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내 김이 샌다. 한눈에 보기에도 이탈리아 스쿠터 브랜드인 베스파의 이미지를 차용한 듯한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 첫 인상을 크게 좌우하는 화이트 컬러 페어링과 레드 컬러 시트의 조합도 베스파의 프리마베라 시리즈에서 봤던 터라 신선한 맛을 떨어진다. 굳이 장점을 꼽으라면 눈에 익숙한 것이어서 이질감이 적다는 것 정도일까.
킴코 필리 125 ABS
그렇다고 완전한 카피캣으로 설명하기에는 킴코의 노력이 조금 아쉽다. 차체 실루엣을 부드럽게 뽑아내 우아하며 페어링을 단순하게 디자인해 간결한 맛도 있고, 크롬으로 멋을 낸 것도 클래식 분위기를 강조해 마음에 든다. 헤드라이트 링 커버나 뒷좌석 동승자 손잡이, 미러와 바엔드 웨이트는 물론 프런트 타이의 액세서리 포인트까지 고전적이면서도 화려하다. 점수를 주려하니 괜찮은 부분들이 보인다.
레드컬러 시트가 포인트다. 뒷 좌석에 세로줄 디테일이 있다
헤드라이트는 슬쩍 역삼각형으로 모던한 디자인이다. 방향지시등은 전면 페어링에 매립되었다. 라이트 자체는 전구를 사용하지만 주변으로는 5발의 LED 주간주행등이 연출되어 현대적인 분위기가 있다. 리어 테일라이트는 LED 램프로 개성적인 라인을 연출했다.
크롬 파츠를 작착해 우아한 뒷모습을 완성한다
스쿠터 구조 특유의 편의성을 강조한 사항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이너 페어링 가운데에 봉지 걸이나, 시트 아래의 가방 걸이에 물건을 걸기 좋게 연출했다. 평평한 형태의 발판을 연출해 추가적인 물건을 싣기에도 좋다.
주유구를 앞쪽으로 배치했다. 주유시 편안함을 제공하고 트렁크 크기 확장에 유리하다
주유구 위치가 눈에 띈다. 보통은 시트 아래나 운전석 아래에 주유구를 만드는데 필리 125 ABS는 일반적으로 글러브 박스를 연출하는 곳에 주유구를 적용했다. 주유할 때 허리를 많이 굽히지 않아도 되고, 시트를 여닫을 불편함도 줄어들 듯하다. 또한 시트 아래 공간 활용에 유리해 트렁크 적재량을 늘릴 수도 있다.
일상 가까운 곳에서
필리 125 ABS는 그동안 킴코에서 선보인 최신의 스마트 계기반인 누도Noodo시스템은 없다. 경제성을 강조한 모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전략이랄까. 이를 반증하듯 시트고를 765mm로 낮춰 발 착지성을 고려했다. 이는 자사의 스쿠터 중 가장 낮은 수치다. 무게 역시 115kg로 가벼운 편에 속한다.
엔진의 필링과 퍼포먼스는 테스트하지 않아도 가늠할 만하다. 스쿠터 제작에는 일가견이 있는 브랜드이기에 기존에 보여주었던 동일 클래스에서 미루어 짐작 가능하다. 휠 사이즈는 앞 12인치 뒤 10인치로 도심형 소형 스쿠터에 사용되는 설정이다. 일반적인 수준으로 폭넓은 환경에 대응하며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킴코 최신의 스마트 계기반인 누도는 빠졌다
ABS 기본 사양인 것은 포인트다. 같은 클래스 모델이라면 일반적으로 앞뒤 브레이크가 함께 움직이는 연동 브레이크를 설정하는데 필리는 모델명에서 볼 수 있듯 ABS가 기본 사양이다. ABS가 뛰어난 브레이크 성능을 대변하는 지표가 될 수 없지만 필리 125 ABS가 지향하는 수준 안에서라면 충분해 보이며 ABS가 적용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심리적인 안심감이 있다.
나의 일상으로 들어올 수 있을까
스쿠터는 편리한 이동 수단이다. 구조상 운전자가 승하차하기 편하고 자동변속기로 시동을 꺼트릴 염려가 없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가벼운 무게와 낮은 시트고까지 더해지면 초심자들도 쉽게 시작할 만하다. 경제적인 만족도를 주면서도 디자인까지 내 마음에 쏙 든다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매력적인 스쿠터가 될 것이다.
연료 탱크 위치를 조정해 트렁크 크기를 키웠다
그런 의미에서 킴코 필리 125 ABS는 많은 부분에서 기본 점수는 가져간 듯하다. 비록 디자인에서만큼은 경쟁 모델을 의식한 아류 모델쯤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수납의 편의성이나 엔트리 라이더의 접근성에 대해 고민한 흔적은 인정할 만하다. 실제로 제품이 출시된 후에 테스트를 해 봐야 알겠지만, 그때에도 합격점을 넘기를 기대해 본다.
이민우 월간 모터바이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