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경 이화여대 교수 | ||
과연 북한이 겨냥하는 것은 무엇인가. 북한의 미사일 기술은 아직 핵탄두를 장착하는 수준이 안된다는 국가정보원의 판단은 정확한가. 이번 선언은 6자회담을 깨겠다는 의도인가 아니면 한국과 미국 등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어내려는 전략인가. 개성공단 협력사업은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것인가. 이러면서 남쪽에 비료지원을 요청하는 행위는 어떤 의미인가.
돌아보면 우리의 위기는 대부분 북쪽에서 비롯됐다. 6·25 남침으로 시작된 북한발 위기는 1·21 사태와 울진 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 등 군사행동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아웅산 테러와 KAL기 폭파사건, 서해교전 등이 발발했다. 그 때마다 온나라가 전쟁의 공포에 떨어야 했음은 물론이다.
1945년 분단에서부터 2005년 핵사태에 이르기까지 남북의 경제, 사회 조건들은 엄청나게 바뀌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60년이 지나도록 전혀 변하지 않은 게 하나 있다. 우리가 북한을 모른다는 사실이다. 남침의도를 짐작이라도 했으면 6·25 전쟁의 양상은 달랐을 것이다. 124 군부대를 알았으면 그들이 청와대 부근까지 헤집고 들어오지는 못했을 것이다.
핵문제만 해도 쟁점이 된지가 이미 10년이 넘었다. 그 사이 남북정상회담이 있었고, 금강산 사업이 진행됐다. 이제 개성공단에 전기를 공급하는 공사가 마무리돼간다.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여러 차례 열렸고 체육교류와 노동자교류, 언론사 교류도 빈번해 힘깨나 쓰는 사람은 모두 평양을 다녀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도 북한이 핵무기 보유 선언을 하리라는 사실을 짐작도 못했다. 국정원장도 대통령도 몰랐던 듯하다.
모르기는 언론이 더하다. 신문, 방송사들은 앞다투어 북한과 협력사업을 추진하지만 큰일이 생기면 믿을만한 소식통은 모두 사라진다. 사실을 확인할 능력이 부족하다보니 언론이 할 수 있는 일은 주요 국가 대변인들의 성명을 전하거나 근거가 약한 추측성 기사를 보도하는 정도일 수밖에 없다.
모르긴 해도 현재의 분단구조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다. 그리고 북한발 위기는 앞으로도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전제에 동의한다면, 우리 정부와 언론의 위기대응체제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언제까지 국민을 대책없는 불안에 떨게 할 것인가.
대북문제와 관련한 정부와 언론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업무의 전문성과 계속성의 결여고 또 한 문제는 객관적 사실들 보다 주관적 희망을 앞세우는 사고방식이다. 전문성과 계속성의 결여는 5년마다 이뤄지는 정권의 교체와 무관할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무직과 전문관료직의 업무 경계는 철저히하며 전문가들의 계속성을 보장하는 제도의 강화가 필수적이다.
언론 또한 북한 뉴스를 제대로 보도하려면, 정부에 의지하지 않고도 독립적 판단이 가능할 정도의 취재능력을 시급히 보강해야한다. 희망을 투영해 북한을 보는 일은 철저한 현실주의가 균형추가돼야한다. 통일의 열정에 들뜨다 보면 이번처럼 눈앞에 다가오는 핵파국을 보지못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