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필상 고려대 교수 | ||
이런 상태에서 우리 경제와 사회가 살아날 길은 자신의 몫을 양보하며 다같이 일어서자고 힘을 모으는 사회협약이다. 국민소득 3만달러나 넘는 유럽의 강소국 아일랜드는 80년 말까지만 해도 국민소득 8천달러 규모의 가난한 나라였다. 이런 나라가 정부는 규제완화와 세금감면, 기업은 투자매진과 일자리 창출, 근로자는 임금인상과 분규억제라는 대타협을 이루어 15년 만에 선진강국이 되었다.
한국의 현재 위기 상황은 사회협약이 절실한 단계에 이르렀다. 사회협약은 정부가 협약도출의 시종을 주도할 필요는 없다. 정부와 노사는 물론 이외에도 실업자, 여성, 노인, 시민단체 대표 등이 참여하여 사회구성원 모두의 협약으로 도출해야 할 것이다. 협의의 내용은 근로시간 축소와 일자리 나누기, 임금인상 억제와 무분규 선언, 기업의 투명경영과 지배구조 개선, 한국식 시장경제 모형 합의 등으로 범위를 확대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회협약을 위해서 언론이나 여론 주도층의 반성과 노력이 절실하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나 사실관계에 근거하지 않은 주장을 지양하는 것은 물론 사회구성원 각자가 위기 상황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진지한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사안마다 국론이 양분되는 현실에서는 무엇보다도 합의와 설득절차를 통해 결과에 승복하는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원칙의 실천을 통해서 우리가 겪고 있는 노사갈등, 지역갈등, 이념갈등을 슬기롭게 해결하고 새로운 미래 사회를 열어가야 한다.
2005년은 우리나라가 독립을 되찾고 민족의 자존심을 회복한 지 60년이 되는 해다. 대한민국이 건국되자마자 곧이어 발발한 6·25전쟁으로 수백만 명이 죽고 천만 명이 이산가족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우리는 남들이 1백 년 이상 걸린 산업화를 불과 40여 년 만에 달성하는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
이후 6·29시민혁명과 민주화, 88올림픽과 2002월드컵 개최, 디지털 혁명은 한민족의 위대함을 세계에 알렸다. 최근 일본을 비롯해서 중국, 동남아 등 세계 곳곳에서 확산되고 있는 한류열풍은 우리 문화와 국가의 위상을 그 어느 때보다도 드높이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우리를 진심으로 부러워했던 것은 IMF 외환위기 때였다고 한다. 전국민이 뜻을 모아 자발적으로 전개한 금 모으기 운동은 세계를 감동시켰고 그로 인해 우리나라는 미증유의 외환 위기를 비교적 짧은 시간에 극복할 수 있었다. 세계를 놀라게 했던 금 모으기 운동처럼 사회협약을 위한 마음 모으기 운동이 다시 일어나 우리 사회 곳곳에서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나가야 한다. 그리하여 2005년을 우리민족이 새로운 번영의 공동체를 결성하는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