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천시에도 야외에서 작업을 했던 근로자들
[일요신문] 김창의 기자 = 서울 강서구(구청장 노현송)가 정부 지원 일자리 사업인 지역공동체 일자리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해 꼼수를 썼다는 의혹에 휩싸이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강서구 일자리경제과 도시영농팀은 올해 상반기 텃밭농장 운영을 위해 8명의 지역공동체 근로자를 모집했다. 텃밭농장은 지난 5년간 5명에서 8명 수준의 인원을 뽑아 관리해오던 장소다. 근로자들은 농장에서 농기구 운반, 잡초 제거, 영농 강의 준비, 화장실 청소, 비료 뿌리기 등의 텃밭 관리 업무를 수행한다.
무엇보다 도시영농팀은 그간 상․하반기 비슷한 인원을 채용해왔다. 그런데 유독 올해 하반기에만 상반기(8명)보다 75% 줄어든 2명만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냈다. 6명을 줄여버린 것이다. 이곳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이를 자신들을 자르려는 꼼수라고 주장한다.
수년간 상하반기 비슷한 인원을 채용해 오다 돌연 4분의 3을 줄여버리는 건 “우리를 쓰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근로자들은 하소연했다. 게다가 공고문에 남성우대라는 기타 사항을 추가해(성별 제한을 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여성인 이들은 자신들이 일하지 못하게 될까 봐 근심하고 있다.
근로자들은 그 이유를 일자리경제과 공무원과의 대립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3월 근로자들은 작업반장의 폭언과 열악한 근로조건(출근 1시간 반 이상 소요), 비 오는 날 야외작업 지시, 쉴 시간도 주지 않고 다그치는 것과 관련해 개선을 요구했었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은 “근로 여건이 안 맞으면 그만 두면 되지 않느냐”는 답을 했다고 한다.
3월에 근로자들이 근무하던 장소는 가까운 식당까지 걸어서 30분, 출퇴근에는 왕복 3시간이 걸리는 곳이었다. 강서구 끝에서 김포시 경계를 지나 인천 계양구에 인접한 이곳은 대중교통으로 오기에 지나치게 멀고 불편하다. 작업반장들은 자가 차량을 이용해 출퇴근했지만 50대 후반의 여성인 이들이 110만원 남짓한 월급으로 출퇴근을 위해 차량을 구매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았다.
이런 장소에 근무지를 정해놓고도 강서구청은 당시 어떤 문제점도 자각하지 못했다. 오히려 이들을 다그치며 “반복 지각하거나 근태가 안 좋으면 조치를 취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강서구청 공무원들이 얼마나 타인의 노동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한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도시영농팀 담당자에게 채용인원이 2명으로 줄어든 이유를 묻자 “그러니까 애초에 잘하지 그랬냐. 근로 여건이 안 좋다고 해서 사업을 접으려고도 했었다”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하반기에는 일거리가 별로 없어서 작업반장과 상의해 줄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답변은 근거가 부족해 보인다. 지난 몇 년간 도시영농팀은 상․하반기 동일하거나 하반기에 더 많은 인원을 채용해왔다. 2014년은 상반기 3명, 하반기 5명, 2015년은 상하반기 동일한 5명 2016년은 상반기 5명, 하반기 8명, 2017년 역시 상하반기 8명씩 말이다. 오히려 하반기에 더 많은 인원을 채용해 온 것이다. 그럼에도 강서구청은 일이 없어 근로자가 필요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보다 더 충격적인 일은 현 근로자들을 배제하기 위한 꼼수를 썼다는 의혹이다. 일자리경제과에서 지난해 이곳에서 일한 다른 근로자에게 하반기 지역공동체 일자리에 지원하라고 전화를 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사실이라면 채용 관련한 비리로 치부될만한 사안이다.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한 근로자들은 정리해버리고 본인들 마음에 드는 사람을 지정해 뽑겠다는 식으로 볼 여지가 있다.
일자리경제과에서 전화를 받았다는 지난해 근로자에게 해당 사실을 묻자 “일자리경제과에서 전화를 받았고 농장에 지원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를 확인한 후 일자리경제과에 이 같은 제안을 한 사람이 누군지 물었지만 부서에서는 전화한 사람도, 그런 사실도 알지 못한다고 발뺌하기 급급했다.
근로자들은 한결같이 “담당 공무원이 3월에 상반기는 좀 일이 많아 힘들지만 하반기에는 일도 없고 편할 테니 조금만 고생해 달라고 했다. 남자들도 포기하는 일을, 그 추위 속에 비바람을 맞아가며 했는데 이제 와서 우릴 내보내려 하니 분하다. 20kg 비료 포대를 들어 옮기고 썩은 음식물 쓰레기를 치웠는데 사기업도 아니고 구청이 이럴 수가 있느냐”며 억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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