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직원들 “센터장, 마취 없이 주사기 찌르고 냉동고에 산 채로 보관하기도”…센터장 “본인들 비리 적발하자 음해”
청주시 반려동물보호센터가 유기동물을 제대로 보호치 않고 비윤리적인 방식으로 고통을 가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청주시는 유기동물 보호·관리를 목표로 지난 2016년 11월 총사업비 20억 원을 들여 청주시 반려동물보호센터를 건립했다. 시는 공모를 통해 센터를 운영·관리할 민간 위탁운영자를 선정, 위탁사업비를 지원한다. 현재 반려동물보호센터 운영자는 청주 지역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던 수의사 정순학 원장이다. 2016년 말 첫 공모를 통해 위·수탁 계약을 체결했던 한 수의사가 보름 만에 자진 포기하면서 재공모를 진행, 두 번째로 뽑힌 게 바로 정 센터장이다.
문제는 정 센터장이 유기동물을 비윤리적인 방식으로 관리·보호한다는 의혹이 잇따르고 있는 점이다. 최근엔 마취 없이 동물에게 곧바로 심정지 약품을 투여해 사실상 고통사를 시킨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정 센터장이 안락사에 사용하는 주사액은 ‘T-61’이다. 정 센터장은 해당 약품이 진통제와 진정제, 호흡억제제 3가지를 모두 함유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이를 투약 시 30초 이내에 전신이 마취되고 호흡이 억제, 심정지가 진행된다며 미리 마취를 하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T-61를 수입·판매하는 한수약품은 약품 주의사항을 통해 ‘대상 동물이 의식이 있는 경우 반드시 전마취 처치를 통해 진정 및 마취 상태를 확인한 후 사용할 것’이라고 고지하고 있다. 센터 전직 직원들에 따르면, 정 센터장의 안락사 방식은 숱한 부작용을 발생시켜 동물에게 고통을 가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전직 직원 A 씨는 “마취제를 놓지 않고 의식이 있는 동물에게 그대로 주사를 놓았는데 바로 죽지 못한 애들은 깨갱하며 몸부림 치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주사를 가슴에 수차례 찌르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정 센터장과 A 씨의 대화 녹취록에서 A 씨가 “왜 바로 (동물이) 안 죽은 거야? (수차례 찌르는 게) 너무 잔인했다”라고 말하자 정 센터장은 “동물에 따라 마취가 잘 안 드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T-61 약품 사용 주의사항. 약품 투여 전 마취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왼쪽=농림축산검역본부 제공 내용 일부, 오른쪽=국내외 수의사들이 약품 사용 시 참고하는 ‘www.drugs.com’ 기재 내용 일부.
정 센터장이 실제 T-61이 아닌 다른 주사액을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T-61은 무색의 투명한 액체다. 하지만 센터 전직 직원들은 정 센터장이 우윳빛을 띤 주사액을 사용했다고 입을 모은다. 뿐만 아니라 T-61은 3~5밀리리터(㎖)의 용량으로도 체중 10킬로그램(Kg)의 대형견을 충분히 안락사 시킬 수 있지만, 센터장은 더 많은 용량을 사용했다고 말한다.
