%)이 18.5%로 나타났을 만큼 불확실한 지지층이 많고 아직 지방선거가 3개월가량 남았다는 점에서 표심의 향배를 가늠하기는 이르다. 아울러 정당보다는 인물을 보고 표를 던지는 충남도민의 특징에 따라 박 전 대변인을 향하던 표가 민주당을 향할지 한국당을 향할지는 미지수다. 때문에 앞서 불출마 입장을 밝힌 정진석 이완구 두 사람의 입장이 바뀔 수 있는 여지는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인재영입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홍준표 대표는 충남지사 후보로 이인제 전 의원의 전략공천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또한 이완구 전 총리나 정진석 의원의 의사 결정이 어떻게 나느냐에 따라 뒤집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의 여론조사는 충남 거주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8일부터 9일까지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이며 응답률은 3.7%다. 표집틀 및 표집방법은 무선 50% 가상(안심)번호 프레임, 유선 50% 무작위 생성 전화번호를 통한 임의걸기(RDD) 방식이며, 2018년 1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성, 연령, 지역별, 가중 값을 부여(림가중)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