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손으로 빚어 만든 세상
▲ 이창걸 씨가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 ||
장흥면 부곡리 송추계곡 앞 갈림길에서 39번 국도를 따라 기산저수지 방면으로 올라가다보면 ‘행원도예’라는 조그마한 이정표가 나타난다. 의심의 여지없이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좌회전해서 들어가지만 시멘트길은 좁고, 낡은 집과 논밭만 보인다. 대체 어디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인지 슬슬 의심하게 될 때쯤 우측에 드디어 행원도예가 모습을 드러낸다.
대문을 넘어서자 마당이라기엔 아주 좁은 공간이 있다. 주변은 온통 도자기를 이용한 소품들이다. 투박한 도자기와 그 위에 심어진 꽃들, 토우를 연상케 하는 도자기 인형들이 가득이다.
집 안으로 들어서니 잘 정돈된 공방이 먼저 나온다. 나무를 얼기설기 엮어 만든 전등갓이며, 도자기탈, 도자기풍경 따위가 벽면이나 창문, 천정 등에 장식돼 있고 한가운데는 널찍한 탁자가 있다. 그리고 그 뒤편으로 햇볕 잘 드는 창 앞 1평 남짓한 공간에 전통물레 하나가 놓여 있다.
행원도예는 이창걸(49)·김선희(46) 부부가 이끌어가는 곳이다. 부부가 모두 도예가다. 물레가 있는 곳이 남편 이 씨의 작업공간이고, 탁자는 부인 김 씨의 것이다. 행원도예에서는 주로 분청자기를 빚는다. 색이 가장 자연스럽고 곱기 때문에 부부는 분청을 특히 좋아한다. 이곳에서 빚는 작품들은 대부분 생활자기들이다. 선이 무척 단순하면서도 개성이 있다. 되도록 가볍게 만들기 위해 애를 쓴 덕분인지 실생활에서 사용하기에 전혀 무리가 없다.
작업공간 옆에는 전시공간과 다실이 있다. 전시공간에서 더 다양한 작품들을 구경할 수 있다. 다실은 부부보다 방문객들이 더 많이 이용하는 곳이다. 전시장과 다실은 분리가 되어 있지 않다. 전시장을 둘러보다가 툇마루처럼 놓인 다실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면 부부는 어김없이 차를 내온다. 직접 덖은 둥글레, 뽕잎차와 지인들에게서 얻은 녹차와 댓잎차 등 다양한 차들을 권하며 이야기를 건넨다.
행원도예는 올해로 창립 20주년이 되었다. 이 집으로 옮긴 지는 15년째다. 50년 된 흙집을 구입해 그간 심혈을 기울여 도자기를 만들 듯 갈고 닦았다. 집 구석구석 손이 안 간 곳이 없다. 아예 뼈대만 빼고 전체를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집 꾸미는 솜씨가 여간이 아니어서 인테리어전문가들이 소문을 듣고 찾아올 정도다. 다실 옆으로 난 창이 특히 매력적이다. 창 너머로 숲이 펼쳐져 있다. 화폭에 담긴 둥글레와 금낭화 등이 바람에 살랑거린다.
한편 행원도예에서는 도자기 빚기 체험도 할 수 있다. 꽃병, 찻잔, 그릇, 접시 등 무엇이든 가능하다. 올해는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도자기체험객들에게 꽃을 피우는 다육이(사막과 같은 수분이 적은 지역에서 살아남기 위해, 줄기나 잎에 많은 양의 수분을 저장하고 있는 식물)를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체험비용은 어른 1만 8000원, 어린이 1만 5000원.
★길잡이: 서울 구파발 방면에서 371번 지방도를 타고 달린다. 장흥역 앞에서 만나는 39번 국도를 따라 송추계곡 방면으로 간다. 송추계곡 앞 사거리에서 좌회전한 후 조금 올라가다보면 왼쪽에 행원도예 이정표가 조그맣게 보인다.
★문의: 행원도예(http:// www.haengwon.net) 031-826-0421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