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담벼락엔 감이 대롱대롱
▲ 벽화로 단장한 완주군 경천면 용복마을. 벽화 속에서 사철 감이 익는 마을이다. | ||
▲길잡이: 호남고속국도 완주IC→금산 방면 17번국도→용복마을→화암사
▲문의: 완주군 문화관광포털(http:// tour.wanju.go.kr) 문화관광과 관광진흥담당 063-240-4224
원래 용복마을은 곶감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 특산물은 검붉은 색의 흑 곶감이다. 타닌 성분과 수분 함량이 많은 ‘두리감’을 깎아 한 달 정도 자연건조를 시키면 곶감이 완성된다. 육질이 차지고 연할 뿐만 아니라 당도가 높아 전국적으로 알아준다.
지금은 2월. 감나무에 감은 고사하고, 건조장에 걸린 곶감도 찾아보기 힘든 시기다. 대목인 설을 기해 대부분 팔려나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렁주렁 매달린 감과 곶감이 여전히 남아 있는 곳이 있다. 벽화다. 사철 풍성한 가을이 계속되는 공간이다. 완주군이 ‘아름다운 거리문화’ 조성 사업을 위해 2007년 실시한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용복마을의 벽화다. 마을주민과 지역화가, 미술동아리팀 등이 합세해 ‘감’을 큰 주제로 잡고 그림을 그려 넣었다. 그 그림 속에서는 언제나 감농사가 풍년이고, 젊은 사람들이 거의 떠났음에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한길뿐만 아니라 아기자기 이어진 마을 안길에도 벽화가 있다. 마을의 공동 곶감건조장과 떡방앗간에도 어김없이 벽화가 그려져 있다. 주민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벽화를 감상하는 사람들을 보며 “뭐 대단한 것 있다고 그러냐?”면서도 “덕분에 마을에 활기가 넘치는 것이 아주 좋다”고 말한다.
한편, 용복마을 근처에는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분위기가 좋은 절 하나가 있다. 시인 안도현이 사랑한 절이다. 그는 이 절을 소재로 여러 편의 시를 썼다. 그중 ‘화암사, 내 사랑’이라는 시를 보면 그가 얼마나 이 절을 아끼는지 알 수 있다. 그는 이 시에서 ‘세상한테 쫓기어 산 속으로 도망가는 게 아니라 마음이 이끄는 길로 가고 싶었다’면서도 ‘찾아가는 길을 굳이 알려주지 않으련다’고 했다.
시인이 가르쳐주지 않으니 이 지면을 통해 공개하자면, 화암사는 용복마을 방앗간을 끼고 산길을 10분쯤 달려가면 나온다. 정확히 말하자면 화암사 입구다. 하차 후 1㎞가량 산길을 걸어가야 한다. 15분쯤 걸리는 길이다. 산길이지만, 전체적으로 험하지 않고 경사도 급하지 않다. 다만, 화암사를 200m쯤 남기고부터는 사정이 다르다. 제법 경사진 길을 올라야 한다. 도중에 철계단이 설치돼 있고 그것을 지나면 로프가 매어진 짧지만 급한 오르막이 나온다.
그렇게 도착한 화암사에서는 각각 보물 662호와 663호로 지정된 우화루와 극락전이 길손을 맞는다. 우화루는 앞에서 보면 2층, 뒤에서 보면 1층으로 인식되는 독특한 형태의 누(각)인데 아쉽게도 현재 복원공사 중이어서 가림막을 해놓았다. 맞은편 산꼭대기를 응시하는 극락전은 단청을 하지 않은 채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깨끗하고 화사하게 마감한 단청보다 칠이 다 벗겨졌지만 그대로 둔 화암사 극락전에 더욱 정이 간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