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이 신차도입에 성공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면 회생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자동차산업은 국내외 경쟁이 치열하여 영업망이 한번 훼손되면 복구가 극히 어렵다. 더구나 한국GM의 운명을 결정할 부평공장의 SUV신형과 창원공장의 차세대 CUV는 각각 2019년과 2022년에나 판매를 시작한다. 판매물량이 얼마나 될지도 불투명하다. GM본사는 미래형 자동차인 전기차나 자율주행차의 개발과 생산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GM의 참여를 배제하고 있어 GM본사가 한국GM을 정말 살릴 것인가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가 있다. 한국GM은 최근 몇 년간 경영이 부실하여 판매가 급격히 감소했다. 2012년까지 연간 80만 대 이상을 기록하던 판매가 2017년 50만 대 수준으로 줄었다. 올해 한국GM의 판매는 30만 대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향후 10년간 한국GM의 경영이 부실할 경우 산업은행은 투자자금의 회수가 어렵다. 최악의 경우 자산처분에 대한 거부권이 자승자박으로 작용하여 한국GM의 경영유지를 위해 자금을 계속 투입해야 할 수도 있다. 반면 GM본사는 신규자금에 대해 매년 3~4%의 이자를 받는다. 더욱이 GM본사가 한국GM에 부품이나 자재를 비싼 가격으로 넘기고 완성차를 낮은 가격으로 넘겨 받거나, 연구개발비용을 과다하게 배정하는 등의 방법을 이용하여 한국GM이 보유한 자금을 유출할 수 있다. 갖가지 수단을 동원하여 최대한 이득을 챙기고 10년 후 자산을 처분하면 GM은 한국진출을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다. 이때 산업은행은 손실을 떠안고 한국경제는 국부유출의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GM은 호주 정부로부터 10년 이상 21억 7000만 달러(2조 3000억 원)를 받았으나 보조금을 끊자 2013년 전격적으로 철수를 결정한 바 있다. 한국에서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기본적으로 외국자본은 얻을 것이 없으면 무조건 나가는 속성을 갖는다. 정부와 산업은행의 냉철한 대응과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 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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