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해에 회한 묻고 뜨는 해에 희망 싣고
▲ 관동팔경 가운데 첫손에 꼽히는 경포호의 일몰은 여느 바다와 달리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 ||
흔히 ‘동해일출, 서해일몰’이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가끔은 예외인 경우도 있다. 서해 당진 왜목마을과 충남 서천 마량리에서 일출을 볼 수 있는 것처럼 동해 강릉 경포호에서도 일몰이 멋지게 잡힌다.
경포해수욕장과 바로 닿아 있는 경포호는 둘레 4㎞의 거대한 호수다. 예전에는 무려 12㎞나 됐다고 한다. 경포호에는 경포대를 중심으로 금란정, 경호정, 호해정, 석란정, 창랑정, 취영정, 상영정, 방해정, 해운정, 월파 등 10개의 정자가 남아 있다.
관동팔경 가운데 첫손에 꼽던 곳인 만큼 경포호는 풍광이 아름답다. 물이 거울처럼 맑다고 해서 경포호(鏡浦湖) 혹은 경호(鏡湖)라는 이름이 붙었다. 지금이야 그만큼은 못하지만 아직까지도 물은 더럽지 않은 편이다.
경포호 주변 야트막한 언덕 위에 자리한 경포대에서는 다섯 개의 달을 볼 수 있다. 하늘에 달이 뜨고, 호수에 달이 뜨고, 또한 바다에 달이 뜨고, 술잔에도 비치어 달이 뜬다. 마지막으로 뜨는 달은 임의 눈 속에 들어 있다.
워낙 호수가 크다보니 동해에 자리하고 있지만 멋진 일몰을 볼 수 있다. 대관령 너머로 태양이 질 무렵 경포호에 불기둥을 길게 남긴다. 여느 바다의 일몰과 달리 호수의 일몰은 더욱 고즈넉하다. 한 해를 조용히 마감하며 일몰을 즐기기에 경포대는 더없이 좋은 곳이다.
경포호 주변에는 둘러볼 만한 곳들이 많다. 선교장이나 오죽헌이야 워낙 잘 알려진 곳들. 이외에도 참소리박물관은 아이들과 함께 찾기에 좋은 곳이다. 이 박물관은 에디슨사이언스뮤지엄과 붙어 있다. 두 개의 박물관을 하나로 봐도 무방하다.
참소리박물관에는 뮤직박스, 축음기, 라디오, TV, 자동차, 에디슨의 발명품 등 5000여 점의 소리 관련 악기와 기계들이 소장돼 있다. 그 옆 에디슨사이언스뮤지엄에는 에디슨의 발명품과 유품, 생활용품 등이 3개의 전시관에 전시돼 있다.
▲ 낙산사 홍련암(왼쪽 위). 해수관음상에서 의상대로 내려가며 보는 일출도 좋다(오른쪽 위). 강릉에서 양양 가는 길에 있는 주문진항 근방 소돌 아들바위공원. 1억 5000만 년 전 지각변동으로 솟아오른 바위들이 바다와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아래). | ||
테라로사 공장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고소한 커피향에 기분이 좋아진다. 입구 왼쪽에는 베이커리가 있다. 직접 케익이며 과자를 만들어 판다. 오른쪽에는 생두가 포대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 생두 가공공장이다. 왼쪽은 레스토랑, 정면은 카페다. 레스토랑은 허브꽃밭 안에 있다. 카페에서는 온갖 종류의 커피를 판매한다. 커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테스팅 코스가 인기다. 세 가지의 커피를 조금씩 맛볼 수 있다. 진한 커피향 속에서 지난 1년을 음미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낙산사가 화재로 소실된 지 벌써 2년 8개월. 낙산사는 이때의 화재로 원통보전과 홍예문, 범종각, 무설전, 근행당 등 21동의 건물과 100만㎡(30만 평)의 사찰림 가운데 3분의 2가 불타는 대재앙을 당했다. 사찰 주위의 아름드리나무들은 거의 다 타버렸다. 해안 절벽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늙은 해송들이 우거졌던 예전의 낙산사는 그렇게 멋질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허허롭다. 낙산사 후문 쪽에서도 예전에는 해수관음상이 나무들에 가려 보이지 않았는데 지금은 시야에 잡힌다. 그렇게 화재가 바꿔놓은 낙산사지만 지난 11월 낙성식을 갖고 예전의 모습을 얼추 되찾았다.
화마에 당하기 전의 홍예문은 둥글둥글한 돌들을 쌓아 올려 멋스럽고 또 정감이 갔다. 하지만 지금은 황토색의 잘 다듬은 돌로 쌓아 올렸다. 그 큰 불 속에서도 홍련암, 의상대, 해수관음상, 보타전 등이 무사한 것은 정말 불행 중 다행이었다. 새벽에 오른 낙산사에서는 홍련암 기도소리가 해낙낙하다.
양양군 북쪽 해안에 자리한 낙산사는 의상대사가 관음보살의 계시를 받고 지은 절이다. 대사가 동해용왕으로부터 여의주를 받고 수도한 절벽 위에 세웠다는 의상대는 낙산사 최고의 일출 전망대다. 그러나 정작 더 아름다운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은 홍련암이다. 기암절벽과 소나무 그리고 다소곳한 정자가 어우러진 의상대의 멋진 모습이 실루엣으로 잡히고 그 뒤로 붉은 태양이 하늘로 솟구치는 광경이 목도되기 때문이다.
해수관음상에서 의상대로 이어지는 언덕길은 예전에 없던 것이다. 그러나 화재로 인해 언덕에 자리하고 있던 나무들이 모조리 타버려 길 아닌 길이 났다. 이 길을 따라 의상대로 내려가면서 보는 일출도 좋다. 그루터기만 남은 나무들 주변에는 지금도 까만 재들이 남아 있다.
한편 양양, 강릉 일대 7번 국도상에는 숨겨진 일출 명소들이 많은데 주문진 소돌항은 그중 첫손에 꼽을 만하다. ‘소돌’은 마을이 소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 소돌항 방파제 바로 옆 소돌 아들바위공원은 1억 5000만 년 전 바다의 지각변동으로 솟아오른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널려 있는 곳인데 이곳에서 바라본 일출이 백미 중 백미다. 평지나 다름없는 곳에서 무슨 해돋이가 멋있겠냐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건 섣부른 판단이다. 자연의 대걸작인 기묘한 바위들 사이로 떠오르는 태양이 장관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여행 안내
★길잡이: 영동고속국도→강릉분기점→현남IC→7번 국도→양양 낙산사
★먹거리: 일몰을 볼 수 있는 경포호수 앞에는 초당순두부촌이 있다. 그중 ‘원조초당순두부’(033-652-2660)는 3대째 손맛을 이어오고 있는 곳. 구수한 순두부백반 5000원, 수육과 두부와 볶은 김치가 어우러진 초당두부가 1만 5000원.
★잠자리: 낙산사 인근에 숙박업소가 많다. 그중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은 의상대 올라가는 언덕에 있는 ‘낙산비치호텔’(033-672-4000)이다. 낙산사 아래 모텔들도 대부분 전망이 좋다.
★문의: ▶양양군청(http://www.yangyang-gun.gangwon.kr) 문화관광과 033-670-2721, 낙산사 033-672-2447~8 ▶강릉시청 관광문화포털(http://www.gntour.go.kr) 관광과 033-640-5420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