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시장에 대한 과잉충성이란 분석도
고양시청 전경
[경기=일요신문] 김창의 기자 = 6.13지방선거 결과 새 단체장이 선출된 일부 기초단체에서 산하 공공기관장들에게 일괄 사표를 제출하라고 압박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경영성과에 따른 공정한 평가 없이 신임 단체장의 측근을 임명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도 있어 논란은 커질 전망이다.
고양시(시장 이재준)는 지난 4일 고양시 확대간부회의 후 산하 공공기관 단체장들을 불러 사직을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시 인사를 담당하는 A과장이 단체장들을 자신의 사무실에 불러 혁신안 제출과 함께 사표 제출을 종용했다는 것이 골자다.
고양시는 지난 2010년 민선 5기 때도 고양문화재단, 고양국제꽃박람회, 고양시설관리공단, 고양도시공사, 고양지식정보산업진흥원, 고양시체육회 등의 단체장들에게 일괄 사표 제출을 요구해 물의를 빚은 전례가 있다.
당시 기관 관계자는 “시 간부가 찾아와 스스로 나가 달라고 했다”면서 “다른 기관장들도 같은 얘기를 전달받은 것으로 안다”고 폭로하며 진실공방이 오가기도 했다.
8년 만의 시장 교체와 함께 기관장들에게 일괄 사퇴를 요구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일각에서는 “같은 당 소속 시장이 임명한 인사들이고 임기도 남아있는데 너무 노골적인 논공행상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광명시청 전경
광명시(시장 박승원)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광명시는 박승원 시장이 취임하기도 전인 지난달 28일 시 도시공사 사장, 문화재단 대표이사, 청소년재단 대표이사, 자원봉사센터장, 체육회 사무국장, 장애인체육회 사무국장 등에게 이달 말까지 사표를 제출하라고 주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광명시 언론부서에 따르면 산하 기관장들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했다는 B국장은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기관들의 진술은 달랐다.
광명도시공사 관계자는 “김일근 사장이 직접 사직서 제출을 요구받은 것으로 안다”면서 “사표를 제출했고 아직 수리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광명시의 다른 산하기관에서도 사퇴 압박을 받은 것은 숨기지 않고 있는 상태다. 다만 김 사장처럼 거취를 분명히 정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명시의 경우는 신임 시장이 취임도 하기 전에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을 두고 “고위 공무원의 과잉충성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전임 양기대 광명시장은 8년간의 재직기간 단체장으로나 민주당 내에서 평가가 나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전임 시장 지우기’가 과도한 수준이라는 비난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 관계자는 “2년 후 총선에 출마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같은 당에서 너무 한다는 얘기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당내 갈등이 우려된다는 말을 넌지시 전했다.
한편 시민들은 “새 시장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공공기관장이 임명됐으면 한다”면서 “다만 직무와 무관한 낙하산 인사가 임명 되는 건 부적절하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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