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견 철장에 넣어 트럭으로” 식용·실험용 처분 의혹…“차량에 가둬 죽게 만들어” 증언도
청주시 반려동물보호센터가 유기동물을 대상으로 또 다른 비유리적 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센터장은 결국 27일 센터 운영을 포기했다.
청주시 반려동물보호센터를 운영·관리하는 정순학 센터장에 대한 추가 의혹이 제기됐다. 정 센터장이 다수의 대형 유기견을 수차례에 걸쳐 불법 분양, 판매하거나 유기동물을 더운 여름날 차 안에 그대로 가뒀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 정 센터장은 이미 동물을 안락사 아닌 고통사 시키고 냉동고에 수일 동안 보관했다는 등의 의혹에 휩싸여 있다.
센터 전 직원들 주장에 따르면, 정 센터장은 자신의 지인에게 20여 마리의 대형견을 분양했다. 전 직원 A 씨는 “지난 8월 11일 정 센터장이 특정인에게 10마리의 대형견을 트럭에 실어 보냈다”고 말했다. 전 직원 B 씨는 “5월에서 8월 사이 10여 마리를 한 차례 더 보내 총 20여 마리를 입양 보냈다”며 “센터장은 아는 교수가 필요하다해서 보내는 거라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정 센터장은 지난해에도 5마리의 대형견을 동일 인물에게 분양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센터장이 대형견을 특정인에게 불법 분양하던 당시, 센터 전 직원이 몰래 찍은 사진. 제공=센터 전 직원.
당시 대형견을 데려가는 모습도 여느 분양자들과 달랐다고 한다. 전 직원 A 씨는 “당시 대형견들이 올가미로 거칠게 끌려가 철장에 구겨넣어지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전 직원 C 씨는 “보통 분양자들이 유기견을 철장에 넣어 트럭 뒤에 실어가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정 센터장이 일정 금액을 받고 개를 식용이나 실험용으로 대거 판매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박소연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는 “안락사 약물이나 사체처리 비용에 대한 비용 부담을 줄이고자 유기동물들을 다른 곳으로 보냈을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정 센터장은 지난 8월 1일과 6일 자신이 구조한 유기동물을 차량 트렁크에 방치해 열사병으로 죽게 만들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전 직원 D 씨는 “센터장은 당시 포획해온 동물을 차에 두고 퇴근했다”며 “이에 동료 직원이 센터장에게 연락해 날이 더워 케어가 필요하니 차문을 열어 달라 했지만 센터장은 다시 돌아갈 수 없으니 놔두라고 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해당 유기견은 다음 날 입가에 피 토한 듯한 흔적과 함께 죽은 채로 발견됐다.
이러한 추가 의혹으로 국민들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8월 24일 일요신문이 ‘안락사 대신 고통사? 청주시 반려동물보호센터 동물 학대 의혹’ 기사를 보도하자 청와대 청원 게시판엔 ‘이번 학대 사건을 조사해달라’는 청원글이 제기됐고, 28일 기준으로 6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이에 동의하며 공분했다. 최근엔 정 센터장의 수의사 면허 취소를 요구하는 청원글까지 올랐다. 청주 지역 동물단체와 봉사자들은 청주시청에 모여 피켓 시위를 벌이는 등 센터장의 해임과 실태 조사를 요구했다.
다음날 차량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 유기견 모습. 제공=센터 전 직원.
한편 연보라 본부장은 8월 27일 정 센터장을 동물보호법과 수의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청주 흥덕경찰서에 고발했다. 이상헌 흥덕경찰서 수사과장은 “고발장 접수를 마쳤고 고발인과 피고발인을 순차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 센터장은 27일 청주시에서 진행된 조사에서 최근 제기된 의혹들을 전면 부인하며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전국 시민사회단체는 이러한 비윤리적 행태가 비단 청주시만의 일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박소연 케어 대표는 “전국 동물보호센터는 대부분 시설위탁, 운영위탁 형태로 운영되는데 이를 관리·책임지는 수의사들도 결국 수익을 고려하게 된다”며 “안락사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마취 없는 고통사를 단행하거나 대형 유기견을 대거 판매하는 등의 의혹은 다른 지역에서도 적발되곤 한다”고 지적했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 팀장은 “각 지자체 유기견 보호소 문제는 지속적으로 불거져왔던 사안”이라며 “특히 이전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청주시에서 이번에 그 실체가 가시적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전남 광양시 유기동물보호센터를 위탁 운영하던 한 수의사는 지난 3월 유기견 5마리를 개농장 주인에게 판매한 사실이 적발됐다. 일부 유기견은 입양이나 안락사에 앞서 본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는 10일간의 공고기간에 판매됐다. 2006년부터 위탁·운영되던 해당 센터는 폐쇄 조치됐다.
지난 2015년 충북 제천에선 유기동물보호센터를 운영하는 수의사가 안락사 과정에서 마취제를 쓰지 않고 근육이완제만을 이용해 유기동물을 고통사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심지어 일부 유기견은 동물실험에 활용됐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충북 제천시 유통축산과 관계자는 “그때 이후로 새로운 위탁자를 뽑았다”며 “지금은 문제없이 잘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각 지자체가 유기동물에 대한 관리·감독을 책임진다고 말한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유기견 분양·기증과 동물보호센터 운영 감시·처벌 등은 지자체 조례에 의거해 이뤄지며 그들 판단에 따라 좌우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각 지자체가 유기동물 관리와 동물보호센터 감시 등에 주의를 기울여야만 동물 학대, 불법 판매 등이 근절될 수 있다는 것이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이성진 기자 reveal@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