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 전쟁’ 효과? 7월 이후 감소 추세…의사·교수·교사 등 고소득층과 명망 높은 직업군으로 유통망 확대
법무부는 지난 11월 17일 공개한 ‘마약범죄 총력 대응’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2023년 단속된 마약사범은 총 2만 7611명으로 최초로 2만 명을 넘기며 2022년(1만 8395명) 대비 약 50.1% 증가했으나, 검찰·경찰·관세청 등 유관기관 협력대응 및 검찰의 국제공조 기반 공급사범 집중단속의 효과로 2024년 7월부터 감소 추세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그런데 직업군에 따라 마약사범 검거 인원의 상승세와 하락세가 각기 다르게 나타났다. 대부분 직업군에서 검거 인원이 줄어들었지만 몇몇 직업군만 유독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의사·교수·교사 직업군에서만 검거 인원 상승
지난 11월 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직업별 마약사범 검거 현황’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2024년 1~10월 검거한 마약사범은 1만 1699명이다. 지금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2024년 한 해 동안 경찰에 검거되는 마약사범은 1만 4000여 명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경찰이 2023년 한 해 동안 검거한 마약사범이 1만 7827명임을 감안하면 20%가량 줄어든 수치다.
그런데 유독 검거된 마약사범이 증가한 직업군이 있다. 대표적으로 ‘의사’다. 2024년 10월까지 마약사범으로 검거된 ‘의사’는 294명으로 2023년 한 해 동안 검거된 마약사범의 수(323명)에 근접했다. 매달 평균 29명 이상의 의사가 마약사범으로 검거돼 연말까지 가면 350명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교수와 교사(사립)’ 직업군에서는 2024년 10월까지 8명이 마약사범으로 검거돼 2023년 한 해 검거 인원(8명)과 같은 수치를 기록했다. 연말까지 가면 10명을 넘길 수도 있다. ‘공무원’ 역시 19명이 검거돼 벌써 2023년 한 해 검거 인원(19명)에 이르렀다.
‘문화·예술·체육인’의 경우 2023년 10월까지 86명의 마약 사범이 검거됐다. 지금 추세로 연말까지 가면 103명이 검거될 것으로 보며 2023년 한 해 검거된 113명에 비하면 줄어들겠지만 그 폭이 매우 제한적이다. ‘기타 전문·관리직’ 역시 608명이 검거돼 연말까지 730여 명이 검거될 것으로 예측되는데 2023년 전체 검거 인원 773명보다 적지만 역시 소폭 하락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마약사범 검거 인원이 대폭 줄어든 직업군도 있다. ‘학생’의 경우 324명이 10월까지 검거돼 연말까지 389명가량이 검거될 것이라고 가정하면 2023년 전체 검거 인원 988명에 비해 절반 이상 줄어든 수치다. ‘전업주부’ 역시 10월까지 검거 인원은 140명으로 연말까지 가면 168명가량이 검거될 것으로 예상돼 2023년 275명에 비해 크게 줄었다. ‘돌봄·보건’ 직업군은 10월가지 19명이 검거돼 연말이 돼도 23명 정도에 머물 것으로 보이는데 2023년 66명 대비 65%가량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검거 인원 ‘무직’ 가장 많고 ‘단순노무·기능직’은 줄어
가장 많은 인원이 검거된 직업군은 ‘단순노무·기능직’으로 10월까지 1440명이 검거돼 연말에는 1728여 명으로 검거 인원이 늘어날 전망이지만 2023년 전체 검거 인원 1990명에 비하면 13% 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 다음으로는 ‘숙박, 기타 서비스’ 직업군으로 10월까지 1194명이 검거됐다. 연말까지 가면 1433여 명이 검거될 것으로 예측되는데 1688명이 검거된 2023년이 비교하면 15%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는 ‘무직’으로 분류된 이들로 10월까지 무려 5332명이나 검거됐다. 연말까지 검거 인원이 6400여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2023년 7907명이 비하면 19%가량이 줄어드는 게 된다. 2024년 10월까지 검거된 인원의 70%가량이 ‘무직’과 ‘단순노무·기능직’, ‘숙박, 기타 서비스’ 등에 몰려 있는데 이런 직업군에서 검거 인원이 각각 19%, 13%, 15% 줄어 전체 검거 인원 하락세를 주도했다. 여기에 ‘학생’과 ‘전업주부’, ‘돌봄, 보건 등 하락폭이 큰 직업군이 전체 검거인원 하락세에 힘을 보탰다.
문제는 ‘의사’와 ‘교수와 교사(사립)’, ‘공무원’ 등 마약사범 검거인원이 늘어난 직업군과 하락폭이 소폭에 그친 ‘문화·예술·체육인’, ‘기타 전문·관리직’ 등의 직업군이다. 프로포폴을 비롯한 마약류를 의학적 목적으로 다루는 일을 합법적으로 수행하는 의사들은 그만큼 마약류에 쉽게 빠질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다. 업무 특성상 의사들이 마약의 유혹에 빠지면 그 위험성도 커진다. 의사들의 경우 본인이 혼자 불법 투약을 하는 수준을 넘어 환자 등 제3자에게 마약류를 불법적으로 투약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수와 교사, 공무원 등의 직업군에서 마약사범이 꾸준히 늘고 있는 데다 문화·예술·체육인과 전문직·관리직에서도 마약사범이 꾸준히 적발되고 있다. 비교적 고소득층이며 사회적인 명망이 높은 직업군으로 마약 유통망이 확대돼 가는 분위기다.
물론 아직 전체 검거 마약사범 규모에 비하면 수치 자체는 높지 않다. ‘의사’와 ‘교수와 교사(사립)’, ‘공무원’, ‘문화·예술·체육인’, ‘기타 전문·관리직’ 등을 모두 더하면 1015명으로 전체 검거 인원의 8.7% 수준이다. 그렇지만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부분은 심각한 문제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