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이 방패 나섰지만…국민 아이돌 ‘민낯’ 거 좀 불편하네
아이돌 그룹 ‘워너원’의 욕설·성적 단어로 추정되는 발언이 방송 사고로 송출되면서 논란을 낳았다. 사진=특별취재단 (일간스포츠 제공)
아이돌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 2’를 통해 결성된 남성 11인조 그룹 WANNA ONE(워너원). 이들의 데뷔 이래 최악의 위기는 지난 3월 19일 발생했다. 이날 신곡 ‘부메랑’으로 컴백한 워너원은 첫 방송 직전 백스테이지에서 여과 없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방송이 실시간 노출되는 사고가 났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한 채 카메라를 향해 온갖 잡담과 하소연을 쏟아낸 탓이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문제가 된 것은 욕설과 성적인 발언 논란이었다. 먼저 라이브 방송을 위한 자리로 이동하던 중 멤버 가운데 한 명이 “아 미리 욕해야겠다”라며 “씹”이라는 욕설을 여러 번 반복하는 듯한 음성이 포착됐다.
이후 멤버들이 자리를 이동하고 있는 중에도 대만인 멤버인 라이관린이 “서울 XXXX(차량 번호판 숫자), 어제 우리 집 밑에서 뭐해?”라는 발언 직후 멤버 가운데 또 다른 누군가가 “대딸각?”으로 들리는 발언을 해 구설수에 올랐다. ‘대신 자위를 해준다’는 뜻으로, 사생팬을 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을 겨냥해 성적 발언을 한 것이라는 해석이 득세했다.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고 있던 멤버와 말투에서 티가 나는 외국인 멤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멤버들은 영상 속에서 목소리만 들릴 뿐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가장 큰 문제가 된 욕설과 성적 발언을 어느 멤버가 했는지에 관심이 쏠렸다.
이 가운데 욕설은 하성운이, 성적 발언은 라이관린이 한 것으로 지목되자 팬들이 반발에 나섰다. 팬들은 하성운의 “미리 욕해야겠다”라는 발언은 “미리 익혀야겠다” 또는 “미리 이렇게 해야겠다”로, 라이관린의 발언으로 추정되는 “대딸각”은 “됐다 해” 또는 “대답해라”라고 해명했다. 또 하성운의 욕설로 추정되는 “씹”이라는 반복 발언에 대해서는 “말투의 높낮이와 속도가 일정하다”라며 기계 소리일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일부 개인 멤버 팬덤이 그룹 내에서 비교적 인기가 덜한 멤버에게 논란 발언의 책임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른바 ‘폭탄 돌리기’다.
정식 촬영 전 “미리 욕해야겠다”라는 발언과 이어지는 반복적인 욕설이 멤버 하성운의 발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성운 팬덤은 이 영상을 음성분석전문기관에 의뢰해 하성운이 욕설을 하지 않았다는 결과를 받아 냈다. 사진=스타라이브 영상 캡처
워너원의 결성은 대중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에게 투표해서 그룹을 완성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러다 보니 그룹 전체를 좋아하는 팬덤에 비해 개인 멤버의 팬덤의 세력이 훨씬 강한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그룹 내에서도 인기도가 높은 멤버가 아니라 비교적 낮은 인기의 멤버들이 논란을 그대로 껴안았다는 것. 실제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일부 팬이 다른 멤버에게 문제의 발언을 떠넘기려 여론을 조성하다가 들통 나 공개 사과문을 올리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문제의 발언자로 꼽힌 멤버의 개인 팬덤이 직접 전문적인 분석 자문을 구하기에 이른다. 지난 3월 20일 이들이 분석을 요청한 디지털과학수사연구소 측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미리미리 욕해야겠다”는 발언은 하성운의 발언은 맞으나, “미리미리 이렇게 해야겠다”로 판단됐다. 또 “씹”이라는 반복적인 욕설로 알려졌던 발언에 대해서는 “사람의 음성으로 여길 수 있는 성문이 관찰되지 않는다”라며 욕설이 아닌 기계음으로 판단된다는 감정 결과를 내놨다.
나머지 문제는 ‘대딸각’이다. 그러나 연구소 측은 문제의 발언이 “‘대따해라’로 청취되며, ‘대답해라’로 판단된다”는 답변을 내놨다. 또 이 발언을 음성 분석한 결과 하성운의 음성이 아니라는 판단도 함께 내놨다. 결국 하성운은 욕설을 하지 않았고, 성적인 발언 역시 사실이 아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다만 이 발언을 멤버 가운데 누가 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하성운의 개인 팬덤은 디지털과학수사연구소에 영상 내 음석 분석을 의뢰했다. 사진=트위터 캡처
한 연예계 관계자는 “소속사나 매니지먼트사의 입장에서는 아마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발언이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그 자리에 멤버들만 있는 게 아니라 방송사 관계자, 스태프가 함께 하고 있었다. 방송이 나가는 것을 몰랐다 하더라도 그런 자리에서 멤버들이 직접 마치 정산을 전혀 받지 못하는 것처럼, 정산 비율이 터무니없이 작은 것처럼 하소연하는 것은 뒷일을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우리는 왜 자유롭지 못하는가” “왜 이렇게 스케줄이 빡빡한가” “우리는 왜 잠을 잘 수 없는가”라는 발언들 역시 문제가 됐다. 국민 프로듀서의 선택을 호소하며 눈물의 아이돌 데뷔를 이뤄냈던 그들이었다. 그러나 데뷔 1년도 되지 않아 ‘프로듀스 101 시즌 2’에서 보여준 열정과 상반되는 모습을 보인 것에 실망을 느꼈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대중들의 이런 반응은 광고업계에도 그대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광고계 관계자는 “현재 워너원이 광고하고 있는 상품들은 단순히 팬덤 장사만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 대중들의 반응도 민감하게 캐치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워너원의 대중 이미지는 아무래도 ‘국민이 선택한 아이돌’이므로 ‘프로듀스 101 시즌 2’ 방송에서 보여줬던 아이돌에 대한 열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그런 이미지가 흠집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그룹 내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강다니엘이 래퍼 육지담과의 스캔들에 대해 명확하게 입을 열지 않는 것도 그룹 이미지 훼손에 한몫하고 있는 상황. 지난 3월 21과 22일 육지담으로부터 스캔들과 관련한 공식 사과와 해명을 요구받은 YMC와 CJ 측 역시 “무슨 사과를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라는 입장만을 내놨을 뿐, 사안에 대해서는 해결도 해명도 하지 않은 채 입을 다물었다. 그러다 보니 매니지먼트사조차도 대중들이 바라보는 워너원의 이미지 회복에 손을 놓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