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를 달리는 베트남 오토바이 택시 그랩 바이크
러시아워 시간이라면 혼잡은 배가된다. 버스와 승용차 사이사이를 오토바이들이 비집고 들어와 도로 자체가 꽉 막혀 버리기 일쑤. 이럴 때면 이륜차 운전자 간 거리는 한 뼘 남짓. 이 때문에 사소한 접촉은 물론 고성이 오가는 것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하지만 유심히 관찰해 보면 저만의 리듬감이 느껴진다. 마치 냇가에서 물고기가 무리를 지어 움직이듯 여럿이 떼를 이뤄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누군가 차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면 따라가기도 하고 멈춰 선 행렬에 안절부절 하기도 한다. 이쯤 하면 재밌는 구경거리가 될 만도 하다. 이들 사이를 함께 달려봐야겠다.
라이드 쉐어링 서비스 그랩을 이용했다. 매칭된 그랩 바이크 라이더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스마트폰으로 오토바이 타자
베트남 현지인들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교통수단인 오토바이 택시를 타보기로 했다. 직접 운행하는 것이 아니어서 운전에 대한 부담이 없고, 관광 포인트를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모터사이클 투어 분위기를 낼 수도 있다는 점이 끌렸다. 저렴한 가격은 물론 자동차보다 빠르게 갈 수 있다는 점까지 더하면 도전해 봄직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그랩(GRAP)을 사용했다. 그랩은 말레이시아에서 시작해 필리핀 베트남 싱가포르 태국 등 동남아 7개 국가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라이드 쉐어링 서비스. 일반 택시는 물론 화물을 실을 수 있는 밴까지 다양한 차종을 구미에 맞게 예약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인근의 그랩 바이크 위치가 표시된다. 목적지를 검색해 예약 버튼만 누르면 된다.
사용방법은 간단하다. 회원 가입을 하고 GPS를 활성화하면 준비 완료. 이제 현재 위치에서 내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선택하면 된다.
첫 번째 목적지는 숙소에서 1.5km 떨어진 곳이었다. 그랩 앱에서 목적지를 검색하자 이용할 수 있는 차종과 금액이 표시된다. 오토바이 택시인 그랩 바이크의 이용료는 택시비의 절반 수준이었다.
화면 하단의 예약 버튼을 누르면 자동적으로 매칭이 진행된다. 곧 매칭 완료 알림과 해당 기사의 프로필 화면이 뜬다. 등록된 운전기사는 모두 그랩에서 신원을 확인한 인원들이다. 대부분 자차를 이용해 운행한다. 따라서 사고나 교통법규 위반 등 모든 일에 자기 책임 부담을 느끼기에 안전하게 방어 운전을 한다는 후문.
매칭된 기사의 위치와 프로필 정보가 확인된다. 기사에게 통화 하거나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 만일의 상황을 대비한 긴급통화 아이콘이 눈에 띈다.
그랩 라이더는 녹색 옷과 헬멧을 착용하고 있어 쉽게 눈에 띈다. 배차된 기사와 승객은 메시지나 전화로 서로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도착한 기사랑 간단히 인사를 한 후 헬멧을 착용한다. 기사들은 항시 동승자 헬멧을 준비하도록 되어있다. 어디를 간다고 설명할 필요도, 금액이 얼만지 물어볼 이유도 없다.
동승자석에 앉을 때에는 몇 가지 요령이 있다. 시트에 올라타는 방향이 오른쪽인지 왼쪽인지 운전자가 알 수 있도록 신호를 주는 편이 좋다. 동승자가 올라타는 동안 운전자가 무게 중심을 잡아야 하기 때문. 자칫 사인이 맞지 않으면 제자리에서 넘어지는 경우도 생긴다.
프로필에서 사진으로 봤던 그랩 라이더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차량 번호와 차종도 일치했다.
동승자 시트에 앉았다면 운전자의 허리를 양쪽 무릎으로 죄듯 슬쩍 잡아 중심을 잡으면 된다. 손이 남아 어색하다면 시트 양옆에 있는 동승자 손잡이를 쥐자. 이렇게 하면 서로 불필요한 접촉은 최소화할 수 있으면서도 중심 잡기 좋은 자세가 된다.
뒷좌석에 앉아 운전자에게 잘 탔다고 오케이 사인을 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하더니 복작대는 도로 속으로 자연스레 합류한다. 수많은 오토바이들 사이에서 함께 달리니 기분이 묘하다. 왠지 모르게 그들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이 순간만큼은 여행자라기보다 이곳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활자가 된 느낌이랄까.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여행 감각을 자극하는 맛이 있다.
신호가 바뀌자 오토바이들이 일제히 앞으로 나가고 있다
첫 번째 목적지에 이어 두 번째도 그랩 바이크를 이용하기로 했다. 한 번 타보니 막연한 두려움이 사라졌을 뿐 아니라 오히려 베트남 도로 사정에 잘 맞는 교통수단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이번에는 좀 더 긴 거리인 9km를 이동했다. 금액은 3만 8천 동, 우리나라 돈으로 약 1,800원 정도였다.
운전자는 시속 50km/h 내외로 서행하며 부드럽게 운전했다. 수많은 바이크 사이에서도 안전거리와 적정 속도를 유지해 심리적으로도 편안했다. 또 한 가지 장점은 운임 덤터기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 앱에서 금액을 산정하기에 가격 흥정을 하거나 거스름돈 실랑이를 하지 않아도 돼 안심이다.
이동하는 잠깐의 순간에서도 바이크 여행을 느낄 수 있어 좋다
그 이후로도 베트남에서 체류하는 동안 주로 그랩 바이크를 이용했다. 비록 시원한 에어컨이 있는 택시 보다야 불편했지만 도로 흐름에 유리하고 비용마저도 저렴한 그랩 바이크가 더 끌렸다. 더욱이 잠깐의 이동마저 여행으로 만들어주는 모터바이크의 매력을 타국에서 느낄 수 있다는 점 하나 만으로도 이유는 충분했기 때문이다.
월간 모터바이크 이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