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밑 논의중”이지만 송환 속도 못내 이산가족 상봉 형태로 만나기도
남북이 해빙무드를 맞으며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국군포로 송환 문제는 논의 테이블에 꺼내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5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국군포로의 송환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사진은 지난 9월 20일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홍문표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를 향해 꾸준히 국군포로 송환을 촉구하고 있다. 홍 의원은 지난 8월 “대한민국은 남북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일본처럼 국군포로와 피랍어부 송환문제를 위한 노력과 타결을 이끌어내지 못했고 말 한마디도 꺼내지 못했다”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홍문표 의원실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같은 민족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의 가족들도 여기에 생존해 있는데, 국군포로 송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과 이 정권이 너무 인권을 무시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비핵화를 우선시하고 여기에만 집중하다보니 이런 것들을 간과하고 놓치는 것 같다. 여러 현안들이 있겠지만,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국군포로 송환 의제를 꺼내지 않는다는 것은 대북 시각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통일부 등에 이야기를 해봤는데, 피랍 인원이 몇 명 정도인지 추정하는 정도에서 그치더라”며 “그들도 연구를 해서 객관적인 데이터를 내는 것은 아니더라. (조사가) 안 되고 있더라”고 지적했다.
국회에서도 이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군포로 관련 법안은 20대 국회 들어 단 한 번밖에 발의(이철규 의원 대표발의)되지 않았다. 앞서의 홍문표 의원실 관계자는 “국회 납북자조사위원회도 진행이 잘 안 되고 있다. 한국당 내에서부터 그런 논의가 있어야 하는데, 비핵화 문제가 너무 크다보니 논의가 없다”며 “만약 조사위원회가 설치된다면 국회 특별위원회로 설치될 것이다. 먼저 당 안에서 당론이 모아져야 한다”고 밝혔다.
국군포로 송환은 ‘국군포로의 송환 및 대우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이뤄진다. 이 법 제3조 1항은 ‘국가는 국군포로의 실태파악 및 송환과 국군포로 및 억류지 출신 포로가족의 대우와 지원에 관한 기본정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과연 정부는 이 법에 따라 국군포로의 실태파악, 그리고 송환을 시도하고 있을까. 국방부 관계자는 “군사회담이 12시간 정도 진행되지만 회담 내용이 문서화되는 것은 고작 두 페이지 정도다. 문서화되는 것 이외에 내부적인 토론을 통해 꾸준히 요청하는 것”이라며 “다른 무엇보다 우선순위로 요청한다. 문 대통령도 ‘인도주의적 문제를 시급하게 해결하자’고 요구한다. 이것이 국군포로를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군포로 송환 요구는) 국방부의 힘만으로는 어렵고 국무총리령에 의해 ‘국군포로범정부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북한과 직접적으로 접촉할 수 없으니 이미 우리 측으로 들어온 탈북자와 귀환포로 등을 통해 북한에 국군포로가 있는지를 물어 물어 확인한다. 국정원과 통일부 등을 통해 대외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라며 “탈북자들의 진술에 의존하다보니 부정확한 것도 있지만 2010년 중반 즈음에 집계된 최종 통계에 따르면 현재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500명 정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군포로 송환 논의가 더딘 것에 대해 “북측은 ‘북한으로 전향해 주민이 된 사람은 있을 수 있어도 국군포로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는 ‘국군포로’라고 말하지만, 그들은 ‘전시 전후에 행방이 불명하게 된 자’라고 표현한다”며 “북측 입장에서 그렇게 주장해야 국제법에 걸리지 않는 것이다. 만약 국군포로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면 국제법을 이긴 불법정권이 돼버린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지만, 그렇지 않은 북측에선 이를 인정할 이유도 없고 인정한다 해도 득 될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군포로 송환 논의가 속도를 좀처럼 내지 못하자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 등을 통해 국군포로 가족 간의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 국군포로‧전시납북자 여섯 가족은 지난 8월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서 70여 년 만에 재회했다. 위의 국방부 관계자는 “‘국군포로’라고 이야기하면 어려움이 있으니 통일부에선 이산가족 상봉을 할 때 일부러 국군포로 출신 인물들을 명단에 추가해 북측에 보낸다”면서 “물론 북한이 이를 알고서 (승인)해줬을 수도 있겠지만, 모르고 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는 “국군포로 송환 관련해 정부가 홍보를 하고 싶지만, 진행도 안 되고 성과도 없는데 어떻게 이야기하겠느냐. 단지 의제를 던져놓고 기다릴 뿐”이라며 “우리 정부나 시급하지 북측에선 시급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그쪽에서 무슨 이득을 보겠느냐. 때문에 사안 자체에 비중이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물밑에서 논의는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직접적인 제안은 하지 않고 큰 그림만 얘기하고 구체적인 논의는 실무회담 때 실무자들끼리 논의한다”고 했다.
국군포로 송환 논의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에도 비판이 제기됐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국군포로 송환 문제는 정치권에서 하자 말자 말하기 이전에 당사자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의견을 확인할 길도 없는 상황에서 야당이 여당에게 ‘왜 논의를 안 하느냐’ 하는 것은 전형적인 정치공세”라며 “보수와 진보의 시각에서 볼 것도 아니다. 정작 야당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이를 두고 협상해본 적이나 있느냐. 결론만 가지고 주장을 퍼뜨리고 책임감 없이 던져놓고 말아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국군포로 송환을 위해 조사를 하고 확인하는 데에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리는데 정치권의 요구만으로 집행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무턱대고 송환시키라고 얘기할 수는 없고 지금 (한국당은) 정치공세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