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2018년 세 번째 전시회에서는 관람객들과 더 적극적인 소통을 위해 작가와의 대화, 작품 시연, 작품 해설, 소품 특별전의 확대 등을 계획하고 있다.
풍류에 특별히 관심 없는 사람일지라도 우리 산천이 아름답다고 느낄 게다. 오밀조밀한 선으로 다듬어진 많은 산이 빚어내는 경치가 조금도 지루하지 않고, 사계절 덕분에 다양한 색채의 풍경을 맛볼 수 있는 것이 우리 자연이다.
조선 후기의 화가들은 우리 경치를 자랑스럽게 여겨 많은 작품으로 자부심을 담아냈다. 이런 그림을 ‘실경산수화’라고 부른다. 아름다운 경치를 찾아다니며 현장에서 보고 그리는 것이다. 서양의 인상주의 화가들이 빛의 변화를 좇아 야외 사생을 했던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데 우리 선조들은 단순히 경치의 겉모습만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풍경의 근본 모습을 찾으려고 했다. 진짜 경치를 그리려 했던 이런 생각을 ‘진경산수화’라고 한다.
종설(終雪 Last snow): 116.8x91cm Acrylic and oil on paper 2017
많은 이들은 고향의 경치를 잊지 못한다. 낯선 곳에서 처음 만난 경치에서도 고향의 모습을 느낀다면 가슴 깊이 간직하고 싶어 한다. 왜 그럴까. 고향의 경치에는 어린 시절 자신만이 체험한 추억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보이는 풍경이 아니라 체험한 경치인 셈이다. 이게 풍경의 본모습일 것이다.
이처럼 진짜 경치는 그냥 바라보는 풍경이 아니라 경치를 이해하는 것이다. 멋진 경치나 체험한 경치 앞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빼어난 경관은 물론이고 바람의 움직임, 숲이나 나무의 향기, 공기의 신선함과 온몸으로 전해오는 정취, 아련한 추억이거나 체험에 동반되는 다양한 환경의 기억들. 이처럼 오감과 추적되는 생각으로 경치를 받아들일 때 우리는 풍경의 진짜 모습과 만날 수 있다. 이런 생각으로 그려낸 것이 진경이다.
정성윤이 그리는 풍경도 진경이다. 그는 실제 경치에서 체험한 정서를 입체적으로 만들어낸다. 눈으로만 파악한 풍경이 아닌 오감으로 경험한 정서를 담아내는 회화다. 그가 대상 삼는 풍경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일상생활 범위 안에서 만나는 지극히 평범한 풍경들이다. 경치도 있지만 생활의 정경도 있다.
이런 주변 풍경이 작가의 특별한 풍경으로 바뀌는 이유는 감정을 덧입히기 때문이다. 풍경에서 많은 것을 보지만 그중 가장 인상이 짙게 새겨지는 특정한 상황을 선택해 작품으로 만든다. 풍경을 만났을 당시의 기분에 의해 채집된 풍경인 셈이다.
네 신을 벗으라(Take off your shoes): 80.3x100.0cm Pigment on Korean paper 2015
이처럼 정성윤이 해석한 진짜 풍경은 바라보는 경치가 아니라 풍경 속에 실제로 들어가 있는 느낌을 전달하려는 것이다. 재료의 물질감을 통해서.
전준엽 화가
비즈한국 아트에디터인 전준엽은 개인전 33회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400여 회의 전시회를 열었다. <학원>, <일요신문>, <문화일보> 기자와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을 역임했다. <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 등 저서 4권을 출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