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처럼 음악처럼 노을 속으로
▲ 용산전망대에서 바라본 순천만 일몰. | ||
전라남도 순천시 도사동과 해룡면, 별량면의 100리 해안선에 둘러싸인 순천만. 수십만 평의 광활한 갯벌과 갈대밭 등 하구 염습지로 구성된 이곳은 ‘자연은 이러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사철 무성한 갈대숲은 미스터리서클처럼 기하학적 무늬로 갯벌 위에 그림을 그려놓았고, 유유히 흘러 제 안식처에 닿는 ‘S’자 물길 위로 새들이 날아오르면 그저 탄성이 나올 뿐이다. 여기서 그친다면 단지 하나의 비경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해거름 녘 용산전망대에 올라본 사람이라면 안다. 순천만이 어떻게 변하고 또 어떤 모습으로 사람들을 매료시키는지.
용산전망대는 해룡면 농주리에 자리하고 있다. 가는 방법은 두 가지. 농주리 고샅으로 차를 몰고 들어가는 방법이 하나. 시멘트로 포장된 길을 따라가다 보면 갈대밭이 나오고 오른쪽으로 야트막한 산이 보인다. 표고는 겨우 100m가량 될까. 이 산의 정상이 바로 순천만 뷰포인트다. 이곳으로 가는 다른 한 가지 방법은 최근 닦아놓은 신작로를 따라 대대동에서부터 걸어서 가는 것. 40분쯤 걸리는 가벼운 산책길이다.
산등성으로 떨어지는 저녁해에 가속력이 붙으면서 순천만은 아름답게 물들기 시작한다. 하늘도 물들고 갯벌도 물들고 물길도 물든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나그네도 물든다. ‘물든다’는 단어 앞에 관용어처럼 따라다니는 ‘붉다’라는 말을 쓰지 않은 것은 그 색감을 딱히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용산전망대에서 바라본 순천만도 일품이지만 바로 옆 와온포구의 해넘이도 이에 못지않다. 만조 때 똥섬 옆으로 떨어지는 해넘이도 운치 있고 간조 때 넓은 갯벌 위로 해가 떨어질 때 또한 볼 만하다. 배를 타고 순천만을 돌아보고 싶다면 대대포구 선착장으로 가자. 순천만의 기점인 대대포구에서 출발한 배는 순천만 와온, 화포해안을 돌아 다시 대대포구로 회항한다. 시간은 30분 정도 걸린다.
한편 순천만에서는 10월 22일까지 갈대축제가 열린다. 갈대밭걷기, 길놀이농악, 순천만 새소리체험 등 행사가 마련돼 있다.
★가는 길: 순천시청(http://www.suncheon.go.kr) 문화관광과 061-749-3328
★문의: 호남고속도로 순천IC-17번 국도-2번 국도(벌교 방향)-818번 지방도-대대동 갈대밭. 대대동에서 다시 여수 방면으로 진행다가 해룡면으로 들어가면 용산전망대와 와온포구가 나온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