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보물 가득한 미륵성지
▲길잡이: 호남고속도로 금산사나들목→좌회전→712번 지방도→금산사.
▲문의: 금산사(http://www.geumsansa.org) 063-548-4441
김제에서 전주로 향하는 712번 지방도를 타고 가다보면 모악산도립공원이 나오는데, 이곳에 금산사가 자리하고 있다. 어느 절이든 있게 마련인 대웅전 대신 미륵전이 중앙에 떡 버티고 있는 절이다.
금산사 주차장에서 절로 가는 길은 오래된 벚나무와 참나무, 팽나무들이 한데 어울려 터널을 이루고 있다. 들판은 이제 추수도 거의 끝나가는데 숲에는 단풍이 아직 이르다. 붉은 기운은 찾아볼 수 없고, 여전히 초록이 눈부시다. 아무래도 남쪽이라 11월 중순이 되어야 단풍 구경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 남짓한 길을 걸어 절 앞에 이르자 조그마한 무지개돌다리가 하나 있다. 다리 아래로 시냇물이 졸졸 흐른다. 다리를 건넌 후 일주문과 금강문, 천왕문 등을 차례로 거쳐 경내로 들어서니 정면에 보이는 대적광전보다 오른쪽에 서 있는 미륵전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절은 가람의 배치가 짜임새가 있을뿐더러 굉장히 정갈하게 단장돼 있다.
금산사는 백제 법왕 1년(599년) 창건된 고찰이다. 이후 통일신라 경덕왕 때 진표율사가 중창하며 절을 크게 일으켰다. 이때부터 미륵성지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는데, 미륵전이 세워진 것도 당시다. 미륵전은 국보 제62호로 지정될 만큼 가치를 인정받는 건물이다. 미륵전은 겉에서 볼 때 3층 누각이다. 1층 대자보전, 2층 용화지회, 3층 미륵전이라는 각각의 편액이 걸려 있다. 그러나 안은 층 구별이 없고 하나로 뚫려 있다. 안에는 옥내에 안치된 입불(立佛) 중에는 세계 최대인 미륵불이 있다. 불상들 중 가운데 것이 미륵불로 무려 11.82m에 달한다. 좌우 불상도 8.8m나 된다.
미륵은 석가모니의 뒤를 이어 57억 년 후에 중생을 구제할 미래의 부처다. 금산사를 찾는 사람들은 이 미륵불에 소원을 빌며 더 나은 미래를 꿈꾼다. 그런데 먼 훗날에나 찾아올 미륵이 자신이라던 남자가 있었으니 그가 후백제를 세운 견훤이었다. 그러나 견훤은 끝내 미륵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나아가 왕위를 넷째아들에게 물려주려다 큰아들에게 잡혀 미륵신앙의 본산 격인 금산사에 갇히기도 했다. 잠시 눈을 감아보면 그 시절 견훤의 모습이 떠오를 듯도 하다.
한편, 미륵전에선 벽화도 눈여겨 볼 만하다. 내벽과 외벽에 185폭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그림이 세밀하다. 하지만 오랜 세월을 건너온 벽화는 보존이 시급한 상태다. 일부 깨끗한 것들도 있지만, 벽이 갈라지고 떼어져 나가면서 손상된 그림이 많다. 더군다나 못 따위로 낙서를 하는 바람에 훼손된 곳도 더러 있다.
미륵전 외에도 금산사에는 보물이 가득하다. 절마당 중앙에 자리한 육각다층석탑, 미륵전 맞은편에 있는 대장전, 그 앞에 있는 석등과 노주, 미륵전 왼쪽의 방등계단 부도와 오층석탑, 천왕문 오른쪽의 당간지주 등이 보물로 지정돼 있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