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하는 음방·여행하는 먹방·재미 곁들인 강의 등 인기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예능은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인기작이 탄생하면 곧바로 모방 프로그램이 등장하기 때문에 더 이상 단일 주제에 연연할 수는 없다. 그래서 여러가지 요소를 결합한 ‘복합 예능’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 추리하며 듣자!
귀가 호강하는 음악 프로그램은 MBC ‘나는 가수다’ 이후 끊이지 않고 등장하는 분야다. 하지만 단순히 듣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그래서 제작진은 ‘추리’라는 양념을 더했다.
‘히든싱어’ 방송 화면 캡처.
어느덧 5번째 시즌을 맞은 JTBC ‘히든싱어’가 대표적이다. JTBC 예능 성공시대를 연 ‘히든싱어’는 모창 가수들을 섭외해 원조 가수와 대결하는 콘셉트를 내세웠다. 이문세, 신승훈, 김경호 등 쟁쟁한 가수들을 거쳐 이번 시즌에는 전인권, 싸이, 케이윌 등이 출연했다. 방청객과 연예인 패널은 비밀의 방에서 출연자들이 한 소절씩 부르는 노래를 듣고 원조 가수를 맞힌다. 이번 시즌에는 가수 강타가 모창 가수에게 패하는 등 이변도 발생했다. 원조 가수를 맞힌 방청객은 환호하고, 틀린 방청객은 좌절한다.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 역시 함께 추리하며 재미를 만끽한다.
MBC 간판 예능 ‘복면가왕’ 역시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얼굴을 가린 채 오로지 가창력과 목소리만으로 누구인지 추리하는 방식이다. 이 덕분에 아이돌 가수, 래퍼, 배우들이 의외의 스타로 떠올랐다. “아이돌이나 래퍼는 노래를 못 한다”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던 방청객과 시청자들은 복면을 벗은 가수의 예상치 못한 정체에 깜짝 놀라곤 한다. ‘복면가왕’은 이런 측면에서 출연 가수들의 만족도가 높은 프로그램으로 손꼽히기도 한다.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는 또 다른 방식의 추리 음악 프로그램이다. 연예인 패널들은 출연자들의 립싱크하는 모습을 본 후 실제 뛰어난 가창력을 가진 실력자들을 맞히며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출연자들의 정체 역시 가수 지망생부터 평범한 회사원, 연예인의 가족 등 다양하다. 그들의 정체를 추측해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 구경하며 먹자!
먹방은 수년째 그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등장해 ‘백주부’로 인기를 끈 백종원은 이후 사업가로서 면모를 발휘하며 푸드트럭, 골목식당 등을 주제로 상권 활성화에 힘써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그 중에서도 요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먹방은 여행을 하며 즐기는 식도락 예능이다.
‘배틀트립’ 공식 페이스북 캡처.
KBS 2TV ‘배틀트립’이 선두주자다. 이 프로그램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여행’(트립)이 주제다. 출연자들이 각기 다른 곳을 여행한 후 소개하며 경쟁을 펼친다. 각 여행지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로컬 푸드다. 현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하고 유명한 음식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tvN ‘짠내투어’는 ‘배틀트립’과 ‘이란성 쌍둥이 예능’이라 할 수 있다. 역시 ‘여행’(트립)을 앞세웠는데 저렴하게 즐긴다는 의미로 ‘짠내’가 붙었다. 저가로 해외여행을 꿈꾸는 시청자들의 입맛을 공략한 셈이다. 이 프로그램 역시 먹방이 빠지지 않는다. 각종 놀거리로 눈길을 끌고, 먹음직스러운 먹거리로 군침을 돌게 만든다.
‘나영석 PD표 예능’의 대표주자로 발돋움한 ‘윤식당’ 역시 궤를 같이 한다. 배우 윤여정, 이서진 등이 해외에 나가 식당을 열고 한국 음식을 전파하는 콘셉트를 가진 이 프로그램은 나 PD의 또 다른 대표작은 ‘꽃보다 청춘’와 ‘삼시세끼’를 합친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여행을 떠나고픈 해외를 소개하되 그곳에서 음식을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펼치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 즐기며 배우자!
최근 인문학 열풍과 함께 방송가에는 강의 예능 열풍이 불었다. ‘강의는 지루하다’는 것은 편견이다. 엄청난 강연료를 받는 고수들을 초대해 전문적 식견과 재미를 곁들인 이야기를 전하며 인포테인먼트(인포매이션+엔터테인먼트)를 추구하고 있다.
‘어쩌다 어른’ 방송 화면 캡처.
2015년 첫 방송을 시작한 후 3년째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O tvN ‘어쩌다 어른’이 형님 격이다. 한국사 강사 설민석을 비롯해 김미경, 김창옥 등 당대 최고수들에게 듣는 강의는 웬만한 예능 프로그램보다 재미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JTBC ‘차이나는 클라스-질문있습니다’ 역시 강연 형식에 출연진들의 궁금증을 듣고 해결하는 쌍방향 소통을 곁들이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MBC ‘선을 넘는 녀석들’ 역시 정보와 재미를 동시에 추구한다.
MBC 예능국 관계자는 “각기 다른 영역을 결합시킨 예능 프로그램이 시너지 효과를 내며 각광받고 있다”며 “채널 다변화에 따라 예능 프로그램 역시 많아지면서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기 위한 제작진의 경쟁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