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거름이 시처럼 음악처럼…
▲ 서해 낙조 명소로 꼽을 만한 을왕리. | ||
영종도와 용유도는 본래 연륙교로 연결돼 있던 독립적인 섬들이다. 그러던 것이 인천국제공항 건설을 위해 그 사이를 매립하면서 하나의 섬으로 재탄생했다. 인천국제공항을 ‘영종도국제공항’이라고도 부르는 것처럼 새로운 이 섬을 두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종도로 기억할 뿐이다. 하지만 용유도는 엄연히 남아 있다. 고구마처럼 길쭉하게 생긴 섬의 북쪽이 영종도, 중간부분이 공항, 남쪽이 용유도다.
용이 노니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용유도라는 이름이 붙은 이 섬은 해안이 일품인 섬이었다. 지금은 공항건설로 남쪽의 해안만 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영종도를 지나 하얏트리젠시인천호텔을 낀 도로를 타고 가다보면 잠진도선착장 갈림길이 나온다. 이곳을 지나 을왕리 방면 왼쪽 길을 택해 나아가면 멋진 용유도의 해안을 만날 수 있다.
도로변으로 소나무가 방풍림처럼 심어져 있고 그 너머로 푸른 바다가 보이는 마시란해변을 시작으로 용유, 을왕, 왕산해변이 이어진다. 바다는 한산하지만 여름 휴가철에는 제법 시끌벅적한 용유도다. 그러나 요즘은 조개구이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 외에 이곳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
사실 용유도는 조개구이를 빼고 설명할 수 없다. 해안 곳곳에 조개구이집들이 박혀 있는데 특히 을왕해변 일대에 가장 크게 상권을 형성하며 모여 있다. 용유도에서는 조개를 직접 캐볼 수도 있다. 용유도의 해변은 썰물이면 모래사장 너머로 넓게 갯벌이 펼쳐진다. 이곳에 조개가 많다. 갯바위에는 굴도 덕지덕지 붙어 있다.
이곳의 해거름은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용유도의 자랑이다. 마시란해변에서부터 왕산해변 방면으로 천천히 길을 달리다가 마음에 드는 곳 어디에서 멈춰도 해거름의 감동을 느낄 수 있을 테지만, 기왕이면 을왕이나 왕산해변까지 가보는 게 좋다. 을왕해변은 방파제 뒤로 떨어지는 해거름이 일품이고, 왕산해변은 기암 너머로 지는 해거름이 또한 장관이다. 겨울이 되면 을왕해변의 왼쪽 끝에 솟아오른 선녀바위를 그 배경 속에 넣어도 괜찮다.
한편 용유도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고택 하나가 있다. 용유초등학교에서 마을 안쪽으로 1㎞ 정도 들어가면 나오는 조병수 가옥이다. 현재 인천광역시문화재자료 제16호로 지정돼 있다. 안채는 주인 내외가 이용하고 5개의 방이 있는 사랑채는 손님들을 위해 비워둔다.
나오는 길에 영종도 구읍나루 인근에 자리한 세계여행문화원에도 들러보자. 세계여행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고 김찬삼 씨의 유지를 받들어 조성된 곳으로 160여 나라 1000여 도시를 직접 여행하며 남긴 고인의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길잡이: 인천공항 방면 신공항고속도로→영종대교→영종도→용유도 해안도로(마시란해변, 용유해변, 을왕해변, 왕산해변)
★문의: 인천광역시 중구청(http://www.icjg.go.kr) 032-760-7130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