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안나는 이색 삼겹살 ‘오감 만족’
▲ 회전구이 로스터를 이용해 고기를 익히는 ‘로스타 돈’ 내부. 고기가 골고루 익고 연기가 나지 않아 깔끔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고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 ||
최근 한 취업포털사이트의 설문조사 결과, 당당히 1위를 차지한 곳은 고깃집. 한국인의 돼지고기에 대한 사랑은 아주 특별하다. 와인, 허브, 고추장, 화로구이 등 숙성 방법과 굽는 소재에 따라 그 종류도 천차만별이다.
경기도 분당 서현동의 오피스텔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임선영씨(40)는 굽는 방식을 차별화해 성공을 거두고 있다. 불판이 아닌 꼬치에 끼워 구워먹는 ‘회전구이’ 방식을 도입한 것. 직장인 및 가족단위 고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로스타 돈’을 찾았다.
분당 서현동의 한 오피스텔 식당가 3층.
삼삼오오 모여 앉은 손님들이 소주 한잔을 들이킨 후 고기를 먹고 있는 모습은 여느 고깃집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불판에 고기를 굽고 있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또 고기 굽는 냄새는 나는데 연기가 피어오르는 테이블은 찾아볼 수가 없다.
자욱한 연기와 고기 굽는 냄새가 없는 고깃집의 비밀은 바로 회전구이 로스터.
삼겹살을 스테인리스 꼬치에 길게 끼워 로스터에 올려놓으면 로스터에 부착된 체인이 회전을 하며 고기를 타지 않게 골고루 익혀준다. 고기가 다 익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2~3분.
다 익은 고기는 꼬치에서 빼낸 다음 로스터 위의 타지 않는 철판에 먹기 좋게 잘라준다. 거기에 묵은 김치와 파무침, 고추장 소스까지 곁들이면 테이블 세팅이 완료된다.
이렇게 구워진 고기는 기름이 완벽하게 빠져 아주 담백한 맛이 난다고.
“손님들이 꼬치에다 삼겹살이나 항정살, 닭날개 등을 끼워서 익히는 과정을 재미있어 하세요. 칠리소스 양념을 바른 닭날개구이는 간단하게 맥주안주로 먹을 수 있어 인기가 좋죠.”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임씨가 창업 아이템으로 고깃집을 선택한 이유도 독특한 회전구이 방식 때문이었다.
“오피스텔 상가의 주 고객은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신세대 직장인이잖아요. 그들을 잡으려면 평범한 방식으로는 힘들다는 생각이었죠. 우연히 회전구이 로스터를 보고서 바로 이거다 싶더라고요. 가격이 다소 비싸긴 했지만 망설이지 않고 선택했습니다.”
매장의 인테리어도 젊은 고객들의 취향을 감안해 젠(Zen)스타일의 모던한 분위기로 꾸몄다.
그릇도 고깃집에서 흔히 사용하는 저가의 멜라닌 그릇이 아닌 흰색의 사기그릇으로 준비했다. 테이블은 회전구이의 특성상 좌식이 아닌 입식을 선택했는데, 회전율을 높이는 효과도 동시에 노렸다. 오픈은 오피스텔 입주와 동시에 이뤄졌다. 전단지 등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독특한 구이 방식에 호기심을 가진 고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고기 냄새가 옷이나 머리카락에 배이지 않고 기름이 튀지 않아서 손님들이 좋아하세요. 종업원들도 마찬가지고요. 불판을 힘들게 닦거나 숯을 피울 필요가 없으니 다른 곳에 비해 일이 많지 않아요. 종업원 관리도 수월한 편이죠.”
입소문은 주변의 다른 오피스텔, 병원, 아파트 등으로 퍼져 지금은 직장인뿐만 아니라 가족 단위의 고객, 싱글족 등 다양한 손님들이 찾고 있다.
“처음에는 프랜차이즈로 음식점을 시작하려고 했는데 창업비용이 상당하더라고요. 고민을 하다가 구경삼아 시장에 나가봤었죠. 그런데 같은 물건이 시장에 너무나 싼 가격으로 나와 있는 겁니다. 충격이었죠. 제가 조금만 더 노력을 하고 고생을 하면 좀 더 저렴한 비용으로 창업이 가능하겠더라고요. 그래서 독립점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그는 필요한 물품의 목록을 작성, 직접 발품을 팔아서 구입해 창업비용을 상당 부분 절감할 수 있었다. 22평 규모의 회전구이 고깃집을 여는 데 대략 8천만원 정도가 들었다고.
오픈한 지 1년 8개월에 접어드는 ‘로스타 돈’의 월매출은 2천5백만~3천만원, 마진은 40% 정도다.
그는 “소문을 듣고 고깃집을 해보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업계획을 제대로 세워놓은 사람이 없더라”며 “무작정 따라 할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목표 고객을 정확히 파악하고 자금의 여유를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고 예비창업자들을 위해 조언했다.
[창업비용]
창업비용 : 약 8천만원(점포 비용 제외)
월 매출 : 2천5백만∼3천만원
순이익 : 약 40%
김미영 프리랜서 may424@hanmail.net