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의 최대 복병이 미국의 금리인상이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사상 최고수준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 9월 실업률은 3.7%로 1969년 이후 49년 만에 최저다. 경기호황에 힘입어 미국은 9월 기준금리를 1.75~2.00%에서 2.00~2.25%로 올렸다. 향후 미국은 기준금리를 3%이상으로 인상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금융불안을 초래하는 상황이다. 이미 증권시장에서 외국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10월 들어 나간 자금이 4조원이 넘는다. 지난 1월 2600에 육박하던 종합주가지수는 2000선으로 떨어졌다. 가뜩이나 부실한 가계와 기업들이 연쇄부도의 위기에 처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과열도 문제다. 최근 수도권 중심으로 부동산 투기열풍이 불고 있다. 시중자금이 대거 부동산시장으로 흐르는 것이 부동산 투기의 주요원인이다. 9월 말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전체 가계대출의 70%를 넘었다. 정부는 보유세강화, 대출규제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일단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를 찾고 있다.
그러나 금리가 낮아 자금공급이 절대적으로 많다. 현재 우리경제에는 단기 부동자금이 1100조 원을 넘어 사상 최대 규모다. 금리를 올려 부동자금을 줄이지 않으면 부동산 투기는 근본적으로 막기 어렵다. 향후 한국은행은 어쩔 수 없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실물경기가 크게 흐트러지지 않는다면 11월 금리인상 여부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리를 올리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현재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미국을 따라 금리인상 정책을 펴는 것은 우리경제가 독을 마시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부의 경기대책이 허사로 끝나고 실업난 가중, 가계 연쇄부도는 물론 한계기업 파산까지 경제가 파국의 공포에 휩싸일 수 있다. 방법은 한 가지다. 경기부양과 금리인상의 전제조건으로 정부가 경제가 위기상태임을 인정하고 경제정책의 기본기조를 혁신성장 우선으로 바꾸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우리경제는 성장을 이끄는 주요산업이 붕괴위기에 처했다. 따라서 새로운 산업발전의 기반을 구축하지 않는 어떤 대응책도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정부는 부실기업 정리, 규제혁파 등의 혁신성장 정책을 과감하게 펴 산업발전의 새로운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그리하여 경제를 정상적인 성장궤도에 올려놓고 재정정책을 펴야 일자리를 만들고 경기를 활성화할 수 있다. 다음 금리를 단계적으로 올리면 자금이 건전하게 흘러 산업발전이 고도화하고 부동산 시장이 안정된다. 이때 외국자본도 투자기회를 찾아 다시 돌아온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 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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