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외에도 길 있다
▲ 사업 경력 4년째지만 ‘아직도’ 대학생인 박문성 세라텍 대표가 자사 제품들을 들어보이고 있다. | ||
대학생 박문성씨(28)도 일찌감치 창업 시장에 뛰어들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패션 문신 스티커, 액정 보호 필름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젊음의 패기로 ‘바늘구멍 통과하기’가 아닌 ‘바늘 만들기’에 성공한 그를 만나봤다.
명동의 한 음식점. 여성 고객이 식사 후 화장을 고치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그런데 유심히 살펴보면 손에 들려진 것은 거울이 아닌 휴대폰이다. 휴대폰에 붙여놓은 액정보호 필름이 거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대학생 사장 박문성씨가 제조, 판매하는 것이 바로 이 액정보호 필름이다. “액정보호필름은 말 그대로 액정이 긁히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것부터 거울기능, 엿보기 방지 기능까지 다양한 효과가 있습니다. 휴대폰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자제품에도 적용이 가능한 장점도 있고요. 초기에는 소모품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필수품으로 인식되고 있죠.”
휴대폰, PDA, PMP, PSP, MP3 등 전자제품의 종류에 따라 액정보호 필름의 종류도 다양하다.
그는 필름 외에 다른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온라인 마켓 ‘옥션’의 패션 타투(문신) 스티커가 바로 그것. 문신 스티커는 오일 한 방울이면 쉽게 지워지기 때문에 부담 없이 개성을 표현하려는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액정보호 필름과 문신 스티커 판매로 한 달 동안 올리는 매출은 웬만한 직장인의 연봉을 훌쩍 넘어선다. 대학생이지만 사업 경력이 벌써 4년째다.
그는 2002년, 패션 문신 스티커로 처음 사업에 뛰어들어 큰 성공을 맛봤다. “학생이었지만 평소 내 사업에 대한 욕심이 있었습니다. 월드컵 때 경험삼아 뭔가 해보면 좋겠다 싶었죠. 70만원으로 태극, 태극기 문양 등 패션 문신 스티커를 만들어 판매했습니다. 단순한 디자인이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더라고요.”
개인을 대상으로 소량 판매되던 스티커는 시간이 지나자 도매상으로부터 주문이 쇄도, 대량 판매로 이어졌다. 박씨의 성공으로 경쟁업체들이 등장한 것은 불과 열흘 뒤.
하지만 불과 열흘이라는 기간 동안 그는 무려 1억원의 수입을 챙겼다. “남대문, 명동 등 시내 곳곳에 제가 만든 제품이 깔려있더군요. 사람들의 얼굴에도 마찬가지고요.”
그는 월드컵 때의 성공을 발판 삼아 본격적으로 패션 문신 스티커 사업을 시작했다.
두 번째 상품은 크리스탈 타투. 이전의 판매량을 감안, 7천만원을 투자해 제품을 대량으로 출시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월드컵이 지난 후 소비자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처음의 성공으로 너무 욕심 부렸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실패라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큰 교훈을 얻었으니까요.”
그는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 나섰다. 문신 스티커 판매는 제품의 특성상 노출의 계절인 여름에만 집중되어 이를 보완할 제품이 필요했다. 그 때 눈에 들어온 것이 휴대폰 액정보호필름.
당시 휴대폰이 꺼지면 거울의 역할을 하는 ‘액정보호필름’은 전량 일본에서 수입되고 있는 상황이었고, 가격도 7천~1만원선으로 상당히 비쌌다.
“국내의 관련 제조업체들을 찾아다녀봤죠. 알아보니 우리 기술로도 액정필름 제조가 가능하겠더라고요.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 가격이 2천원인 ‘액정 거울’을 만들었습니다.”
도매상을 비롯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아주 좋았다. 가격은 일본 제품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한데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았기 때문. 시간이 지나자 오히려 일본 제품의 가격이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업계에 소문이 나면서 지난해 6월에는 정면에서는 보이지만 측면에서는 보이지 않는 정보보안 필름을 삼성전자에 납품하기도 했다. 위성 DMB사업자인 TU미디어와 바른손, 미니스톱, 바이더웨이 등 유통업체와는 패션 타투 스티커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점포 없이 옥션에서 아이디 ‘pakmunsung’으로 처음 시작한 사업은 ‘필름인사이드(filminside.co.kr)’라는 홈페이지를 운영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송파구 석촌동에 조그만 사무실도 마련하고 직원도 채용했다. 현재 자체 홈페이지에서는 액정보호필름을, 온라인 마켓에서는 패션 타투 스티커를 주로 판매하고 있다.
그는 “사업 초기에는 거래처에 저희 제품을 열심히 홍보하기 바빴는데 지금은 오히려 거래처에서 연락이 오는 편”이라며 “이제 조금 알려진 것 같다”고 싱글벙글이다.
액정보호필름과 관련해 특허청장상과 1천만원에 달하는 발명 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12월 중순에는 새롭게 준비한 노트북용 액정 보호 필름이 출시될 예정이다.
“액정 보호 필름은 제품 자체의 품질도 중요하지만, 필름을 제품에 부착할 때 기포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이 관건입니다. 노트북은 액정화면이 크기 때문에 기포 발생 확률이 아주 높죠. 그래서 노트북 전용 필름은 아직 나와 있지 않습니다. 저희는 액정을 쉽게 붙일 수 있도록 밀대를 포함시켜 판매할 예정입니다. 밀대를 사용하면 기포 발생률이 거의 제로에 가깝거든요.”
매출에 관한 질문에 그는 “마진율이 40~50% 정도여서 직장인 월급보다는 많은 수준”이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김미영 프리랜서 may424@hana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