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덕] 바닷길 여행

봄의 수평선과 ‘짜릿한 포옹’

	▲ 대게 모양을 형상화한 창포말 조형등대. 이곳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수평선 양끝이 둥그스름하게 휘어있어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찬바람이 머물던 자리에 따뜻한 햇살이 길손처럼 찾아왔다. 아른거리는 봄기운을 만끽하고 싶다면 계절의 유혹이 가득한 3월의 바닷가로 달려가자. 봄바람이 싱그럽게 불어오는 경북 영덕 해안은 어떨까. 특히 깔끔하게 단장된 새 도로인 ‘영덕 대게로’는 해맞이 공원과 등대, 하얀 풍차까지 둘러볼 수 있는 낭만으로 가득 찬 길이다.

영덕 강구항은 본래 영덕대게와 오래된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의 촬영지로 유명해진 곳이지만 지금은 해안도로와 하얀 풍차들의 언덕이 더 눈길을 끈다.

강구항에서 시작되는 ‘대게로’는 동해 푸른 물을 옆에 끼고 창포리 방파제를 지나 북쪽으로 이어진다. ‘대게등대’란 이름으로 더 알려진 창포말 조형등대와 해맞이공원, 풍력발전단지를 지나 축산항 대게 원조마을까지 이어지는 왕복 2차선 20㎞ 구간의 바닷길은 그 어디에 멈춰서도 영화같이 아름답다.

이곳 도로 주변은 자연환경 그대로를 이용한 하나의 공원이다. 대게로 중간쯤 나타나는 작은 고갯길 위에 하얀 등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해맞이 공원이 시작되는 곳이다. 도로변 바다 쪽 경사면을 살려 만든 일출 조망시설이다. 2만여 포기 야생화와 꽃나무들로 장식된 시설부지 면적만 모두 10㏊에 이른다. 아직은 이르지만 바다를 향한 사면은 3월 말부터 가을까지 화려한 야생화들로 뒤덮인다. 군데군데 지붕을 얹은 정자들과 목재 파고라(간이정자)들이 서 있고 정자와 조망대 사이를 목재 계단과 통행로들이 가로세로 짜임새 있게 잇고 있다. 편의시설이 잘 돼 있어 쉬어가기 적당하다.

하얀 기둥에 빨간 모자를 쓴 등대는 대게의 모양을 형상화한 것이다. 등대 안에 자유로이 들어가 전망대를 이용할 수 있다. 언덕 위라든가 등대 위로 올라가 멀리 바라다보면 하늘과 바다 사이를 가르는 수평선이 한눈에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길고 시원하다. 자세히 보면 수평선의 두 끝이 한가운데보다 수위가 낮아 둥그스름하게 휘어진 것을 볼 수 있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 해맞이 공원 옆에 자리한 풍력발전 단지. 거대한 풍차가 장관이다.

해맞이공원이 끝나는 즈음에 나타나는 풍력발전 단지는 누구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지난해 봄부터 본격 가동됐는데 높이 80m의 하얀 기둥에 거대한 날개를 단 풍차(풍력발전기)가 모두 24기나 된다. 정상까지 자동차로 올라가 하얀 날개가 세 팔을 벌리고 느릿하게 돌아가는 여유로운 풍경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이미 잘 알려진 대관령 삼양목장에 비해 규모는 작아 보이지만 풍차 바로 뒤로 시원한 바다가 펼쳐지는 장관은 이곳만의 자랑이다.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물인가.”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영덕에 들렀다면 전통의 영덕대게를 맛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보통 2인 기준으로 5만 원에서 최고 15만 원 이상의 높은 가격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우선 싼 가격에 믿을 수 있는 대게를 원한다면 대게 원조마을을 찾아가보자. 대게로 북쪽 끝 축산항 인근에 경정리라는 어촌 마을이 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어촌이지만 주민들이 직접 바다에 나가 잡은 대게를 민가에서 각기 조리해 판매한다. 무엇보다 값이 싸고 수입품에 속을 걱정이 없어 눈치 빠른 관광객들이 많이 애용한다.

크고 값나가는 최상품 박달게는 아무래도 강구항 쪽이 풍부하다. 대게마을 주민들이 10t 미만의 작은 배를 이용해 주로 어린 게(물게)들이 서식하는 연안에서 게를 잡아오는 데 반해 강구항에는 먼 바다까지 나가는 중대형 어선들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 최상품 박달게를 맛볼 수 있는 강구항. 속살이 겉껍질에 쫄깃하게 붙어있는 것이 ‘상품’이라고 한다.

영덕대게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최상품 박달게는 등폭 20㎝ 안팎으로 크기도 크거니와 속살에는 특유의 쫄깃함이 있다. 강구항 위판장(매일 아침 9시 개장)에 나오는 박달게는 그 물량이 하루 수백 마리 정도에 지나지 않아 거의 강구항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한다.

요즘은 러시아산 등 값싼 수입 대게가 강구항 물량의 태반을 차지한다. 원산지가 구분된 여러 개의 수조에 나뉘어 엄격히 관리되긴 하지만 외형만으로 품질을 구분하기 어려운 관광객들로서는 신뢰할 수 있는 상점을 찾는 일이 그만큼 중요해졌다. 강구항에서 30년 동안 대게를 취급해온 한 상점의 주인 배성준 씨는 “게를 찐 후 속살이 잘 떨어져 나오는 것은 박달게가 아니며 속살이 겉껍질에 쫄깃하게 달라붙어 있는 것이 상품 박달게에 가깝다”고 귀띔한다(대게원조마을 축산면사무소 054-730-7602, 강구항 대게종가 054-733-3838). 강구항의 근해선주자망협회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브랜드 팔찌를 직접 잡아 선별한 박달게에 부착하는 방법으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여행안내

★길잡이: ①경부선: 대구→포항→7번 국도→영덕 ②중앙선: 원주→안동→34번 국도→영덕 ③고속·시외버스: 서울, 부산, 대구, 울산, 경주, 포항에서 영덕까지 수시 운행.

★주변 볼거리: 오가는 길에 서쪽으로는 안동이나 청송 주왕산, 주산지 등을, 남쪽으로는 포항 구룡포나 경주 등을 들러볼 만하다. 모두 1시간 이내 거리다.

★문의: 영덕군 홈페이지 www.yd.go.kr / 문화관광과 054-730-6396 / 삼사해상공원(강구면사무소) 054-730-7202 / 해맞이공원(영덕군청 산림경영과) 054-730-6315 / 대게원조마을(축산면사무소) 054-730-7602 / 경보화석박물관 054-732-8655

정해용 여행전문작가 www.bungae.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