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최초 보도에도 ‘쉬쉬’하다 실명 밝혀지자 늑장 대응…결국 대표팀 영구 제명 초강수
금메달을 획득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장현수. 사진=대한축구협회
[일요신문] 또 다시 장현수다. 이목이 집중되는 A매치 기간이 아님에도 그의 이름이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번엔 경기력 논란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예민한 부분인 병역과 관련된 문제다.
#의혹 부인에서 인정까지
2018 국정감사 기간이 한창인 지난달 23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받고 체육요원으로 복무중인 국가대표 축구선수 J 씨가 봉사활동 자료를 허위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체육요원은 복무와 동시에 544간의 봉사횔동을 해야하는 의무가 있다.
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지목된 선수는 봉사활동 관련 증빙 서류를 허위로 제출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증빙 사진은 각기 다른 날 봉사활동을 했다고 제출됐지만 사진 속과 실제 날씨가 달랐던 점 등 의심스런 부분이 다수 발견됐다.
하 의원은 이를 익명으로 발표했지만 곧 ‘J 씨’의 정체가 드러났다. 이니셜이 J이며, 2014년에 열린 아시안게임(인천)으로 병역 혜택을 받고, 봉사활동 장소가 경희고등학교로 알려지면서 빠른 시간내에 주인공은 국가대표 수비수 장현수로 밝혀졌다.
봉사활동 시간 조작 의혹을 받은 장현수 측은 최초에는 사실을 부인했다. ‘자료가 착오로 제출됐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이내 병무청 등에서 2차 조사 움직임을 보이자 이내 장현수는 허위 증빙을 인정했다.
사진=하태경 의원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하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신문’에 “봉사활동 대상 예술체육요원들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던 중 한 선수가 200시간 넘게 봉사활동을 했음에도 A4 용지 2장 분량의 자료만을 제출해 이를 이상하게 여겨 깊이 들어가게 됐다”면서 “그 선수가 장현수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추가적인 봉사활동 자료 제출을 요구하자 장현수 측에서는 문제가 된 사진들을 제출했다. 이후로도 계속되는 지적에 ‘봉사활동은 제대로 했지만 잘못된 자료를 제출한 것뿐’이라는 말만 되풀이해 결국 실명까지 공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더 심각한 것은 제2, 제3의 장현수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병역특례제도 개선 소위원회’를 구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병역 특례와 관련해 전반적 사항을 점검할 예정이다. 장현수의 부정 봉사활동을 폭로한 하 의원이 소위원장을 맡았다. 하 의원실 관계자는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증인을 소환해 직접 질의를 하는 등 국정감사 형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종목이나 예술 분야에서도 부정이 나올 것이라고 귀띔했다. 앞서 장현수의 봉사활동 관련 부정이 드러날 당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관련 의혹이 함께 나오기도 했다.
#장현수라 더 시끄럽나?
장현수는 이전부터 잦은 구설에 휘발렸던 선수였다. 지난 2014년 하반기부터 울리 슈틸리케, 신태용, 파울루 벤투 등 거치는 감독마다 그를 신뢰했다. 이와는 달리 여론의 온도는 달랐다. 그의 경기력에 대한 비판이 자주 흘러 나왔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절정에 달했다. 앞선 조별리그 2경기에서 2패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장현수의 실수가 결정적이었다는 주장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신임 벤투 감독도 그를 중용했고 달라진 경기력을 보이며 부정적 여론은 다소 누그러지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이 시점에 축구 외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터져 나왔다.
#축구협회의 뒤늦은 사후 처리
논란이 증폭되자 대한축구협회는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협회는 11월 열릴 A매치에 장현수를 제외하겠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장현수가 봉사활동 이수를 위해 ‘명단 제외’를 직접 요청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협회는 장현수가 요청한 시점을 10월 A매치 일정(12일, 16일)이 끝난 이후라고 밝혔다. 앞서 장현수의 봉사활동 관련 부정은 지난 10월 10일 ‘동아일보’와 ‘채널A’의 단독보도로 드러난 바 있다. 협회는 선수의 명단 제외 사실을 10월 28일 발표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를 뒤늦게 발표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협회는 이후 분과 위원회인 공정위원회 회의에 따라 징계를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협회에서 내릴 징계의 수준에도 관심이 쏠렸다. 다수의 여론은 ‘병역 특례 박탈’, ‘국가대표 영구 제명’ 등의 중징계를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올라왔다.
결국 협회는 칼을 빼들었다. 1일 오후 축구회관에서 공정위원회를 열고 징계 내용을 발표했다. 서창희 위원장은 “장현수의 국가대표 자격을 영구 박탈하고 30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벌금은 개인 최고액”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강력한 징계였다. 사실상 협회가 줄 수 있는 최고 수준이었다. 향후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장현수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앞서 2007년 ‘음주파동’ 당시 1년 자격정지 조치가 내려진 일부 선수에게 사면이 거론된 바 있다. 서 위원장은 이번 징계에서 사면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이번 징계는 국가대표 자격만을 박탈했을 뿐 선수생활 자체를 지속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국가대표 활약으로 선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는 사라졌다.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는 국내 선수들 중 대다수가 국가대표 활약을 토대로 유럽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 국가대표는 나라를 대표하는 영광을 누릴 수 있는 동시에 큰 무대를 향한 일종의 ‘쇼케이스 장’이 되기도 했다. 한 축구계 관계자도 “이번 일로 장현수의 선수가치가 떨어진 것은 확실하다. 장현수 측 관계자들도 다소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벤투 감독, ‘믿을맨’ 장현수 빈자리 누구로 채울까 대한축구협회의 중징계로 장현수는 더 이상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을 수 없게 됐다. 장현수는 이번 봉사활동 사태 이전부터 축구 내적으로도 많은 논란을 야기했다. 하지만 대표팀 지휘봉을 잡는 감독마다 그에게 신뢰를 보냈다. 지난 9월 새롭게 출범한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에서도 장현수는 주축 선수로 활약했다. 장현수는 벤투 감독 부임 이후 치른 4경기에 빠짐없이 나섰다.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던 지난 파나마전에서도 2골 실점으로 수비가 흔들리자 장현수를 투입했다.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과거에 대해 언급할 필요없다. 특별히 관심을 갖고 보호해 줘야 한다”며 감싼 바 있다. 기존 대표팀 중앙수비 3인방 김영권, 장현수, 김민재(왼쪽부터). 사진=대한축구협회 장현수가 빠지지만 기존 체제에서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많은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 보수적 성향의 벤투 감독은 지난 4경기에서 3명의 중앙수비 자원(김영권, 장현수, 김민재)만을 활용했다. 그 중에서도 김영권-장현수 조합을 신뢰하는 모습을 보였다. 장현수가 빠진 주전 자리는 김민재가 자연스레 채울 전망이다. ‘3순위’로는 정승현이 유력 후보다. 정승현은 벤투 체제에서 명단에 빠짐없이 이름을 올렸다. 대표팀 경기에는 출전하지 못했지만 소속팀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려 놓으며 무력시위를 했다. 이외에도 중앙수비수 포지션에 윤영선과 박지수가 각각 한 번씩 선발된 바 있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