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학교 커뮤니티 앱 게시판 캡쳐
[원주=일요신문] 박태순 기자 = “캡사이신은 한 두 방울만 먹어도 미쳐 돌아버리는 고통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원주의 한 대학교 학과 MT에서 캡사이신을 놓고 복불복게임을 진행, 대학생 커뮤니티 앱 게시판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익명의 글쓴이는 “경찰이 사용하는 최루액의 원료가 캡사이신”이라며 “시위 현장에서 최루액을 사용했다가 ‘특수’ 상해죄로 화두에 올랐던 사건도 있는 만큼 (캡사이신을) 단순히 복불복 사용에 아무렇지 않게 사용될 수 있는게 아니다”라는 의견을 남겼다.
이어 “MT때 A4용지 한 장에 큼지막하게 쓰여져 있던 ‘영안실’이라는 단어가 큰 충격 이었다”고 밝히고 “캡사이신처럼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소한 일 하나로 사람의 목숨과 건강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 같이 즐겁자고 한 MT에서 누군가 불편함을 느끼고 황당함, 당황스러움을 느꼈다면 자체검열을 해봐야 한다”며 “내년 MT부터는 이런 사건들이 일체 발생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복불복 게임과 관련해 게시판에는 ‘공감 합니다’, ‘인권위 신고 안되나?’ 등의 댓글이 남겨졌다.
학생회 측에 따르면 MT는 지난 달 30~31일 강원 횡성군의 한 콘도에서 신입생, 재학생, 대학원 등 15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학생회 측은 ‘몸으로 말해요’, ‘복불복게임’, ‘스피드 댄싱라인’ 등의 프로그램으로 꾸며졌고 이 중 복불복 게임은 일반 토마토주스와 캡사이신을 넣은 토마토주스를 놓고 8팀에서 1명씩 나와 4명이 마시는 게임으로 진행됐다.
학생회 측은 캡사이신을 구매한 뒤 타서 먹어도 보고 비상약품도 미리 준비했다고 밝혔다.
해당학과 학생은 “게임을 하기 전 (학생들에게) 토마토 주스에 캡사이신을 탔으니 먹지 말고 안 해도 된다.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진행됐다”며 “당시 고통을 호소했던 학우에게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비상약이 준비됐다고 말했고 개인적으로 찾아갔을 때 응급실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계속 진행했다”고 밝히고 “(캡사이신 먹은) 4명한테 찾아가 사과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의 게임이었을 뿐”이라며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2월19~3월24일 새 학기를 맞아 대학 내 학생 인권침해 행위를 예방하고 안전한 대학생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현장 안전점검을 실시한바 있다.
특히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운영 지침’, ‘대학 내 건전한 집단활동 운영 대책’, ‘대학생 집단 연수 운영 안전 확보 매뉴얼’ 등을 각 대학에 알려 관리·감독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각 대학마다 인권센터 및 상담소가 있기 때문에 대학 내 집단 활동 운영에 대한 매뉴얼을 대학 자체 실정에 맞게 개발·적용 권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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