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세월 ‘만져 봐’
▲ 북촌사람들의 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는 북촌생활사박물관. 북촌사람들이 썼던 물건들이 이곳에 전시돼 있다. | ||
북촌의 거의 끄트머리에 자그마한 박물관 하나가 있다. 박물관이라지만 주변 건물들과 똑같은 한옥이다. 더 크지도 더 높지도 않다. 이 평범한 한옥의 이름은 북촌생활사박물관이다. 북촌사람들이 생활하면서 사용했던 물건들을 하나씩 모아 차린 박물관이다. 그야말로 이곳의 역사라 할 수 있는 물건들이 이 박물관에 가득하다.
북촌은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의 전통한옥지구다. ‘종로 윗동네’라는 의미에서 북촌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왔다. 안국동, 삼청동, 가회동, 팔판동, 계동 등이 이곳에 속한다. 경복궁 왼편에 자리한 서촌이 중인 계층이 모여 살던 곳이라면 북촌은 사대부 계층의 주거지였다. 비록 유리창문이나 벽돌로 바뀐 담벼락 등 외형적으로 현대적 변용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조선 건국 이래 600년의 세월을 지나오면서도 꿋꿋이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북촌은 놀라움을 준다.
북촌생활사박물관은 삼청동에 있다. 정독도서관에서 화개1길을 따라 쭉 올라가면 박물관에 닿는다. 바로 아래에 실크로드박물관이 있다. 박물관 일대는 북촌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속한다. 민속박물관과 경복궁 근정전이 멀리 내려다보인다. 시원한 전망이 매력적이다.
박물관은 옥외전시장 1개와 실내전시장 3개 등 총 4개의 전시장과 1개의 체험실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실내전시장들은 그 나눔의 경계가 모호하다. 방마다 하나의 전시장으로 칠 수도 있지만 그러기엔 너무 전시장의 크기가 작고 군색하다. 그냥 실내를 하나의 전시장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이곳의 물건들은 모두 북촌사람들이 실제 사용했던 것들이다. 길게는 몇 백 년, 짧게는 십수년 전의 물건들이 전시돼 있다. 일상생활용품들인 만큼 이곳에 전시된 것들은 ‘만져보기’가 허용된다. 전시물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여타 박물관의 경우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옥외전시장에는 집벽과 마당벽, 계단 등에 물건들이 전시돼 있다. 곡식껍데기를 분리할 때 쓰던 키와 음식물을 담아 식히던 소쿠리, 크고 작은 장독, 약단지를 이용한 화분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한편 체험실에서는 박물관에 전시된 물건들을 직접 사용해볼 수 있다. 맷돌질도 하고, 다듬이방망이를 두드려 구겨진 옷감을 펴볼 수도 있다. 24절기에 맞춘 민속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길잡이: 지하철3호선 안국역 1번 출구→정독도서관→장신구박물관→북촌생활사박물관
★문의: 02-736-3957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