센터 전직 직원 B 씨는 “당시 정 센터장은 환부 등에 식염수를 뿌릴 때 사용하는 큰 용량의 주사기(약 35㎖)를 사용했다”며 “해당 주사기에 사용되는 바늘은 굉장히 굵어 동물들이 고통스러워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T-61 단독 사용으로 마취제 비용을 아끼거나 T-61보다 저렴한 다른 약물(우유빛 주사액)을 활용해 동물들을 고통사로 내몰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
수의사들은 정 센터장의 행위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청주 소재의 한 동물병원 원장은 “약품이 피부에 묻었을 경우 곧바로 세척하라는 주의사항을 봤을 때 T-61은 조직 자극성이 꽤 큰 약품”이라며 “이를 사용해본 수의사들은 1회 투여만으로 동물들이 곧바로 죽을 만큼 센 약품이라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동물병원 원장은 “보통 진정제 등은 혈관 주사하거나 수액을 잡아놓고 주사액을 밀어 넣는다”며 “가슴 등 근육에 찌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 센터장이 안락사 과정에서 동물을 발로 밟거나 목을 졸랐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대형견의 경우 주사를 수차례 찔러도 죽지 않자 머리 등을 발로 짓밟았다는 것. 센터 전직 직원 C 씨는 “당시 센터장과 함께 안락사를 시키고 나온 직원이 땀을 뻘뻘 흘리며 ‘(정 센터장은) 안락사도 제대로 못해, 내가 목 졸라 죽인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냉동고에서 죽은 채 발견된 개. 제공=센터 전 직원
이뿐만이 아니다. 정 센터장은 올여름 폭염이 지속되는 날씨에도 야외 차광막을 설치 않고 바깥에 묶여 있는 유기견들을 더위에 그대로 노출시키면서, 동물학대 의혹도 사고 있다. 당시 ‘그늘막을 설치하라’는 내용의 민원이 20여 일간 폭주했지만 정 센터장은 이를 곧바로 이행하지 않았다. 청주시 관계자는 “시에서도 공문 등을 통해 차광막 설치를 요청했으나 센터장이 따르지 않아 우리가 직접 설치해주고 왔다”고 밝혔다. 연보라 한국유기동물복지협회 충북지회 본부장은 “동물은 사람보다 체온이 훨씬 높을뿐더러 땀구멍이 없기 때문에 열에 노출되면 내부 장기 손상이 일어나 10~20분 만에 죽을 수도 있다”며 “수의사가 이를 모를 리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더위에 노출된 일부 유기견은 죽은 것으로 알려진다.
정 센터장은 이러한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정 센터장은 “우윳빛 주사액을 사용한 적 없다”며 “동물들을 위해 보통의 동물병원에서도 잘 안 쓰는 고가제품의 T-61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차광막은 당초 시로부터 “차광막을 설치하면 불법 가설물 설치로 민원 신고가 들어올 수 있기에 놔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받아 설치가 늦어진 것이며 일부 차광막은 본인이 사비를 들여 설치했다고 밝혔다.
정 센터장은 오히려 일부 봉사자들과 전직 직원들이 과거 본인들의 비리를 적발·제재한 자신을 음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센터 전직 직원과 봉사자 일부가 기부 물품 일부를 빼돌리거나 일부 유기견을 안락사 처리하고 외부로 입양했다는 것. 정 센터장은 “이런 사유로 해고당한 직원들이 앙갚음하는 것”이며 “시의 요청으로 비리 가득한 청주 내 봉사단체들의 사단법인 추진을 내가 저지한 바 있는데, 그 과정에서 손해를 본 봉사자들이 내게 불만을 품고 이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가 이러한 의혹들을 제대로 제재, 시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도 상당하다. 위탁사업 지휘·감독과 사업 운영자 선정 등은 결국 시에서 주관하기 때문이다. 올 초 진행된 ‘민간위탁사무 특정감사’에선 센터 예산 중 일부가 투명치 못하게 집행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방만 경영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시는 별달리 눈에 띄는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시와 센터장이 맺은 협약계약서가 허점이 많은 것도 문제다. 김성택 청주시의원에 따르면 해당 계약서는 해약사유와 구체적인 예산 집행기준 등을 포함하지 않았다.
청주시 관계자는 “당장 센터장을 내치고 다른 운영자를 찾아 센터를 안정화하는 데까진 적어도 두 달이 걸리는데, 그럼 현재 센터에서 보호되고 있는 250두의 동물과 하루 5두씩 들어오는 동물들에 대한 관리·보호는 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며 “센터 운영 방법 등을 보완하고 외부자들의 방문과 자원봉사를 수시로 가능케 해 센터가 계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성진 기자 reveal@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