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맛은 지키고 분위기는 살리고
▲ 점심시간을 맞아 ‘장뚜가리’ 광화문점을 찾은 직장인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장뚜가리는 김치찌개, 순두부 등의 기존 한식 메뉴를 독특하게 만들고, 고급스런 인테리어에 신경을 써 ‘맛’과 ‘분위기’를 모두 만족시키고 있다. | ||
점심시간이라고 하기엔 조금 이른 11시30분, 장뚜가리 광화문점은 삼삼오오 짝을 이룬 고객들로 이미 절반 이상의 자리가 메워져있다.
붉은 빛의 은은한 조명, 고급스러운 원목 테이블, 깔끔한 복장의 종업원. 패밀리 레스토랑과 같은 분위기에서 손님들이 먹고 있는 것은 스테이크나 스파게티가 아닌 김치감정(매운 김치찌개)과 순두부, 계란말이. 하나같이 직장인이 선호하는 메뉴들이다.
12시가 넘어서자 출입구 밖으로 손님들의 줄이 길게 늘어졌다.
장뚜가리를 광화문에서 줄서는 음식점 중의 하나로 만든 유성호씨 부부는 2년 전만 해도 평범한 직장인이었다고. 유씨는 대기업에서, 아내 지현씨는 외국계 은행에서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내 사업에 대한 욕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틈틈이 준비를 해왔죠. 업무상 해외출장이 잦아 외국에 나가면 유명한 식당을 다녀보고 나름대로 안목을 길렀어요. 그러다보니 점심시간에 밥을 먹다가도 ‘내가 하면 이것보다는 훨씬 잘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더라고요.”
창업을 준비하면서 전 국민의 관심사였던 웰빙 트렌드에 맞춰 고품격 두부전문점을 첫 아이템으로 계획했다. 하지만 타당성 조사를 한 결과 두부를 대중 음식으로 하기엔 아직은 이르다고 판단, 좀더 일반인들에게 친숙한 메뉴를 찾아야 했다.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식당은 대부분 영세해요. 평범한 음식이라도 식당 자체의 질을 높이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직장인들에게 음식점은 맛도 중요하지만 분위기도 큰 몫을 차지하거든요.”
그는 주 메뉴를 김치찌개와 삼겹살로 정하고 오피스 밀집 지역인 KT 광화문 지점 뒤의 1층 40평 매장을 구했다.
이곳은 입지는 좋은 반면, 고객을 끌어들이기에는 구조적인 제약이 많았다. 도로에서 4~5개의 계단을 올라간 곳에 출입구가 있어 한눈에 고객을 잡기가 힘든 상황에다 식당 내부에도 문제가 있었다. 한쪽 벽면에 불쑥 튀어나온 기둥으로 실내의 일부분이 가려져 좁고 답답해보였다. 그는 이런 문제들을 소품과 인테리어로 간단히 처리했다.
출입구에는 조명이 설치된 고급스러운 메뉴판을 세워놓아 고객의 시선을 끌었고, 내부 기둥에는 커다란 거울을 부착, 착시현상을 이용해 실내가 넓어보이도록 만들었다.
그는 무엇보다도 서구식 인테리어에 신경을 썼다. 한식 메뉴의 무거움을 커피 전문점과 같은 캐주얼한 서구식 인테리어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 또 먹는 즐거움과 더불어 보는 즐거움에도 초점을 뒀다. 종업원들은 두건과 허리 앞치마를 둘러 깔끔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보인다.
붉은 벽돌과 바닥의 무늬목, 음식이 맛깔스러워 보이는 조명 등도 좀 더 맛있는 식사를 위해 준비한 것들이다. 그릇들도 모두 옹기로 통일, 깔끔함과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김치감정, 뚜가리 순두부, 김치즈 계란말이 등의 메뉴는 유씨 부부가 함께 밤을 새워가며 개발한 것. 김치감정은 조선시대 궁중 수라간에서 왕을 위해 만든 매운 김치찌개의 맛을 재현해 낸 것인데, 잘 익은 김치를 사용해 조미료를 넣지 않고 담백한 맛을 내기 위해 멸치로 다시 한번 국물을 우려낸다고. 찌개에는 돌솥밥이 함께 나가도록 했다.
모든 준비를 끝내고 2003년 7월, 음식점이 비수기라는 여름에 문을 열었는데 반응이 좋았다. 전단지나 신문 삽지 같은 광고를 하지 않았는데도 첫날부터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저녁에도 손님이 많다. 저녁에는 두께 12mm의 오겹살이 효자메뉴로 자리잡았다. 올해 8월에는 세종문화회관 후문에 2호점도 개설한 상태.
장뚜가리 광화문점의 월 매출은 직장생활 당시 연봉에 가까운 금액이라고. 마진은 30% 정도. 유씨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식당의 표준화, 규격화에 성공, 현재 프랜차이즈 사업을 진행중이다. 끝으로 그는 “외식업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책을 통해 이미 나와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놓치고 있다”며 “머릿속으로 고민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나서야 결과의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창업비용] 30평 기준
인테리어: 8천만~1억원
시설비: 5천만원
-----------------------------
총: 1억~1억5천만원 (점포비용 제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