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러한 경험이 많이 있다. 한번은 무난하게 플레이를 하던 중에 아무 생각 없이 1백50m 쇼트 홀에서 친 공이 핀을 따라 날아가더니만 홀인원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한꺼번에 두 타나 줄어버린 생애 최고의 날, 과연 스코어도 그만큼 훌륭했을까? 홀인원 전까지는 기가 막히게 좋던 스윙 리듬이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마음만 앞서고 스코어는 점점 늘어나기만 했었다.
이렇듯 첫 홀 버디나 홀인원, 또는 이글 같은 짜릿한 흥분을 맛보았을 때 스코어가 좋지 않은 이유는 예상치 않은 행운으로 인해 전체적인 마인드 컨트롤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프로 선수와 아마추어와의 차이는 비단 스윙이 좋고 나쁜 것에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잘 쳐도 기복이 있는 아마추어에 비해 프로선수들은 자신의 평균 스코어 이하는 좀처럼 잘 기록하지 않는 안정됨을 보여준다.
갑자기 좋은 스코어를 기록하게 되면 우선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하고 무언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욕심이 생긴다. 이러다 오늘 최고 기록을 깰 수도 있다는 상상으로까지 확대될 경우 힘이 들어가게 마련.
이를 다스리기 위해선 지난 홀의 스토리는 깨끗이 잊어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잘한 것이든 못한 것이든 깨끗이 잊어버리고 늘 새로운 마음으로 매 홀을 맞이해야 한다.
라운드 중 스코어 카드를 지나치게 보는 것도 아마추어 골퍼들에겐 마인드 컨트롤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 대부분이 스코어 카드를 보면서 지난 홀들의 점수를 세고 내가 잘 쳤는지 다른 플레이어들이 얼마나 앞섰는지에만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만족스런 라운드를 위해 스코어 카드를 보고자 한다면 스코어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거리나 핸디캡, 또는 홀의 지형 그림 등을 살펴보는 것이 현명하다.
늘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기분이 들뜰수록 크게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나만의 스윙 리듬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며 연습스윙을 하도록 한다. 그리고 ‘지난 홀에 보기를 했으니 꼭 버디를 해야지’라고 생각하거나 좋은 스코어를 유지하기 위한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마음이 있다면 시선을 돌려 새로 맞이한 홀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한다면 버디가 보기가 되는 일은 더 이상 없다!
미스코리아 출신 골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